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리뷰

in #kr3 years ago (edited)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

우리는 규율에 익숙하게 자라왔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교복을 입고 교칙에 맞는 행동을 하며, 대학교에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배워왔고, 대학생 때는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것이 보편적인 목표가 되었다. 곧 우리는 사회인으로서는 법을 지키고 연봉을 받으며 생활할 것이다. 이런 생활 속에서 예외성은 없으며 인생은 예측한 대로 흘러간다.

​이런 규율이 잘못된 것일까? 사회적 규율은 질서를 유지시키며 범죄를 처벌하고 우리의 삶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내일도 공강이 아닌 이상 대학에 올 것이며, 시험기간을 위해 공부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이런 규율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맥 머피는 그가 정신병원에 나타나기 이전에만 해도 규율대로 돌아가던 곳에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하며, 정신병원의 규율을 대표하는 랫처드와 정반대 입장에 서 있다.

규율의 반대편에는 욕구가 있다

 랫처드와 맥 머피의 관계가 우리와 아주 관련 없는 상황인가? 어쩐지 우리는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규율이 개인을 억압하는 상황을 숱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헬리콥터 부모를 이야기할 수 있다. 헬리콥터 부모는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자식을 통제, 억압하려고 한다.

​이에 순응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의 억압에 대하여 불만을 품곤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은, 우리가 왜 불만을 품느냐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랫처드의 규율이 전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우리는 랫처드가 병원 사람들에게 가하는 행위를 보며 폭력이라고 느끼고 불만을 느낀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회 속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규율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규율이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예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간섭과 참견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방치에도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가 불만을 품는 이유를 ‘욕구’라고 보았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욕구가 존재한다. 타인의 의견에 굴복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 내 의지대로 살고 싶다는 욕구. 이런 고차원적인 욕구가 아니다 하더라도, 배고플 때 밥을 먹고 싶다는 욕구, 졸릴 때 자고 싶다는 욕구, 심심할 때 티브이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욕구 전부가 포함된다. 하다못해 아무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 이처럼 인간은 욕구가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영화 속 환자들, 또는 부모의 억압 하에 사는 아이들과 같은 통제당하는 자들에게도 필연적으로 욕구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쉽게 규율에 반기를 들지 못하는 이유, 더 나아가 규율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욕구가 없기 때문에 규율 앞에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욕구를 거세당해 왔다. 학창 시절 동안 우리는 수도 없이 공부를 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하며,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 왔다. 그 순간마다 우리는 공부를 하기 싫기도 했고, 당장 나가 놀고 싶기도 했으며,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기도 했을 터다. 허나 우리는 욕구를 억지로 참아가며 펜을 붙들고 책상에 앉았다. 욕구는 그런 식으로 억압되​어 왔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맥 머피가 등장하기 전까지, 병원 사람들은 병원의 체제에 크게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 의구심을 가졌다 하더라도, 욕구가 말살된 그들에게는 행동에 옮길 만큼의 용기와 의지가 없었다. 우리 삶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규율 또한 언뜻 봤을 때는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너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라는 부모의 말에는 우리는 대개 동의한다. 하기 싫다는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이라는 목표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규율의 전제들이 당연한 것일까?

 ‘으레 그런 것이니까’ 라고 하는 전제들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랫체드인 부모님이 말했듯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대학에 갈 수 있고, 대학에 가야 인생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 은 우리의 욕구를 억압하던 ‘당연한 전제’로 볼 수 있다. 학생에게 알바를 하고 싶은 욕구, 탈선하고 싶은 욕구, 공부하고 싶은 욕구 등등이 있다면 규율이라는 것은 한 가지로 가능성을 좁히는 것이다. 이런 욕구를 거세하는 전제를 만드는 뒷 배경에는 전제를 형성하는 사람과 그에 따르는 사람들의 수직적 관계성이 있다.

예를 들자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대학에 갈 수 있고~’의 전제에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들이 반발을 했다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어떤 것이었을까? ‘10대인 네가 뭘 알어, 난 너보다 몇 십년을 더 살았고 사회가 어떤지 알어’ 라는 대답으로 개인의 욕구를 제어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런 ‘당연한’ 규율들은 소통이 없다.

모든 규율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삶에는 저마다의 간격이 있으며, 그 간격은 결코 옳고 그르다 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메워지지 않는다. 규율과 자율을 양극단에 두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다루는 많은 의문들에는 대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의 반대편에는 책임이 있고, 그 뒤편에는 각각 방종과 억압을 숨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기에 앞서 우리는 과연 규율 하에서 내 욕구에 단 한 번이라도 충실했는가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욕구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욕구를 깨닫지 못한다면 욕구는 그저 거세된 채로 남게 되는 법이고, 그건 없는 욕구나 마찬가지이다. 허나 우리의 욕구는 언제나 깨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 안에 존재해 있다.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정신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으로 범위를 좁혀 사고를 도울 뿐이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과 결이 크게 다르지 않다. 헬리콥터 부모를 대표적으로 언급했지만, 우리 주변 곳곳에는 수많은 랫처드가 있다. 뿐만 아니다. 맥 머피도 있고, 병원 사람들 또한 있다. 그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우리는 병원 밖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맥 머피가 될 수도 있고, 랫처드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절대자유 또는 절대규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완전무결을 주장하기에 우리는 우리 안의 랫처드나 맥 머피를 숱하게 봐 왔다. 자유가 없는 삶이나 규율이 없는 삶.

어느 쪽이 더 낫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삶을 정하는 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 더 나아가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우리를 우리로 존재하게 만든다.
 
​결말에서 맥 머피는 병원의 폭력에 의해 정신이상자가 되어버리고 그의 탈출 또한 좌절된다. 맥 머피의 탈출은 철저하게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맥 머피의 탈출은 좌절되었을지라도, 맥 머피가 병원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던 욕구는 결코 좌절되지 않는다. 그가 보여 주었던 욕구는 여전히 욕구로 남아 또 다른 누군가의 잊혔던 욕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된다.
 
​​이제 다시 영화의 제목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제목에서 뻐꾸기 둥지란 정신병원을 뜻하는 미국의 속어라고 한다. 그러니 영화의 제목은 정신병동의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 탈출한 사람에 대한 비유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욕구를 알게 된 추장은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정신병원을 탈출했다. 그러니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보인다. 둥지에서 날아간 새는 다시 둥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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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욱 들렸다가요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조이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

넵 :) 반가워요 브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