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똥차에 관한 슬프고 아름답고 냄새나는 이야기
똥차, 하면 뭐가 생각나십니까?
우선 진짜로 똥을 싣고 다니는 차, 분뇨차가 떠오르시겠죠.
어떤 분들은 그 차를 보면 복권을 사기도 하시구요.
그런데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에 나오는 똥차는 분뇨차는 아닙니다.
똥차가 아닌데 똥차가 되어버린 자동차 이야기죠.
여기 슬픈 이야기도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고, 구린내가 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부디 즐겁게 읽으시기를 빕니다.
1. 하나, 슬픈 똥차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이 얘기가 끝나면, 이거 언제 적 얘기야? 쌍팔년도 유머 아니야! 하실 분이 분명히 있으리라. 그래도 이건 클래식이니 반복해서 들어도 나쁠 건 없다. 그래도 지루하실까봐 약간의 각색도 할 테니 일단 한번 들어, 아니 읽어보시라.
땡볕이 내려쬐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고 있었다. 때는 어느 때냐 하면 버스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던 시절, 안내양이 내리는 사람에게 토큰이나 회수권을 받던 시절이다.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길 버스는 냉방이 지금처럼 잘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땀과 냄새가 서로 뒤섞여 아침부터 불쾌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몇 정류장을 그렇게 서로 부딪치면서 가다가 참다못한 승객 한 명이 어느 정류장에 이르러서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사람을 태울 자리가 없는 만원 버스에 또 많은 승객이 탑승하고 있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독자들이라면 이 승객의 짜증스런 그 한마디를 충분히 아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모를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그분은 운전기사가 들으란 듯이 이렇게 말했단다.
“뭐 이렇게 많이 타! 이런 똥차에 대체 몇 명이나 태우려는 거야?”
매일 같이 이 버스를 타고 다니는, 곁에 서 있던 서민들은 그 한마디에 뭔가 참고 있던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기사님, 이제 그만 태워요!”
“젠장! 버스 좀 많이 늘리면 안 됩니까! 그런데 누구한테 얘기해야 하는 거야?”
“어휴, 지겨워! 확 전쟁이나 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와중에도 출근길에 지각을 면하려는 사람들은 꾸역꾸역 버스에 올라왔다. 그러자 처음에 불만을 터뜨렸던 승객이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씨발, 이놈의 똥차 언제 출발할거야!”
그러자 드디어 화가 난 버스 기사는 자신의 일터인 버스를 똥차라고 부른 것에 대해 이렇게 응수했다.
“아, 이 양반아, 똥들이 다 타야가지!”
이 이야기를 처음에 들었을 때는 웃는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이 이야기는 참 슬픈 이야기다.
2. 둘, 아름다운 똥차 이야기
십년 전, 운전면허를 따고 곧바로 차를 사서 몰고 다니던 시절이다. 운전이 미숙했기 때문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가다가 주차해 있던 차를 살짝 긁었다. 야외주차장이었고 밤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긁혔는지 환히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긁히긴 긁혔다.
조금 더 조심할 걸. 후회가 막심했지만 일단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받네, 하고 끊으려고 할 찰나 저쪽에서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았다.
“밤늦게 죄송한데요, **** 차주 되십니까? 제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선생님 차를 좀 긁었는데요, 내려와서 좀 보시겠습니까?”
나는 전화기 너머의 그 ‘차주’가 분명히 짜증을 내거나 화부터 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세상엔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많다.
“아하, 그래요? 내가 지금 막 샤워를 마쳐가지고 내려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 아, 됐습니다. 그 똥차, 타고 다니다가 여기저기 상처 난 데도 많은데요. 신경 쓰지 말고 가세요. 그냥 안 가고 전화 줘서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한동안 내가 긁은 그 차를 살펴봤다. 눈에 어둠이 조금 더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 차에 나 있는 상처들이 아까보다 더 잘 보였다. 그러나 웬걸, 주인은 똥차라고 부르는 그 차가 내 눈엔 참 아름답게 보였다.
3. 셋, 구린내 나는 똥차 이야기
몇해 전 일이다. 어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릴 일이 있었다. 그래서 차를 끌고 갔다. 구내 주차장에 주차를 잘 해놓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나와서 차에 실었다. 굉장히 두꺼운 책들이어서 무게가 꽤 나갔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운전석 차문을 열고 책을 조수석에 놓다가 본의 아니게 엉덩이로 문을 밀었던 모양이다. 내가 ‘밀었던 모양이다’라고 쓴 이유는 그게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옆 차의 문에 작은 흠집을 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운전석에 앉아 방금 빌린 책을 훑어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옆 차의 ‘차주’가 내 차 문을 벌컥 열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가요?”
50대쯤으로 보였다.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쏘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맞네. 맞아. 여기 딱 맞잖아!”
다짜고짜 ‘맞다’고 해서 뭔 말인가 했더니만 그 사람은 자기 차문에 살짝 흠집이 난 것을 가리키면서 거의 울 것 같이 소리를 쳤다.
“이거 어떡할 거야?”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내 차의 문짝과 그 차의 흠집이 딱 맞는 거 같았다. 더구나 굉장히 고급 승용차였고, 정말 오늘 공장에서 나왔다고 해도 믿을 만큼 반짝반짝 빛났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사과부터 했다. 그런데 정중하게 사과를 했는데도 그 사람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내게 모욕적인 말을 쏟아놓았다.
“이거 며칠 전에 뽑은 새 차야. 차도 사람 몸하고 똑같아. 함부로 굴리고 다니면 안 되지. 자기 몸을 함부로 굴린다고 남의 몸을 망치면 안 되잖아. 이걸 어쩔 거야? 안 돼, 용서할 수 없어. 돈으로 물어내야 반성을 한다구. 그냥 용서해주면 또 이럴 거야. 또 이럴 거라구. 조심해야지. 조심!”
나는 혹시 이 50대가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아무리 정중히 사과를 해도 예전의 그 아름다운 똥차 주인처럼 그냥 가라고 할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똥 밟았다는 심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보험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얼른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서 사건 접수를 했고, 접수 번호를 받았다.
“저기요, 금방 문자가 들어올 거예요. 접수 번호 있으니까 수리 받으시면 됩니다.”
그러자 이 50대는 약간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까 내게 무대포로 쏟아놓았던 ‘모욕’에 대해서 사과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까 하신 말씀 말예요. 그거 완전히 성희롱으로 걸리는 거 아십니까? 몸을 함부로 굴리다니요? 제가 만약 여자고 선생님이 남자였다면 그거 완전히 고소감인 거 아시나요? 그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 말을 하자 이 50대 ‘여자’는 화들짝 놀라면서 “아, 그건 미안해요!”라며 존댓말을 갑자기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돈으로 물어내야 반성을 한다”고 내게 소리친 걸 의식했던 것이리라.
“그건 미안해요. 아까는 정신이 없었어요. 이게 며칠 전에 뽑은 새 차라서. 그리고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고... 미안해요. 내가 그러고 보니까 남의 실수에 돈이나 막 받아내려고 하는 그런 교양 없는 사람 같았네요. 제가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요. 우리 남편도 회사를 경영하고 또 회사에 차가 열 대나 있는 사람인데.... 아까 내가 한 말은.... 그냥 화 푸세요.”
이 사람은 사과하는 방식도 약간 광인 같았다. 나는 갑자기 정신적으로 너무나 피곤해져서 그만 얘기를 마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이상한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교양 없이 보이기는 절대 싫다는 그 사람은 ‘며칠 전에 막 뽑은 새 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 차의 광고를 본 적이 있었다. 이런 광고문구가 있었다.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의 차가 말합니다.’
그러나 차는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한다. 그 차를 타고 다니는 인간의 언행이 그가 누구인지 말할 뿐. 살다 살다가 ‘며칠 전에 막 뽑은 새 차’에서 똥냄새가 나는 건 처음 봤다. 정말 구린내 나는 똥을 싣고 다니는 똥차였다. 아마도 그 똥은 돈을 먹고 싼 것이어서 악취가 더 심했는가 보다. ▒
조금 늦었죠?
1일 1포스팅해주시면^^ 짱짱맨은 하루에 한번 반드시 찾아온다는걸 약속드려요~
네.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