추억을 팔아요 / 세계 최고 딴따라의 노래들 그리고 주절주절 써보는 호주 생활 이야기. [시급 15배 떡상!?]

in #kr8 years ago (edited)

29일, 미국 뉴욕에서 ‘제60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저도 그래미에 대한 자세한 디테일은 모르지만, 모든 음악 장르를 포함하는 최고 권위의 시상식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시상식 주요 부문인 '올해의 앨범', '노래', '레코드' 등, 총 6개의 상을 휩쓴 가수가 있는데요.

바로 '브르노 마스'라는 가수 입니다.

이 가수를 처음 보곤 필리핀 사람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스페인계, 아버지는 푸에르토리코 쪽 사람이라니. 뭔가 사연이 많아보입니다. '브르노 마스'라는 이름도 아버지가 별명으로 붙여준 브르노에, 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처럼 느껴졌던 자신이 '화성(MARS)에서 온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참 이 가수의 곡을 많이 들었었는데요.
지금도 듣고 있으면, 특히 호주에서 생활할 때의 생각이 많이 납니다.

1.Bruno Mars - Liquor Store Blues (ft. Damian Marley)

잃을 것도 없어, 고통을 잊기 위해 한 잔! 오늘은 망가졌지만 내일은 괜찮을 거야!

아무 것도 없이 혼자 호주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불안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이건 내 노래야!라는 생각에 즐겨 들었던 노래입니다. 처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생전 처음 해보는 식당 일이었네요.

칼을 다루는 게 서투른 탓에 손도 많이 베이고, 성격 더러운 그리스 쉐프 밑에서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ㅋㅋㅋㅋ 그래도 어떻게 7개월 정도를 붙어 있었는데요. 그래도 그 쉐프가 생일 때가 되면 먼저 생일 축하한다고 연락이 오는 걸 보면, 제가 나름 기억에 남긴 했나봅니다.

사진은 금요일 일이 끝나면 공짜로 마시던 호주 맥주, 그리고 하루 수백개도 더 까대던 오렌지들입니다.
지금도 요리는 잘 못해도 오렌지는 참 잘까요 :)

2.Bruno Mars - Runaway Baby

도망쳐~ 베이비~

처음 시작했던 식당 일에 조금 적응이 되고나서는 주말에 청소일을 시작했습니다.
제 방도 제대로 치우지 못해서 매일 잔소리 듣던 저인데,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규모가 꽤 큰 술집이었는데요. 새벽 5시쯤 일어나서 청소 사장님 픽업을 받아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곳 술집에 갑니다. 청소 용구를 받아 술집 비밀 번호를 누르곤 '철컥'하고 문이 열리자 마자 전쟁 시작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청소 마스터였던 노련한 파트너 때문에 노래 정도는 틀며 청소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네요.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이거 뭐하는 짓인가. 도망가버릴까? 생각도 들었지만.
또 버텨내곤, 사진처럼 신발에 구멍이 날 때 까지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나중엔 제가 하던 일을 친구에게도 소개시켜주고. 나름 또 잘 마무리 했던 것 같네요.

3.Bruno Mars - Grenade

쉽게 온 건, 쉽게 없어진다

그렇게 7일을 일하면서 호주 생활 7개월쯤 지날 시점에,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서 지낼 수 있는 1년만 머물 것인지, 아니면 공장, 농장 일을 일정 기간해서 비자를 1년을 더 연장 받을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일만 하다 갈 순 없지! 돈을 더 벌어서 마지막엔 여행만 다니다 갈꺼야!하곤 당시 호주에서 처음 만난 형님과 농장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농장은 시티 외곽에 있기 때문에, 도시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차가 필요했는데요.
저는 운전 면허가 없음에도 같이 떠나기로 한 형에게 돈을 보태 한대를 샀습니다! 그것도 애국자처럼 현대차!

그렇게 차를 타고 호주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는데요. 한 곳에서 계속 일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비자만 얻기를 원했는데.. 그게 안됐습니다. 그덕에 수도승 아들을 둔 은퇴한 교수님과도 살아도 보고, 돼지도 키우고, 포도 가지치기도 하고, 애호박도 따보고.. 별의 별 일을 다 해본 것 같습니다. 그중에 가장 힘들었던 일은 '애호박 따기'였는데요ㅋㅋㅋㅋ 농장일이 보통 능력제 일이라 제가 땃던 호박을 돈으로 환산하면 시급 2불.. 열심히 일했는데도 그저 모아둔 돈만 까먹고. 열심히 모아뒀던 은행 잔고는 거의 0에 가까워지는 상황이었죠. 제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던 때라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습니다.

4.Bruno Mars - Treasure

넌 나의 보석, 황금 빛 별 같아 :)

그래도 어떻게 비자를 연장 받게 되었고, 그 뒤로는 참 보석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거의 빈털털이로 다시 돌아온 도시에서는 그래도 예전에 함께 하던 사람들이 몇 있었고, 위에 말했던 청소 마스터의 소개를 받아 한 공장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짠! 시급이 30불이었어요! 몇 달전만 해도 2불을 받고 그랬는데. 음.. 이 때쯤 깨닳았던 것 같습니다.
돈이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자

음.. 그 뒤론 뭐 돈을 열심히 모았어요. 7시에 일을 시작했지만 3시쯤이면 집에 돌아올 수 있었구요. 쓸 시간도 많았지만, 돈을 모으는 재미도 컸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사람들도 더 만나고(@khan-min도 그 중 한명ㅋㅋ), 아름다운 자연도 눈에 들어오고 ^^

그래도 공장 생활 마지막 쯤에 손톱이 절단될만큼 꽤나 큰 사고도 있었지만, 또 가장 중요한.. 지금의 여자친구도 만나게 되었구요^^
열심히 모아둔 돈으로는 뉴질랜드 여행도 하고, 복학하면서 생활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네요.

혹시나 워킹 홀리데이를 계획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일단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 일본에선 언어적인 문제로 조금 힘들지만, 미리 준비하고 가신다면 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지 마세요~!


1년 10개월 간의 호주 생활을 노래 4개로 정리하려니, 두서도 없고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그래도 적다보니 그동안 묵혀둔 호주 이야기들도 포스팅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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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호주생활 조르바님 글을 보니 짠하네요.
신랑도 워홀 때 힘들었지만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합니다.
그 경험으로 호주로 이민까지 오게 되었구요.
좋은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나고 나면 인생의 밑거름이 되는 거 같아요. 진솔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이제 멍청한 일을 해보자며 청혼을 하는것만 남았나요? ^^ 호주 이야기들도 기대할께요. 손톱만 절단되어 천만 다행입니다.

헤헤.. 안그래도 못생긴 손톱 더 못생겨졌지만 아직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ㅎㅎㅎ
청혼은 스팀아...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ㅠㅠㅠ

크.. 브루노마스도 진짜 많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조르바님 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추억이 참 많은 음악들이네요..ㅎㅎ

브루노 마르스, 이미 전세계적인 팝 스타잖아요. 저는 브루노 마르스의 노래들 중에서, JUST THE WAY YOU ARE 를 가장 종아한답니다.

와 무슨 주크박스 뮤지컬 처럼 노래에 맞춰 이리도 멋진 포스팅을 하시다니요 ^^

Runaway Baby 엄청 들었었는데, zorba님 추억과 연관되는 노래였군요!!

마지막에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지 마세요~!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

오 조르바님 브루노 마스 좋아하시는군요!!
이번에 그래미를완전 휩쓸어 버렸던데 그나저나 워홀이 남들 생각만큼 낭만적이진 않군요 ㅠ.. 그래도 조르바님에게는 좋은 추억을 준거 같습니다 ㅋㅋ

호주 워홀도 하셨군요. 역시 대단한 조르바님! ^^
신발보니 더 대단하단 생각이 들구요.
근데 애호박 따는게 시급 2불이면 호주에서 불법아닌가요?
너무하네요.

참 부럽군요. 그 경험과 추억,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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