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3개의 칼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in #kr7 years ago

선배를 만났습니다. 이 선배는 제가 직장생활 시작할 때,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본인 회사를 하고 계십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공유할 만한 내용이 있어 기록으로 정리해 봅니다.

  1. 선배는 가치투자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요. 실제 가치 투자로 돈을 꽤 벌었습니다. 회사 대표이고 대주주이니 그것만 해도 되겠죠. 그 선배와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요즘 가치 투자자들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네요"라고 했더니, 본인의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2. 선배는 예전에 소위 말하는 Deep Value Investor로서 투자를 했습니다. 자산가치 꼼꼼히 따져보고 수익가치 대비 아주 싼 주식, 소위 말해서 저 PER 주식과 저 PBR 주식을 선호했습니다. 특히, 숨겨진 자산이 많은 전통 기업을 사서 시장이 그 가치를 인지할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2000년 중반 이후로 이런 주식을 사서 꽤 많은 자금을 모았습니다.

  3. 그 후 선배는 이 자금을 여러 부분에 분산해서 투자를 했습니다. 여전히 전통 가치주를 투자하고, 일부 자금은 바이오 벤처에 투자를 했습니다. 지금이야 바이오가 HOT하지만, 2000년 후반에 바이오에 대해서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결정이죠. 결과는 아시겠죠? 이 바이오 주식들이 하나 둘 상장하면서 이 선배는 꽤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4. 이 선배는 2010년 이후로 투자 스타일에 좀 변화를 줍니다. 전통 가치주와 바이오 벤처 투자를 빼고, 나머지 자금은 소위 성장주 투자를 합니다. 내수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인터넷/컨텐츠 기업도 사고, IT 주식을 사이클 트레이딩을 하기도 합니다. 즉, 이 선배는 전체 주식 자금을 3등분 해서 투자합니다.

  5. 선배 왈, "가치 투자라고 해서 무조건 저 PER, 저 PBR만 고집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투자 3개 정도는 확실히 해 놔야 시장이 어느 측면에서 움직이던지 수익을 낼 수 있어. 너가 한 부분만 고집하다보면, 그 스타일에 움직이지 않는 장에서 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을 것이고, 그 압박감이 너를 잦은 매매로 이끌 수 있어. 너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는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3개의 칼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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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제가 물었습니다. "맞는 말씀인데, 사실 3가지 스타일을 모두 다 잘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여러 스타일을 돌려가며 쓰다가 시장과 다른 스타일을 쓰면 그것도 힘들것인데요". 이 말을 하자 그 선배가 하는 말이, "내가 너에게 스타일을 돌려가며 하라고 한 것이 아냐. 3가지 스타일에 자금을 배분해서 그 자금은 그 스타일 종목만 투자하라는 것이지. 즉, 마켓 타이밍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금을 스타일별로 배분하라는 것이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개별 기업에 대한 깊은 분석이 필요하고"

  7. 이해가 갔습니다. 시장의 특정 국면에 맞는 스타일로 변신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3가지 정도 되는 스타일의 투자를 마스터하고 각 스타일별로 자금을 배분해 놓는다면, 수익 측면에서나 심리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8. 요즘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Deep Value 스타일이 사망했다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말이죠. 시대가 변화하는데, 과거의 방식(과거의 철학과 과거의 방식은 다른 의미입니다)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봅니다. Hybrid형 투자, 혹은 적응형 가치투자가 되어야 겠습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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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insong님 안녕하세요. 아리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배울점이 많은 선배님이시네요 ^^

투자에 대한 식견이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본인 스타일에 맞는 투자를 할 것..!

암호화폐에서도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에 맞는 코인을 찾아서 투자해보면 괜찮겠네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yminsong님 ^^

자산배분이 전부이다

제가 항상 주장하고 있는 바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홍보해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하고 식견이 넓으신 선배님이시네요...!
워렌 버핏과의 식사가 인기있다던데..
두 분의 술자리에도 한 번 껴 보고 싶네요 ㅎㅎㅎ
배울 점이 많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유리멘탈인 저는 세가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만.... 마음에 새겨야 할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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