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퀴어’의 가면을 썼다.

in #kr5 years ago (edited)

아이유가 ‘퀴어’의 가면을 썼다.

바로 이경미 감독의 영화
<러브 세트>에서다.

이 영화는 지난번에
포스팅한 ‘키스가 죄’와 같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 중 하나다.

이경미 감독은 은밀한 상징들로
두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표현한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 숨겨진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엘렉트라 콤플렉스’

영화는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드러낸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반대말로
여성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성적 애착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아이유는 몹시 기분 나쁜 듯
자두를 베어 물며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의 테니스 경기를 구경한다.

영화 속 테니스 경기에서
표현되는 ‘소리’와 분위기를 보아
테니스 경기는 성관계를 연상시킨다.

이후 아이유는
자신의 친구에게 연락해
아버지의 애인을 꼬셔달라고
요청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절정에 달하는 지점이다.

사실 감독이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것은
영화의 큰 틀인 ‘페르소나’와 관계있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프로이트가
기초를 세우고 칼 구스타프 융이
이름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를 정의한
‘융’을 강조하기 위해
감독이 의도적으로
이 개념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개념은
관객을 혼란시키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아버지와의 테니스 경기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고,
아이유가 아버지와 경기를 하면서도
배두나에게 계속 신경을 쓰면 서다.

사실 아버지와의 ‘사랑’은
아이유에게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이후 배두나는 아이유에게
‘나랑 한판 할래?’ 하며
다분히 성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안을 한다.

아이유는 경기에 앞서
화장을 고치며 배두나에게
매력을 어필하려 노력한다.

아버지가 아이유와 배두나를 보며
“한판 해, 둘이 잘 어울리네”라고
말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두 사람의 경기는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관객들은 두 사람의 테니스 경기를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해야 한다.

경기 중간중간 그려진
섹슈얼한 장면들은
관객들이 직접 찾아볼만한
포인트다.

흰색의 양말을 신은 아이유의 발에
피가 젖어드는 것을 ‘처녀성’의 상실로
표현하거나,

사랑에 있어서의 ‘성숙’으로
표현하는 지점들은 다른 리뷰어들처럼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결국 아이유는 한판도 이겨보지 못하고
‘러브 세트’로 경기를 패배하게 된다.


페르소나

‘페르소나’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자면
아이유가 페르소나를 벗어나는
진행과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흔히 페르소나를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 질서, 의무 등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본성을 감추는 것,
또는 감춘 인격으로 표현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아이유에게
‘이성 간의 사랑’도 일종의 페르소나로
볼 수 있다.

영화는 여성과 여성의 사랑을 그리면서
페르소나를 벗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감독이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굳이 사용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꼬집기 위함이었다.

동성 사이의 사랑보다
오히려 아버지를 사랑하는 현상이
더욱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러브 세트(love set)라는 제목이
단순한 스포츠 용어일 뿐 아니라
‘사랑의 대상을 설정하다’(set)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라는
과한 추측도 가능하다.

아이유가 배두나에게
‘결혼 안 하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것과,

이에 대한 화답으로 아이유의
손가락을 문지르며
‘난 안 해’라고 답한 것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테니스를 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의 대상이
명확해졌음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다.


‘페르소나’ 시리즈 전반을 보며
느낀 것은 영화 전반의 젠더 감수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앞서 포스팅했던 ‘키스가 죄’ 뿐 아니라
‘러브 세트’ 역시 이러한 젠더 감수성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남자 등장인물들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저 공이 오가는 것을
이리저리 쳐다보는 역할과 같은
영화의 부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남성의 역할이 제외된 주체적인
‘여성’의 사랑을 포커싱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점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 영화계가
더욱더 ‘젠더’ 코드에 민감해질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칫 러브 세트의
섹슈얼리티는 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자칫 외설적으로 보일만한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퀴어를 세련되게 드러냈다고
평하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던 포인트가 있다.

배두나와의 대결에 앞서
아버지가
“괜찮아 어차피 너 질 거야”라고
아이유에게 말을 건네는 지점인데
이 문장은 어떤 의도로 표현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감독님을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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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박봇 입니다.
보클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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