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해도 이거 하나는 건지겠지

in #kr6 years ago (edited)

상한선과 하한선

퇴사, 혹은 이직을 앞두면 다음 회사에 바라는 점이 마구 떠오른다. 연봉, 복지, 위치, 심지어 같이 일할 사람의 성향까지 생각해본다. 이런 바람들이 꿈에 그리는 이상형에 가까운 '최대값'이라면 그와 반대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최소값'인 것 같다. 되면 좋은 거 말고, 이건 꼭 이래야 해! 하는 것.

내 경우엔 그게 회사의 '사업 분야'였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예상해보기 위함도 있지만 실제로 일을 하게 됐을 때 억지로라도 매일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는 거니까.

개망해도 하나는 건지겠지

당시엔 쩌리였던 직방에 (나만의 확신으로) 들어가기로 했을 때 주변으로부터는 그런 데 왜가. 월급 안 나오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을 듣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 속엔 '그런가?' 하는 작은 흔들림과 동시에 '뭐.. 망해도 부동산 공부는 하겠지'하는 생각이 동시에 피어났다. 사실은 그냥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스스로 만든 구실 같은 것이기도 했다. 늘 부동산 분야를 알고 싶었는데 여기 오면 맨날 부동산 접할 수 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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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심경을 담아 카피를 썼습니다..

처음에 설정한 이 최소값은 실제로 몇 년 간 일하며 거의 매일 달성되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이후의 회사를 선택할 때도 크게 작용했다. 이번에도 역시 '회사가 망하고, 월급을 못 받아도 내가 관심 있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의 회사'을 택하자.

그리고 나는 꼬날 님의 추천으로 P2P금융사 '렌딧'으로 이직했다. 나는 돈을 참~ 잘 쓰는데 모으고 불리는 개념이 약하니 경제/금융 분야를 공부할 필요가 있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렌딧에서는 일을 위해 매일 경제 뉴스를 들을 수 있었고 재테크 카페에서 글을 읽는 것조차 업무이자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였다. 그렇게 매일매일 내가 정한 최소값을 달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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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역시 제 경험담이고요..

하한선의 가치

잘 되는, 잘 되어 가는 회사라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고, 사람이 힘들게 할 때도 있고, 그냥 이것저것 짜증나고 지칠 때도 있고. 근데 그럴 때조차 내가 원한 최소 조건이 매일 달성되고 있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문득문득 드는 퇴사 충동을 잠재운 건 빵빵한 복지나 팬시한 사무실이 아니라, '내가 알고 싶은 분야에 속한 회사'라는 기준이었다.

회사가 아니었다면 나는 부동산, 경제/금융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돈을 들여 책을 사야 했을 테고, 시간을 내서 배우러 다녀야 했겠지. 하지만- 나는 오히려(/다행히도) 월급을 받으며 공부했고,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전문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

나이에 맞게 변하는 나의 관심사

최근의 관심사는 교육이다. 학교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이사 다니기를 4~5번. 20대 땐 집이 스트레스이자, 가장 큰 지출처였고, 한편으론 로망이었다. 자리가 조금 잡히고 나니 재테크의 필요성을 느꼈고, 결혼을 한 지금은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 걱정을 매일 하며 산다. 하루 걸러 터지는 영유아 학대, 성범죄. 도무지 거스를 수 없는 빈부차. 어떻게 하면 미래의 우리 아이는 행복하게 잘 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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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이 편했던 아이..

지금 있는 회사에서는 아이들에게 가르칠 만한 일반 상식을 접할 기회가 정말 많다. 일상 속 과학 현상, 특이한 미술 활동, 흥미로운 역사, 우주와 공룡까지. 깊이 있게는 아니지만 지식의 폭이 확대되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마케터로서 아이 엄마와 선생님에 이입해 생각하고, 콘텐츠를 소화하고 있는 바람에 미래의 내 아이를 위한 교육 준비도 같이 하고 있다.

Get lucky

물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이. 그런 면에서 나는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주변의 누군가 이직하려고 하면 ‘다른 건 안 되도 이것만은 꼭 이래야 해!' 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것만 확실해도 완전히 실패하는 일은 막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어쨌든 오늘도 저는 공부 겸 업무를 감사히 수행하며- 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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