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c life] ep.1 우리들의 미래 이야기, "오늘은 장사 안해요"

in #kr5 years ago (edited)

우리 커뮤니티에 현재의 운영진이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 이곳엔 아이들이 많이 와서 놀았다고 하더군요. 아이들만을 위한 방도 있고, 아이들을 잘 보는 선생님도 있었고, 엄마들은 잠깐동안 사랑하는 아이들과 떨어져서, 아이들을 맡겨놓고, 그래서 아이들을 더 사랑할 수 있었겠죠. 사랑할 수록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부모에게도, 연인이게도, 아이에게도… 요샌 우리 커뮤니티에 그런 구성원이 없어져서 모두 어른들만 있죠.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일입니다. 일단 한 번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 약 20년 가까이 휴가란 거의 없는 삶이 됩니다. 비록 누구보다, 무엇보다, 사랑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어른들의 공간을 송두리째 박살내 버리는 아이들은 비록 귀엽고 예쁘긴 하지만 좀 더 말을 잘듣고, 좀 더 의젓하고, 좀 더 조용해 주길 바라죠. 즉, 말잘듣고, 의적하고, 조용한 것은 훌륭한 점이 아니라 그냥 어른들이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일방적인 마음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게 옳아서인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될겁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랬듯 말입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이 결코 좋지 않습니다. 딱 5분.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사랑스럽고 이뻐보이는 시간이죠. 5분이면 아이들은 어른들을 충분히 지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에겐 아이들에게 잘 대해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비록 내 아이들은 아니지만요. 아이들을 대할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제가 어릴 때 어른들에게 받았던 기억들입니다. 어른들이 나에게 어떤 표정과 말, 해동을 했을 때 그게 나한테 의미가 있었는지 끊임없이 복기합니다. 물론 거기엔 지금에서 뒤를 돌아볼 때 인생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큼 강력한 어른들의 인상이죠. 10살이 안팎의 어린 나이에 어떤 기억들은 매우 강력하고 커서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데도 큰 의미를 가진다는 걸 확신합니다. 어떤 건 긍정적이고, 어떤 건 부정적으로 말입니다.

어른들은 대개 아이들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 지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지능은 일정부분 선천적이고 기능적인 것이어서 매우 중요한 척도지만, 인생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인생을 결정하는 건 정서죠.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길을 찾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멍청하게도 - 이렇게 말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을만큼 - 지능이 중요했던 시절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 합니다. 그들이 가진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은 철저하게 차단시킵니다. 셀프학습. 스스로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은 마치 스팀잇 스파의 이자가 붙듯 계속 불어나갑니다. 즉, 정보습득방법이 이미 체화되었기 때문에 동일한 시간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죠.

많은 부모들의 애착은 그런 창의력 키우기를 또 다시 가르칩니다. 한마디로 답이 없군요. 뭐 그마저 사랑에서 나왔을테니까 탓할 수만은 없겠습니다. 말이 길어졌군요. 평소 아이들의 교육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풀어놓다보니 장황해 졌습니다. 사실 오늘 하려던 이야기는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와 별로 상관없는 다음의 이야기랍니다.

우리 커뮤니티에 나오는 꼬맹이 남매가 있습니다. 정서가 건강하고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이죠. 물론 해외에서 영어교육을 받고, 현지 언어를 하다보니 영어와 태국어를 곧잘 합니다. 아직 많이 어린데도 종알종알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참 귀엽죠. 글자도 막 그리고는 하는데요, 로마자 알파벳도 그리고, 태국문자도 그리고, 한글도 그립니다. 뛰어노는 걸 당하고 - 당한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 나면 지치기도 하지만, 뭔가 늘어져 있던 생기가 다시 솟아나는 마법같은 에너자이들이죠.

일요일 마다 정기모임이 있는데요 이 말썽꾸러기들은 모여서 우리가 공부하고 난 화이트보드에 뭔가를 쓰고 그리기를 좋아하는데요. 가끔은 제가 그 나이때는 잘 몰랐던 표현이나 어휘들을 써 놓거나 말할 때면 좀 놀랍습니다. 그런걸 경험하면서 느끼는 점은 그렇게 더 나은 인류가 태어나면서 세상은 발전하는거구나 하는 걸 체감하곤 합니다. 어제도 갑자기 끝말잇기를 하자고 하면서 들어왔는데 '엄마'로 시작해서 '마지막'이라고 응수하고는 이겼다 하고 오버스런 함성을 질렀더니 갑자기 '막장드라마'라고 해서 정말 많이 놀랐답니다.

월요일엔 자질구레한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인데, 화이트 보드에 비뚤비뚤 글을 써 뒀기에 뭐라고 했는지 보니 세상에,

장사하는 부모님도 아니고 아마도 차타고 가다가 한국식당 같은데서 본 것 아닐까 싶은데, 늘 보던 것도 아닐테고, 한 두번 스치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외어서 다시 썼겠죠. 칠판에 낙서하면서 저런 기억을 떠올리다니 참 재미지단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놨군요. 똘똘한 저 아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가 될 날을 즐겁게 기다리며.

"오늘은 장사 안해요"

이상 @ybc였습니다. 모두 한 주를 즐겁게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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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말도 잘 하고 잘 놀죠~~
제가 자랄때와 같은 부분도 있지만 확실히 빠르고 다른 부분이 많은것 같아요~ 막장 드리마!! 완전 대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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