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내무 특별했던 이번 일본여행을~~♧)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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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 쓰는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보고 즐기고 먹고 마시고 하는 그저그런 보통의 여행이 아니었다. 가는날과 오는날 두개의 태풍을 달고 다닌, 로또의 확률 만큼이나 대박 여행이었기에 5박6일간의 여행기를 짧게나마 남겨볼까 한다.

화창한 가을날 가볍게 바람이나 쐬어볼까 하는 맘으로 시작된 가까운 이웃나라로의 짧은 여행 계획이 이토록 어렵고 힘든 시간이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어쩌다가 계획에도 없던 부모님까지 합류하게 된 덕에 70가까운 두분이 뚜벅이 자유여행으로 행여나 고생이라도 하실까봐 한달 전부터 밤잠을 못 이루며 꼼꼼하고 빈틈없이 5박6일 일정을 완벽하게 짜 놓았다.그러나 출국일에 맞춰서 때마침 불어온 태풍 짜미와 귀국일에 맞춰서 또다시 만나게 된 콩레이로 인하여 모든 일정이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어긋나고 틀어지고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들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왕창 받아야만 했던 5박6일이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참 말도 안되는 일들이 신기할 정도로 끊임없이 줄줄이 이어졌다. 한동안 욕심없이 삶의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던 내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얼마간의 욕심을 품었었고 그로인해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던것 같다. 늘 계획없이 여행을 하던 나였지만 부모님과 함께하는 이번 여행 만큼은 당신들이 좋아하실 것들을 보고 쾌적한 숙소에서 편안하게 쉬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런데 여행이 시작 되기도 전부터 나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출발 전부터 속을 썩이며 결항 위기에 놓였던 항공편은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불행히도 끝내 날아 올라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 놓았다.짜미의 거센 바람을 뚫고 무사히 착륙은 하였지만 첫날 예약된 숙소로 향하는 버스는 태풍으로 길이 막혀 교통편이 중지되어 있었다. 먹구름은 가득하고 날아갈듯 세찬 바람이 불던 그 저녁 우리는 갈곳을 잃어 버렸다. 또한 어느날엔 시티 버스표를 3만6천원이나 주고 구입 하였는데 가볍게 온천을 하고 시티투어를 하러 나와보니 3시밖에 안되었음에도 이미 버스가 끊겨 버려서 티겟이 무용지물 되어버린 황당한 날도 있었다. 물어 물어 어렵게 찾아간 맛집들의 문은 굳게 닫혀 있기 일쑤였다. 태풍으로 인하여 급하게 다시 예약한 한 숙소는 최악의 상태 였으며, 흐르는 시간에 비례하여 조금더 노쇠해진 부모님은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곤해 하시고 힘들어 하셔서 문득 문득 내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그렇게 모두가 힘겨웠던 날들을 보내고 마지막 밤이 찾아 왔다.그러나 나는 그마저도 마음 편하게 잠들 수가 없었다. 귀국 날짜에 맞추어 제주도 쪽으로 진입한 두번째 태풍 콩레이로 인하여 밤새 비는 내리고 강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비행기가 떠도 걱정 안떠도 걱정이었다. 잠 못드는 그 밤에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무엇이 불안하고 무엇이 걱정되는 것일까?'

가만히 돌이겨 보니 여행 준비부터 지금까지 나다움을 잊은채 욕심과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언젠가 읽었던 성경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거센 폭풍우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도 불안에 떨고 두려워하던 그 못난 제자들이 내 안에 있었다. 나는 그들과 조금도 다를것이 없었다.
그저 내안에 살아 숨쉬는 "온전한 그 사랑"을 믿고 따르면 되는것을 .. 믿음도 사랑도 저버리고 나는 내 일이 아닌 일들에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있었다.그런 생각까지 미치니 순간 마음이 편해지더니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날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의 세상은 어제의 세상과 다르다. 욕심과 근심과 두려움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니 어느새 기쁨이 찾아왔다. 거정스럽던 비와 바람은 언제나 내가 사랑하던 있는 그대로의 비와 바람이 되어 나를 포근하게 감싸 주었다. 이른 아침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노천욕을 하였고 땀이나면 강가로 뛰어들어 강물과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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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아웃을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짐을 맞기고 강줄기 따라서 이어진 산길을 걸었다. 때때로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내려와 그 비를 흠뻑 맞이했다. 저 멀리서 만리향 나무의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와 코끝을 휘감는다. 그 향기가 어찌나 향기롭던지 우리는 걷는 내내 향기에 휩싸여 있었다. 이제 나는 더이상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눈앞에 맞닥뜨린 거대한 폭포수 앞에서 우리는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 했다. 세찬 폭포수와 함께 몸과 마음의 묵은 때가 말끔히 씻겨내려가는 듯 했다.대 자연의 좋은 에너지가 온몸 가득히 퍼져 나갔다. 그 순간은 5박6일을 힘겹게 보낸 우리에겐 분명 축복의 시간이었다.신이 내린 커다란 선물처럼..
료칸으로 돌아와 젖은 옷가지들을 갈아입고 공항으로 향하였다.이대로 태풍으로 고립이 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예정시간 보다 한시간 늦게 우리는 비행기 탑승을 할 수 있었고 아무탈 없이 잘 날아올라 안전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안도의 순간 그토록 원망하고 미워했던 콩레이와 짜미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늦은 저녁시간 공항 버스를 타고서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주섬주섬 우산과 우비를 꺼내 입고는 짐들을 나누어 매고서 비내리는 밤길을 함께 걸었다.
그 순간 살며시 웃음이 났다.
아, 드디어 집에 왔구나~
그것도 건강하고 무사하게~~히히
(나는 아주 오래도록 이번 여행을 잊지 못하리라. 한시간 반 거리지만 남미대륙보다 더 멀게 느껴지고, 5박6일이지만 50일처럼 길었던,
태풍 짜미와 콩레이와, 엄마 아빠와, 산과 강과, 비와 바람과 꽃들과 그리고 만리까지 흘러 간다는 그 황홀한 만리향 향기와 함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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