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벗어난 사적제재를 정의라고 볼 수 있을까?

in #kr7 years ago (edited)

법을 벗어난 사적제재를 정의라고 볼 수 있을까?

영화 '타임 투 킬'에서 흑인 아버지는 어린 딸이 두 백인 우월주의자 남성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법적으로 둘이 무죄로 풀려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법정에서 백인 남성 두명을 쏴 죽인다. 이는 그 당시의 법에서 벗어난 사적제재라 할 수 있다. 법은 국가라는 정치적 권력에 의해 승인되고 강제되는 사회규범, 행위규범, 조직규범을 일컫는다.

사적 제재란 무엇일까? 사적 제재란 사법 체계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제재 혹은 폭력을 말한다. '법이 정당한 벌을 주지 못하니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하겠다' 라고 생각하는 피해자나 그에 관련된 사람들, 혹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가진 사람들이 직접 행동을 취하는 사적제재는 현실에서도, 문학이나 영화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적제재 사례로는 96년도에 택시기사 박기서씨가 백범일지를 읽고 백범 김구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김구 선생을 암살했던 안두희씨를 정의봉으로 때려죽인 사례가 있다.

살해당한 피해자 안두희는 김구를 죽이고 나서 형을 선고받았으나, 1년 후 6.25 전쟁이 일어나자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어 군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제대 후 군납업자로 상당수의 재산을 축적하였다. 박기서는 민족의 정기를 죽인 악인이 천수를 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여 그를 묶어놓고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는 범행 이후 구속되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유명한 일본 영화 고백에서 다뤄지는 사적 제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반에서 13살짜리 학생 두 명이 담임의 아이를 죽였다.

첫번째 아이 A군 슈야는 전기충격을 주는 주머니로 아이를 기절시켰고, B군 나오키는 범행이 밝혀질까 두려워 이 아이를 수영장에 던져 사고사로 위장했다. 이는 사고사로 판명났으나, 개집 안에 있던 전기충격 주머니를 수상하게 여긴 담임은 범인 중 하나인 슈야와 얘기를 해서 진실을 알게 되지만 경찰에게 알려도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만 된다는 사실 때문에 분노한다.

그녀는 직접적인 이름 언급 없이 두 학생이 누군지 알 수 있게 아이들 앞에서 A군, B군으로 언급한 뒤 그 두 살인자의 우유에 에이즈 피를 섞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로 인해 나오키는 정신병원에 가게 되고 슈야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법을 벗어난 사적제재를 정의라고 볼 여지가 있을까? 현재 2017년이지만 여전히 형량이 부족한 판결들,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판결들은 있다.

법 역시 인간의 역사가 누적되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법 역시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위의 세 사례 (영화는 실제 사건이 아니지만 일본의 법을 토대로 있음직한 이야기를 만들었으므로)을 보면 첫번째는 역사적 정의를 위해, 두번째는 가해자가 아이들이라 법이 처벌을 하지 못해서 사적제재를 가했다. 이 두가지 사건이 정의롭지 않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사적 제재를 허용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대상이 가해자 하나라면 정의라고 고려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범죄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며 범죄를 덮거나 행하려고 가해자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박기서씨가 안두희를 밧줄로 묶어서 때려죽일 때 옆에 안두희의 아내 역시 묶여서 그 광경을 봐야했다는 것이다.

부부 연좌제를 말하며 '그래도 통쾌하다' 라고 할 지 모르나 대한민국 헌법 13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법이 있다.

영화 고백에서 학생들은 가해자를 집단 따돌림하며 괴롭힘에 동조하지 않는 반장 미즈키를 함께 괴롭힌다. 담임의 의도는 가해자들이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하거나 살해당하는 것이었는데 반 아이들의 집단 광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제 3자인 미즈키가 화를 당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가해자 슈야는 미즈키와 가까워지고 이는 미즈키가 죽게 되는 계기가 된다.

사적 제재가 가해자 하나에게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마치 나비효과처럼 다른 이들의 인생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다.

(2) 복수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복수의 허용범위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안두희의 친척이나 자손이 박기서를 죽이면 그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미즈키의 부모가 복수심에 담임을 살해하면 그걸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고려시대에는 사적제재를 허용하는 법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복수'를 할 만한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전국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적제재의 불법적인 길을 걷는 이유가 뭘까? 법이 잘못됬다는 위헌제청 심판을 신청하면 길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가해자에게 더 강한 법적 처벌을 줄 수 있으나,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법연수생이 면접장에서 질문을 받은 일화가 있다.
"만약 여자친구의 지갑을 뺐어 도망간 도둑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연수생은 "법원권근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라는 뜻이다. 법을 공부한 사법 연수생도 이렇게 답하는데 일반인들이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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