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영화 <독전, Believer> 후기

in #kr6 years ago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거칠게 표현한 영화"


독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보고싶었던 나는
독전이 왜 이렇게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독전에 대한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기대를
별로하지 않았던 탓인지 영화는 예상외로 좋았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영화의 주요 소재는 '마약'이다.

세상이 더럽기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댄다고 수정이는 말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을 위한 마약을 파는
사람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판매하면서
자신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간다.
행복을 파는 사람들 중 가장 최상위에 있는
'이선생' 은 가장 불행한 인생을 살고있는 사람이다.


"넌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 있니?"

결말부분에서 오랜 시간 '이선생'을 추적하다 결국
그와 대면하게 된 형사 원호는 이선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외발의 총소리와 함께 화면속에서 점차 사라진다.

이 열린 결말에 대해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내가 생각했던 두 가지 결말에 대해서
서술해보려고 한다.


먼저 이선생(류준열)이 권총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이다.

행복한 적이 있었냐는 원호(조진웅)의 물음에
이선생은 따로 대답하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약에 취해서
죽게 되고, 다른 가족의 손에 길러진 이선생은
평생 정글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만을 배워왔을지 모른다.

그는 자신을 쫓고있는 원호에게 믿는다는 표현을 강조한다.
이렇듯 무색 무취의 삶을 살아온 이선생은 타인을 믿어본 적이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한 이선생은 자신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원호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원호가 이선생을 향한 감정이
분노나, 증오와 같은 감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원호가 지닌 '신념'의 무게를 확인한 이선생은
'믿는다'는 표현으로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는지 모른다.

이렇듯 자신을 끝까지 쫓아온 그와 대화를 나누다
행복을 느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을 수도 있다.

자살이라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타인에게 행복을 팔았던 자신의 인생이
그저 허망한 것이었음을 드러냈다고 본다.

행복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가슴 한켠에 자리잡은 작은 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라이카'라고 불리던
강아지를 항상 데리고 다니던 이선생은
무색무취의 자신에게도
기댈수 있을 만한 믿음의 대상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원호'가 자살을 택한 경우이다.

이선생을 오랜 시간 쫓아오던 원호는
결국 이선생과 맞닥뜨리게 된다.

'수정'이라는 소녀를 희생하면서까지
이선생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원호는
이선생의 실체를 보고 실망을 했을지 모른다.

그가 생각했던 악마와 같은 이선생과 달리
현실의 이선생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행복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을 즐기고,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에
만족감을 얻는 악마의 모습이 아니라
타인과 다를바 없고, 오히려 타인보다 불행한
삶을 살아온 그를 보고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원호가 형사를 그만두기 전 자신의 팀원들에게
했던 말은 이러한 의미를 부각시킨다.

너희들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오랫동안 누구를 쫓다보면 '내가 무엇을
쫓고 있는지', '왜 그 사람을 쫓고 있는지'에 대해
잃어버린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자신이 사력을 다해 쫓은 사람이
행복을 느껴본 적도 없고, 타인보다 불행한
삶을 살아온 한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원호는 그 허탈함에 자살을
선택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감독의 이러한 결말 선택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행복함'에 대한 정의는 사람에따라 모두 다르다.

영화 속에서 행복을 얻기위해 마약을 선택한 이들은
모두 결국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다.

현실에서의 우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행복을 찾기 위해 열심히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결국
행복에 가까워지겠지" 라고 마냥
우리를 현실에 몰아넣을 세울뿐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성공한 마약상으로서 많은 돈을 가진 이선생도
꼭 이선생을 잡고 말겠다는 꿈을 가졌던 원호도
결국 행복에 이르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봤던
'속도를 줄이시오'라는 표지판은
오늘따라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에게는 무턱대고 삶을 살아가야할 것이 아니라
삶을 살펴보고 천천히 한발자국씩 나아가는 것이
가장 필요해보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독전은 마약과 관련된 영화이기 때문에
다소 거친부분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장면들이 '과도하게 폭력적인'
부분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수라'가 그랬던 것 처럼 폭력과 관련한
과도한 장면들은 오히려 영화의 주제를 표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러한 점이 조금만 더 부드럽게 표현되었다면
훨씬더 감명깊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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