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22 꿈과 음악 사이 어딘가]'2002 월드컵과 지방선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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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한국에는 2002 월드컵을 온 몸으로 체험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로 나눠질 정도로 다른 년도도 아닌 대한민국이 일본과 함께 공동개최국이었던 2002년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해였다. 나는 그때 도로 점거라는 것을 처음 해봤는데, 보도, 차도할 것 없이 차와 뒤섞여 함께 걷고 뛰는 일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함께 걷던 사람들은 둥근 지구를 따라 한바퀴 일주라도 할 기세로 걷고 또 걸었다.

'Red Devils'

월드컵 16강 진출조차 매번 목표로 할 만큼 강팀이 아니었던 대한민국이 예상외로 세계 최강국들과의 경기에서 연신 드라마틱한 승리를 장식하자 그 물결은 단순 응원차원을 떠나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응원문화를 만들어 내 세계 여러 언론에서 이를 소개할 정도였다. 누구 하나 시키지 않아도 경기날만 되면 악당이 나타날 때면 수트를 갈아입듯 빨간 티를 꺼내입고 피냄새를 맡은 좀비들처럼 같은 장소로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추억을 향수'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2006년, 2010년 월드컵이 이어졌고 강렬했던 2002년의 추억을 찾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이 돌아오는 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어느 순간부터 승리나 패배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축구라는 스포츠 경기가 매개가 될뿐 월드컵은 모두에게 축제이자 추억 그 자체였다. 월드컵이 다가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면 월드컵이 거듭되면서 옅어지고 사그라들었다 해도 그 때의 그 열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증거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4년이라는 긴 시간조차 기다리기 힘들었던 많은 이들이 K-리그에서 목을 축이는 바람에 한때나마 K-리그가 많은 사랑을 받았을 정도니 말이다.

'누구를 위한 선거인가?'

2018년 월드컵이 있는 해, 대한민국에서는 지방선거가 진행되었다. 결과는 극명했다.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시기 어김없이 선거홍보용으로 개조된 트럭들이 개사된 홍보송을 틀어놓고는 소음을 유발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 왜 매번, 누구하나 다를 것 없이 모두가 똑같은 홍보방식일까?
누군가 개성있는 아이디어로 홍보한다면 그에게 투표를 하고 싶다.'

개표가 끝나고 개표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후보들 중 누군가는 기뻐하고 누군가는 심통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 한 사람 잘 뽑으면 세상이 바뀐다고 믿는, 정치에 대해 순진무구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지하는 후보의 승리로 인한 기쁨보다는 온통 오물을 쏟아내는 대상이 패배를 맛보는 모습에 통쾌해 하는 마음이 더 큰 게 이번 선거 결과를 지켜본 많은 투표자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온통 국민을 위한, 서민을 위한다는 말 뿐인 말들. 어차피 국민들과는 상관없이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일 거라면 적어도 선거운동만이라도 간이고 쓸개고 빼주는 시늉으로다가 국민들을 즐겁게 해줄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온통 남발되는 지키지도 못할 말뿐인 공약들, 아름답지 못한 홍보용 소음송, 사생활 파헤치기,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보여준 인터뷰와 그의 당선은 대구, 경북에 사는 유권자들에 대한 놀라움 만만치 않게 놀라웠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뽑은 것도 우리지만 대구, 경북,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뽑은 것도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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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장(?), 선거'

선거자체가 안그래도 먹고사느라 고된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불쾌함을 불러 일으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상대방의 흠을 잡지 않고는 못베기는터라 알고 싶지도 않은 사생활을 들쳐내고 그로 인한 불쾌함은 우리 몫이다. 선거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어떤 것일까? 분노나 심판, 피로 같은게 아닐까? 어떤 좋은 정치인이 당선되느냐도 중요한 문제겠지만 선거자체가 공휴일이라는 것 외에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승리와 패배만이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 2002 월드컵처럼 4, 5년마다 돌아오는 선거가 기다려지고 가슴이 설레이는 축제같은 날이 될 수는 없을까? 야당의 자살골로 가만히 앉아서 승리를 따낸 여당이 과연 이 승리를 발판삼아 선거뿐 아닌 일상이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골수의 테크니션이라도 또 모르겠지만 비지니스에 능한 CEO라면 ICO모집으로 이미 처음 목표했던 자산을 추가 달성해 갑부가 되었다면 어디서 사업을 위한 동기를 찾을 수 있을까? 답은 본인이 코인판에 평생 머물고 싶은지 자문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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