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다문화 학교 / 김명국
시안 방학(放學) 내자 꼼짝없이 집에만 갇혀 사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놈 밤낮없이 손바닥만 한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것 영 못마땅해서
하루는 무릎을 탁 치며, 대산에 매산초등학교가 있으니 미동엔 미동초등학교를 개교(開校)해 분교장 노릇이나 한번 해보겠노라 단단히 마음을 잡숫고는,
초중생을 위한 엣센스 기초 한자사전까지 사비로 구입해놓고 감투도 구레나룻도 없이 훈장(訓長) 노릇이다
눈이 오면 눈이 온다고 해찰도 하고 고드름도 따고 화장실 가고프면 종소리 맞추지 않아도 아무 때나 선생 눈치 안 보고 화장실도 들락날락거리는 곳
처음 문을 열었으니 그날은 무조건 아무것도 않고 하루 놀아야 하는 거라며 달랑, 구렁이 담 넘어가는 소리를 해가며 까부는 학생 하나가 전부인, 따분하기로 치면 한없이 따분한 시골, 밥상이 책상이고 분필도 칠판도 없는 방학 기간 내내 개교한 그 학교가 며칠을 못 버티고 금방 나자빠져 폐교(廢校)나 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인,
마트도 없고 롯데리아 맥도날드도 없는, 어쩌다 켜진 가로등 눈 오는 불빛 속 문 닫은 빈집들이 하나 둘 늘어만 가는 골짜기 상록수 다문화 학교
[출처] 시인동네 시인선 154, 김명국 시집, 『배불뚝이 항아리 사내가 사는 우리 동네』|작성자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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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gr.with (75) 5 year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