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서의 보상은 월급의 개념이 아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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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ellowboy1010 입니다.

SEGWIT2X 논쟁도 별로 재미없고, 지치기만 하는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물론 막대한 부를 축적했겠지만, 뭔가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과연 보람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보상에 대한 단상을 해보려고 합니다.

(1)자발적인 참여자에 대한 보상의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

비트코인이 2009년에 만들어 진 것 아시죠? 2009년에는 아주 최소한의 노드들 끼리 비트코인을 주고 받았는데요. 이 때 당시만 해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조차요.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이 비트코인에 '시세'가 생기게 되었는데요. '시세'가 생긴 다는 것은 '교환'이 된다는 것이죠. 이 '교환'은 법정화폐와의 교환을 의미합니다. 이 말 뜻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시겠죠? 이 비트코인이 현실세계에서 쓰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달러도 채 되지 않은 비트코인을 호기심 많은 얼리어답터들이 모으기 시작합니다. 이 당시에는 아무 가치가 없었기 때문에 장난 반 진심 반이었겠죠. 오죽했으면 피자 한 판에 10000BTC였겠습니까(이 피자 사장님 지금 뭐하시려나?)

최초 비트코인에서의 보상은 뭐냐면... "비트코인 시스템 돌릴라면 너네의 도움이 필요해. 근데 내가 줄 건 없어. 하지만 도움을 주겠다면 쓰일 지 안 쓰일 지 모르지만 비트코인을 좀 줄게."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 몇 년 째 외로운 시스템으로 남아있었던 것이죠.

그러다가 거래소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오묘하게 걸친 거래소들이 다량의 비트코인을 사고 팔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부자들이 하나둘 생기게 되었는데요. 1달러였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죠. 그러니 호기심 많은 얼리어답터들은 졸지에 부자가 된 것입니다. 이 분들 중에 비트코인의 '가치'를 본 분이 얼마나 됐을까요? 정말 이 비트코인은 나중에 100만원 1000만원이 될거야 라고 시작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자가 생기고 나니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비트코인이란 무엇인지는 안중에 없습니다. 비트코인을 사면 '돈'이 생긴다는 시선들이 많아집니다. 이 때, 조금 지식있는 사람들이 채굴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채굴을 하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그 옆 사람은 조금 더 똑똑한 바보입니다. 비트코인은 문제가 많으니 다른 코인을 만들어 팔자고 합니다. 비트코인의 사례를 본 사람들은 혹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고자 합니다. 다단계로 변질됩니다.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합니다. 피해자가 속출하게 됩니다.

다시 돌아가 생각해보면, 비트코인의 보상은... 처음에 아무도 참여를 안하려고 하니, 그렇게 되면 시스템을 운영할 수가 없으니, 참여자들을 모집하고자 했던 보상입니다. 이 보상은 떼부자가 되어 떵떵거리게 해주겠다는 보상의 개념이 아닙니다. 카이버 네트워크에서 리저브 매니저 있죠? 이 리저브 매니저가 최초 유동성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비트코인의 채굴자들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뭔가 자본이 돌고 돌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채굴을 하려면 전기료가 드는데, 최소한 이 전기료 만큼은 보상이 되어야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기에, 그 정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입니다. 만약 그 이상의 보상이 전제가 되었고, 이 것이 백서에 포함되었으면 진작 사람들이 참여 했겠죠.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은 다단계가 되었을 것입니다.

(2)변질된 보상의 개념

이제 사람들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자발적 참여에 대한 보상 보다는 내가 참여를 해줄테니 '대가'를 달라는 식입니다. '대가'의 기준은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커져버린 대형 시스템에서 주는 보상이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에 나왔고 지금은 8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새로 나온 프로젝트는 지금 당장 내 눈앞에 100만원 1000만원을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건 더이상 최초의 보상 개념이 아닙니다. 이 것은 말 그대로 직장을 그만두고 여기에 참여할테니 내 생계를 유지시켜 달라는 '대가'의 개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저도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제가 만든 코인을 만들어 판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10배 100배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자신이 없고요. 정말 제가 그걸 만들 수 있는 길은 아무 것도 모르는 분들 모아다가 투자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저 또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겠지요. 그냥 돈만 바라보고 사는 거지, 진짜 블록체인 세상을 만드는 것과는 동떨어지게 됩니다.

인간은 이익을 좇는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게임이론과 치킨게임은 분별해야 합니다. 게임이론은 참여자 전원이 이로울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인데, 지금의 모습은 치킨게임입니다. 누구 하나는 죽어나가고, 그 사람의 재산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가는, 어떻게 보면 뺏고 뺏기는 싸움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승리하는 자는 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근데 여기서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니가 좋은 거 만들어 보던가...'

누군가가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탈중앙화된 체계가 아닙니다. 만약 제가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으면, 그럼 암호화폐로 하지 않고 중앙화된 시스템을 만들어서 부를 축적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블록체인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뭔가 나름의 평등 관계를 추구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흥미가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누구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될 수가 없습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시스템은 혁신이 아닙니다. 기존에 있었던 시스템이죠. 대량 생산 시기에 관료 조직으로부터 통제된 조직 모델은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탈중앙화이기 때문에 혁신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3)우리가 보상을 바라보는 관점

저는 블록체인의 느린 성장을 바랍니다. 기술의 속도가 사회의 속도를 앞지르게 되면, 혼란이 일게 됩니다. 그리고 성숙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최근 스팀잇 논란도 제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논쟁 그 자체는 좋지만, 지나친 욕망의 충돌은 생태계 이탈자를 야기시키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도 그렇잖아요. 다들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신념을 추구하다가 각종 사화를 일으키는 것처럼요. 이 것이 말은 신념이지만 사실은 욕망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의 보상이 노동의 관점을 재정의 했다는 부분에서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블록체인의 보상이 회사다니면서 받는 월급보다 훨씬 크기에 혁신이라고 한 점에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직 그만한 가치가 있지는 않습니다. 마이닝 업체들은 지금 직업과 투기 수단으로 접근하고 이기 때문에, 자꾸 변질된 논란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보상이 이렇게 적다고 하면 블록체인에 투자를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저는 프로젝트 코인을 1억원 어치, 2억원 어치를 샀다는 얘기는, 회사의 더 많은 지분을 갖는 다는 의미있고 더 책임감 있게 회사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입니다. 좋은 회사는 기초체력이 튼튼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회사의 CEO는 장기간 회사를 운영할 것을 생각하지, 단기간에 대박이 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이 것이 프로젝트의 진정성이죠. 회사의 CEO는 진정으로 사회에 이로운 제품을 만들어 부를 축적하고자 합니다. 부를 축적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진정한 제품을 통해 축적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때까지 인고의 세월을 견딥니다.

코인으로 Exit을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를 변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코인을 샀든 주식 투자를 하는 것처럼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젝트, 꼭 성공했으면 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그 프로젝트가 걸음마를 떼고 세상에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좀 뭔가 훈훈한 얘길 쓰려고 했는데, 또 찬물 끼얹는 소릴 한 건지 모르겠네요...ㅎㅎ

아무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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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옐로우보이님 포스팅을 보면 직관적이면서도 설득력이 강한거 같아요. ㅎㅎ
재밌는 포스팅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야 그냥 한풀이 정도로 쓰는 글인데, 이렇게 공감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ㅎ 앞으로 열심히 포스팅 하겠습니다 ^^

근데 옐로우보이님 흰수염 해적단 팬이신가봐요? ㅎㅎㅎ

오~ 흰수염 해적단을 알아보시다니 진짜 반갑네요. ㅎㅎ 저 원피스 광팬이거든요 집에 피규어도 많고... 흰수염 정상결전보고 엄청 울었어요. ㅎㅎ 흰수염 너무너무 좋아요~!~! ㅎㅎ 흰수염 코인 만들면 가격이 똥이라도 살 거에요 ! ㅎㅎ

ㅋㅋㅋ 저도 원피스 애니로 1화부터 지금까지 다 봤구요 일주일을 원피스 보기위해 기다린답니다.
정상결전은 원피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지요. ^^
스팀잇에서 원피스 팬을 만나니 더 반갑네요. ㅎㅎㅎ

아~ 또 원피스 동지들만이 느낄 수 있는 이 끈끈한 전우애 ㅎㅎ 정말 반갑습니다!!! 요즘은 꼬박꼬박 챙겨보지는 못 하지만, 여전히 원피스를 사랑하죠 ㅎㅎㅎ 앞으로 자주 교류해요!!!

말씀하신대로 짧은 시간동안 급등한 가격을보고 갖게된 장미빛 환상을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ㅎㅎ 하지만 저의 의도는 급등한 가격 때 팔거나 하지 말라가 아니라,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것이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마지막 부분에서 격하게 공감힙니다
투자한 코인이 잘 성장해서 블록체인 생태계가 건강하게 조성되는데 일조했으면 합니다

네ㅎㅎ 그래도 가끔 폭등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이로운 것 같습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확실히 맞는말이네요

동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글 썼는데, 좀더 잘쓸 걸 하는 후회도 드네요 ㅎㅎ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천천히 발전했으면 합니다. 요즘 가상화폐 시장은 너무 투기적으로 변질되고 있어서 아쉽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제가 투자한 코인이 빠르게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분명 있지만, 한편으론 정말 분산 공동체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ㅎㅎ

냉수 먹고 속차리란 이야기 같아 찔립니다 ㅎㅎㅎㅎ

아아 진짜 그런 뜻은 아닙니다. ㅎㅎㅎ 원래 제 의도는 찬물이 아니었고, 뭔가 욕심이 너무크면 실망도 큰법이니,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라는 것이었는데, 쓰다보니 제 떨어진 코인 가격이 생각나서 분노의 글쓰기가 되어버린듯 ㅎㅎ

@yellowboy1010님 리스팀을 통해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관심있는 분야라 글에 빠져들었습니다
팔로우하고 자주 찾아 뵐께요~~

헉, 또 어떤 천사 같은 분들이 리스팀을 해주셨군요... ^^ 제가 2년 넘는 시간 동안 고민을 했던 내용을 한 번 담아봤습니다. ㅎㅎ 자주자주 교류해요 ! 저도 맞팔 했습니다 ^^

기술적 발전 속도가 사회적 발전 속도보다 빠르면 안된다는 얘기 잘생각해보니 너무 공감되네요 ㅎ

갑자기 문득 고등학교 때 사회문화 시간에 배운 아노미적 현상이 떠올라서 흥분해서 썼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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