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크롬북 플러스 구매기 + 10개월 사용기.

in #kr7 years ago (edited)

나름의 미니멀리즘. 삼성 크롬북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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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포스팅했던 내용이라 반말체를 사용한 점 미리 양해드립니다.>

한국에는 정식으로 출시도 되지 않은 이 모델을 알게 된건, 대학생이 된 동생에게 원래 사용하던 노트북을 빼앗기고 난 이후였다.
작년말부터 새로운 노트북을 찾아보고 있었다. 방학 집중 근로를 하면서 벌게될 백여만원에 그동안 차곡차곡 저축했던 용돈까지 얹어서 앞으로 다가올 2년간의 대학원 생활동안 쭉 함께 할 수 있는 노트북을 구매하려고 했다.

주로 찾아보게 되던 모델은 멋이란게 폭발하는 Dell의 XPS 시리즈, 방금 출시되어 따끈따끈했고 전반적인 평도 좋던 LG의 올데이그램, 펜이 있는 태블릿 중 최고라 일컫어지는 서피스 프로4 순서였다. 모두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이었고 옵션 한두가지만 추가하면 150만원대도 넘어가기 일쑤였기 때문에 예산을 만들고도 한참동안 계속 검색만 하고 섣불리 뭘 살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아이패드 프로가 출시되기 전에 아이패드 에어2와 스타일러스 펜 조합으로 강의자료에 필기하던 경험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기억 때문에 전용 펜이 있는 서피스 프로4에 상당히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다만 11월, 블랙 프라이데이에 굉장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터라 학생할인 같은 소소한 할인만으로 구매하기에는 뭔가 손해보는 것 같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서피스 프로5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100만원이 넘는 돈을 구형을 구매하는데 쓴다는 생각에 다시 더 망설이게 되었다. 결국 서피스 프로5를 기다리기로 하고 구매를 잠정적으로 연기했다. 최소한 대학원 생활을 경험해보고 내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노트북 없이 대학원의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1주, 2주 지나다보니 노트북의 필요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는 자취방에 작년에 고사양 데스크탑을 들여놨고, 연구실에도 충분한 사양의 데스크탑이 있다. 막연히 노트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의 내 니즈와는 다른 생활이 펼쳐지고 있었다. 백만원을 넘게 주고 노트북을 사기가 조금 애매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노트북이 필요하기는 했다. 연구실을 벗어나 활동할 때 스마트폰만으로는 확실히 뭔가 부족했다. 그렇게 해서 저렴하고 이동성이 좋은 노트북으로 다시 알아보게 되었다.

나는 크롬북 플러스를 구매하기 전에 '크롬os'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윈도우즈를 사용할 생각으로 FreeDos 모델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카비레이크 i5를 탑재한 노트북들을 기웃거렸는데 이마저도 70만원정도는 지불해야 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크롬북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라이트한 사용만을 필요로하는 나에게 저렴한 크롬북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올해 2월에 새로 출시된 삼성 크롬북 플러스모델은 와콤 스타일러스 펜을 무려 '내장지원' 하며 나를 유혹했고, 나는 다시 한번 내 니즈를 정리해보았다.

1. 블로깅이나 레포트 작성 등의 가벼운 워딩
2. 가벼운 프로그래밍
3. ppt나 pdf 강의자료나 논문 리딩을 위한 거부감 없는 패널
4. 필기를 위한 스타일러스 펜 지원
5. 최소 5시간 구동이 가능한 배터리
6. 이동성을 고려한 가벼운 무게
7. 합리적 가격

사실, 이 조건들은 내가 크롬북 플러스를 구매한지 한참 지난 시점에 하는 포스팅이기 때문에 크롬북의 장점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 같아보이지만... 진짜로 그 당시의 객관적인 니즈가 이랬다.

여기서 크롬북의 최대 단점이라고 한다면 2번 조건의 프로그래밍일 것이다. 나에게 익숙한 VS나 이클립스, 파이참 등의 편리한 IDE들 뿐만 아니라 아예 그냥 IDE 자체가 없다. 따라서 web기반의 IDE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나마 https://codenvy.iohttps://www.codechef.com/ide 등을 통하여 말 그대로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은 가능하다만 절대로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나에게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의 주 전공인 딥러닝분야는 일반적인 스펙의 컴퓨터로는 연구가 많이 힘들다. CUDA를 지원하는 고성능의 GPU가 필요한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고급 외장 GPU를 탑재한 노트북들은 네이밍이 '게이밍 노트북'으로 바뀌면서 기본 무게가 2kg을 대부분 넘어가기 때문에 6번과 7번 항목을 전격 위반하게 되어버리기 일쑤다. 결국 어차피 노트북으로 프로그래밍은 포기했던 것이다. 굳이 하더라도 텍스트 에디팅 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룩한 합리화의 결과다.

아마존에 접속했고 이번 결제를 위해서 직구용 체크카드도 하나 더 마련했다. 이왕 아끼자 마음먹은 거, 한푼이라도 더 아끼고 싶었다. 2주간의 기나긴 기다림 후에 도착한 크롬북은 그 자태부터 매우 만족스러웠다. 쫀득 쫀득한 키감도 마음에 들고 생각보다 굉장히 좋은 터치패드도 인상적이다. 가장 멋진것은 단연코 패널이다. FHD도 감지덕지인 크롬북 라인업 중에서 3:2비율의 2400×1600 패널은 군계일학이다. 레티나 화면을 보는것 처럼 선명하고 깔끔하다. 알루미늄 풀바디는 저렴할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내장되어있는 펜은 S-pen은 아니라고 하지만 외형이 완전히 똑같다. 기본 제공되는 Google Keep에서의 필기감은 그렇게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구글 플레이가 지원되기 때문에 최적화가 잘 되어있는 squid같은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에서는 필기감이 매우 만족스럽다. 아이패드 에어2와 3rd party 스타일러스 펜 조합으로 필기했던 시절의 내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20~30만원대의 많은 크롬북들을 제치고 세금과 배송료를 포함하여 약 55만원정도의 같은 '비싼' 삼성 크롬북 플러스를 구매했던 것은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유는 화면, 내장 펜, 디자인. 이 세 가지로 하겠다.

처음 크롬북을 배송받고 연구실에서 개봉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지탄은 정말 대단했다. 우리 연구실의 선배님들은 아니, 우리 학교의 99퍼센트는 크롬 os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들이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물을 거금을 들여 구매하겠다는 후배에 대한 걱정이 나에게 쏟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디바이스를 더러 '거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건 크롬북을 노트북으로 쳐주지 않았던 탓인 것 같다. 그래서 괜히 더 '잘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조금 불편한 구석도 있다. 작년 9월에 2달간 맥프레 2016 13인치를 중고 구매하여 잠깐 사용했을때 맥os를 처음 접하면서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고 생각하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하지만 맥os가 그랬듯, 크롬os에도 알아보면 다 해결법이 있는 문제들인 것 같다. 안되면 웹기반 가상os 돌리면 되고, 그래도 안되면 포기하면 된다!

라이트한 사용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충분한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크롬북.

개인적으로는 참 무서운 생각이 든다. 구글이 크롬이라는 한낱 브라우저를 생태계급으로 끌어올려서 자사가 보유한 안드로이드까지 붙여버리고 있다. 내가 경험한 크롬 OS는 단순한 장난감 훨씬 이상이었다. 범용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아직 성장 중이긴 하지만 클라우드 디바이스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미국에서는 크롬OS가 교육시장 점유율을 50%나 차지하며 점점 메이저 OS로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학교 컴퓨터실에 windows 7을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프로그램 사용법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수준으로 알고있다. 우리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하다. 액티브X와 아래하 한글의 사용을 정부에서 밀어주기로 한 그날로부터 우리나라응 IT선도국의 자리에서 깔끔하게 물러났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려면 과거에 너무 갖혀선 안된다. 이미 앞서갈 수 없을 만큼 뒤쳐졌다면, 서둘러 따라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17년 12월 중순입니다.현재는 크롬북과 함께한지 어느덧 10개월이 넘었네요.
지금은 더 편한 필기를 위해 갤럭시 노트 7을 FE(Fan Edition 또는 Fire Edition)으로 재판매할 때 나눠줬던 노트 펜 플러스를 1만원에 중고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생긴 녀석이죠.

지금도 전혀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상위기종으로 가고싶은 충동이 드는 요즘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브라우저를 이용한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구글독스를 이용한 문서편집을 수행할때는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게다가 사실 이 멋진 크롬북은 맥북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트랙패드 제스처를 지원합니다. 예를 들자면 밑에서 네손가락으로 쓸어올렸을 때 애니메이션 효과들과 함께 현재 작업을 관리할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락칩프로세서의 크롬북 플러스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되긴 되나' 매끄럽지 못합니다.

내년 m7 프로세서의 신형 크롬북 프로가 나올거라는 루머가 돌고 있는데.. CES 2018에서 삼성이나 HP에서 합리적인가격의 m7 크롬북 모델을 출시한다면 저는 아마 참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약 70만원 선까지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웹기반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는 크롬북 플러스이지만 더 파워풀한 m7 프로세서와 함께라면 이들의 상당부분을 오프라인 기반으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안드로이드와 크롬 OS의 이질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거든요. 안드로이드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이식받고 있는 크롬 OS이지만 그럴수록 프로세싱 파워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현실입니다.

다행히도여전히 크롬북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입니다.
사실 재정적으로 전혀 걱정이 없다면 맥북이나 LG그램이 더 나은 선택이라 해도 할말 없습니다. 하지만 LG그램이 발표한 2018모델이나 맥북라인업이나 다들 100만원 후반대를 자랑하고 있기에 1/3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크롬북이 예뻐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구글의 업데이트 덕에 안정적인 안드로이드 구동환경과 신뢰성있는 작업환경을 갖춰가고 있는 크롬북의 매력을 여러분들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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