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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kr6 years ago

고등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였다. 나와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세명은 작은방에서 생활했다. 절대로 시험 몇 달전부터 미리 예습 복습을 하지 않는 터라 그날도 벼락치기 중이였다. 실업계 고등학교라서 시험답안만 외우면 되었기에 전날 답만 외우고 찍어도 90점이상은 그냥 나왔다.

시험이 3일째였고, 내일은 미술과 음악시험 그리고 다른 시험들이 있었다. 바로 옆자리에는 곤히 자는 두 동생이 있었고, 시간은 새벽 2시반.

등 뒤에서 엄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이 시간에 엄마가? 하면서 뒤를 돌아봤다가 까무라칠뻔 했다. 방문이 닫히는 벽쪽으로 긴 곱슬머리의 젊은 여성이 내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한차례 내이름을 더 부르며 천천히 다가오는데 그 여성은 목만 허공에 떠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역시 이건 꿈이라고, 어제 답안 외운다고 잠을 똑바로 못잤더니 헛것이 보인다면서 고개를 돌리고 책상에 몸을 웅크렸다. 질끈 눈을 감고 십여분을 그러고 있었다. 사방이 조용한탓에 슬며시 고개를 들고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그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고 시계를 보다가 어떻하지. 아직 덜 외웠는데라며 팔에 돋은 닭살을 만지며 세상 편하게 자는 동생들을 한참을 바라봤다. 그래. 환영을 본거겠지. 평소에 망상을 많이 하는데 피곤하니 별게 다보여 하며 다시 책을 보는데 집중이 안됐다. 그래서 동생곁에 파고들어 손을 꼭 잡고 잠들었다. 진짜 엄마를 깨워서 묻고 싶었지만 너무 이른시간이였다.

그 여자환영을 본 후 다음날 시험때는 일부러 바닥에 상을 펴고 앉아 문쪽을 보며 공부했다. 등뒤에서 그런 모습을 한 여자를 다시 보고 싶지도 않았고, 방문도 일부러 활짝 열고 거실과 방 안에 불도 다 켜놨다. 다행히 다음날은 아무일도 없었고, 그렇게 시험이 끝났다. 그리고 역시나 내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내 이야기는 친구들이 뭐 재밌는 얘기없냐 하면 나오는 귀신본 썰이 되어 전해져갔다.

그리고 딱 한달 후
우연히 가족앨범을 보게 되었다. 이유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도 동생의 숙제중에 가족사진이 필요한것이 있었던 것 같다. 필요한 사진을 꺼낸후 우연히 엄마의 앨범을 보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각자의 앨범이 한권씩 있었고, 엄마의 앨범은 아주 오래되어 겉이 너덜거리는 지경이었다. 아마도 처녀적부터 갖고 있었으리라.

처음 앨범을 넘기면 엄마의 아기시절 사진이 나왔고 중학교 고등학교시절 흑백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아가씨가 된 사진들 사이에 증명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그 여자는 새벽에 봤던 그 얼굴이였다. 이미 몇 차례 엄마의 앨범을 봤었는데 그 증명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는건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항상 앨범을 휙휙 넘기며 건성으로 봤던 것이다.

당장 엄마를 불러 앨범을 보여주었다. 이 여자는 누구냐고 하니 엄마도 그 증명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본인인것 같다고 했다. 정말 하나도 똑같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그 사진속 긴 곱슬머리 시절 엄마사진이 더 있는지 찾아봤지만 사진속 엄마는 그냥 긴생머리에 여성이였다.

글을 쓰다 생각해보니 포토샵기술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올 법도 했을텐데...이목구비, 얼굴형 무엇하나 닮지 않은 그 여성의 사진은 절대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혹시 엄마가 쌍둥이는 아니였을까? 하고 동생에게 말하니 언니가 잠을 안자서 헛것을 본거라고 말했고, 그런가보다..하고 이 사건을 잊게 되었다.

그리고 1년뒤, 여동생이 중간고사 기간 아침에 날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새벽에 엄마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여성을 봤다고. 소름이 돋았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것을 목격한 것이다.

왜 그녀는 엄마의 목소리를 가진채 우리를 불렀고, 증명사진속 엄마는 낯설었는지, 그녀가 만약 엄마가 맞다면 하필 아직 살아계신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인지, 그리고 왜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는지 알 수 없었다. 정말 엄마가 쌍둥이 였을까? 분명한건 지금은 그 집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봤던 장면은 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글을 쓰는데 오싹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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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얌얌님. 수필을 맛깔나게 잘 쓰시는군요. 잘 읽고 갑니다.
항상 화이팅하세요. ^^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이런거조아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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