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세계 II
슈테판 츠바이크가 그리는 모습을 계속 살펴보자. 1920년대 독일의 모습이다.
40년 동안 부지런히 저축한 돈을 애국심 때문에 전쟁채권에 투자한 사람은 빈털터리가 됐고, 그 덕분에 채무자들은 빚에서 해방됐다. 정직하게 자신에게 할당된 식료품만 받는 사람들은 배를 곯았다. 뻔뻔스럽게 법을 어기는 사람들만 배불리 먹었다. 뇌물을 바치는 사람들이 출세를 하고, 투기를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 정가대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물건은 도둑들의 표적이었고, 정직하게 돈 계산을 하는 사람은 속여 먹기 좋은 대상밖에 되지 않았다. 돈은 녹아서 증발된 상태에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어떤 기준도 가치도 없었다.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약삭빠르게 행동하고 아첨을 일삼고 뻔뻔해야 살 수 있고, 말에게 짓밟히지 않기 위해 말 위에 올라타야 하는 세상이었다.
인플레이션이 닥친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될지 츠바이크는 적나라하게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