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매치 더 베이트(match the bait!)! 좋은 조과의 첫걸음 :)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어느덧 주말이 끝나가는 늦은 저녁에 다시 조행기로 찾아온 겨울밤입니다.


오늘은 초저녁 해가 진 후까지 낚시를 즐겨봤습니다 :)

제목에 나온 match the bait라는 단어의 의미가 궁금하실 텐데요, 말 그대로 bait(미끼)를 맞추라는 것입니다. 즉, 저수지에서 배스가 주로 먹이로 삼는 대상과 유사한 루어를 운용하라는 것이죠. 오늘 이 단어를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오늘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택한 결과 다른 조사님들보다도 나은 조과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조행기로 말씀드렸듯이, 오늘은 집 근처에 위치한 작은 소류지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이전과 달리 수위가 올라 활성도(물고기가 활발하게 먹이활동하는 정도)도 좋아졌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인데요, 결과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수위는 올랐지만 활성도는 그리 좋지 못했거든요. 원래 피딩타임(물고기들 밥시간^^)에 수면위로 포식활동을 하는 배스들을 보고 철수하려 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저녁 8시를 넘겼는데도 포식활동이 없더라구요. 아마 글을 작성하는 지금(10시를 넘긴)쯤이면 먹이활동을 좀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예정된 결과였다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아침일찍 부모님께서 가꾸시는 밭에서 풀 뽑는 일을 도와드리고, 집에서 먹는 채소들을 조금 수확해 왔는데 오늘 날씨가 더운데다 습하기까지 해서 엄청 힘들더라구요 ㅠㅠ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배스들도 수온이 급상승하고 더워지면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희 밭에서 키운 수박입니다. 바나나도 잘 익어서 딴....건 뻥이고 간식으로 가져간겁니다. ㅋㅋ

아무튼 날씨가 너무 더워 점심먹고 바로 움직이기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낮잠한숨 늘어지게 자고 난 다음 3시쯤에 낚시터로 출발했습니다. 마침 구름이 껴 줘서 좀 덜 덥더라구요. 필드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3시 30분, 이미 조사님 한분이 와서 낚시를 하고 계십니다. 필드 상황 보시죠.

  • 일시/장소 : 2017.07.09(일) 15:30~20:30 경북 구미시 소류지
  • 상황 : 오름수위이나 만수위보다 1m이상 하강된 상태 유지중. 새물유입구 쪽은 바닥이 무릎높이 정도. 호랑이 장가가는날이라 오락가락하는 날씨
  • 사용(히트)채비 : 1/32 카이젤리그, 1/32 라이트지그헤드리그 , 노싱커리그
    살짝 접근해 보니, 우측 하단 사진처럼 고기들이 수면 근처에서 노닐고 있는게 보입니다. 눈으로는 확실히 보이는데.. 사진의 한계가 ㅠㅠ..

일단 오늘은 주력이 카이젤리그였습니다. 또냐! 맨날 카이젤리그냐! 하시겠지만 이해해주십시오 ㅠㅠ 오늘은 나름대로 매치더 베이트라는 개념 하에 사용했습니다. 사실 이곳은 배스가 누군가에 의해 불법적으로 방류되기 전에는 붕어, 향어낚시터였습니다. 지금도 일부 개체들이 살아 있는데요, 가끔 낚시하다보면 산신령님이 아닌가 싶은 사이즈의 향어가 유유히 눈앞에서 헤엄치기도 합니다.-_-; 그래서, 붕어조사님들은 주로 지렁이미끼를 사용하시니, 그렇다면 배스들에게도 낯익은 먹잇감은 사실 지렁이, 또는 지렁이와 유사한 형태와 액션을 보여주는 미끼일 것이다. 라는 판단을 오늘 낚시터로 이동하면서 했습니다. 그 힌트는 지난번 방문 때 카이젤 리그로 한자리에서 연타로 3마리+감아서 못 꺼낸 1마리를 뽑아낸 것이긴 했지만요.


주력채비인 카이젤리그(Kaiser Rig)
떨어질때 미끼의 양쪽 끝이 나풀거리는 모습이 황제의 수염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즉, 지렁이가 꿈틀대는 듯한 몸부림에 배스는 반응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접근했고, 이내 그 생각이 맞아떨어짐을 확인합니다. 배스들이 놀라지 않게 물가에 접근하지 않고 위에서 먼저 캐스팅을 해 봅니다. 첫번째에는 아무 입질이 없었지만, 연안으로 두번째 캐스팅을 하고 채비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라인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폴링 바이트!(falling bite; 채비가 완전히 바닥에 가라앉기 전에 입질) 그렇다면 바로 챔질!


잘 먹어서 체고가 좋은 30cm 배스가 반겨줍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캐스팅에도 히트! 그러나 너무 놀렸던 걸까요.ㅋㅋ 드랙(drag. 낚시꾼과 고기가 힘겨루기를 하다가 낚시대나 줄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힘 이상으로 당겨지면 줄이 풀려나가도록 하는 장치) 조절을 실패해서 놈이 발 앞에서 힘차게 뛰어올라 바늘털이 후에 라인을 끊고 도망갑니다. 저보다 늦게 오신 다른 조사님께서 구경하시다가 曰"바늘 안빼줘도 되고 잘됐네요 뭐~" 네... 대신 바늘이랑 루어도 같이 수장됐습니다 ㅠㅠ
이때까지만 해도 활성도가 괜찮은가? 생각했습니다. 친구가 전화가 왔는데 날 더우니 맥주나 시원하게 한캔 마시면서 하자길래 콜을 외치고... 낚시를 이어가보지만 저를 포함 이미 3명의 낚시꾼이 캐스팅을 해대기 시작하니 급격히 스트레스를 받은건지, 고기가 있던 장소를 벗어난 것 같습니다. 입질이 사라졌네요.

잠시 후, 친구가 도착하고,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면서 더위를 식힌 뒤에 다시 낚시를 이어가 봅니다.


하이네켄 다크, 하이네켄 흑맥주는 처음인데 맛은 그럭저럭이었습니다. 바깥이라 온도가 빨리 올라서 그런것일수도 있구요...


이와중에 여우비가 오네요. 일기예보에서 아직 장마 안끝났다며 비가 많이 올것이라고 했었는데 저희 지역에는 거의 오질 않았습니다. 거의 끝난거 같아요... 습도만 어마무시하게 높아서 덥기만 하네요-_-;

위의 위치에서 카이젤리그를 던져놓고 기다리기를 잠시... 톡하고 올려주면서 살짝 감아들이는데 약한 입질을 느꼈습니다. 물고 갈수있게 살포시 기다렸는데, 움직임이 없네요. 뭐지, 블루길이 그냥 한번 쪼아보고 갔나...? 하고 다시한번 액션을 주려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아하. 이녀석 입에 물고 가만히 있는 거였구나. 챔질해주니 그제서야 저항을 시작합니다만, 그래도 무사히 꺼냈습니다. 사이즈는 여전한 30cm급입니다. 사실 이 부분 영상 촬영을 했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용량상의 문제로 해당부분만 잘려나가서, 사진도 없고 영상도 없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용량관리에 신경쓰겠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느낌이 왔습니다. 얘들 아까부터 평소의 꾹! 하고 과격하게 가져가는 입질이 아니라 조용히 라인만 움직이거나 무게감만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구나, 지금 활성도가 높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원인을 분석해보자면수온이 과하게 상승한 것이 주된 요인일 것 같았습니다. 사람도 지치는 날씨였는데 하물며 배스도 지치지 않았을까요.. ㅋㅋ
저수지에는 저를 포함 4명이 있었는데, 친구는 도착 후 아직 1수도 못 올린 상태, 먼저 계시던 분은 한마리도 못잡고 철수하셨고... 저 다음 오신 분은 1수 올리신 상태였는데 제가 잡자마자 친구와 조사님이 동시에 제가 던졌던 방향으로 채비를 던지시는데... 무서워요...후덜덜.... 그래서 자리를 옮겨 지난번에 여러마리 잡았던 수몰나무지대로 이동해 봤습니다. 그러나 여기도 아까 다른 조사님이 몇차례 캐스팅만 하시고 잡지는 못하셨는데 그때문인지 배스들이 도망간 상태로 보였습니다. 입질이 안 느껴져서, 다시 계곡물이 유입되는 쪽의 포인트로 이동했습니다. 카이젤리그가 먹힌다는건 알았으니 이번엔 다른걸 좀 시도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1/32OZ(약 1g)의 지그헤드(앞에 추가 달려있는 바늘)에 작은 물고기를 닮은 미끼를 달고 미드스트롤링 액션을 줍니다. 길잃은 불쌍한 물고기가 혼자 물속에서 방황하는모습을 영혼을 담아(...) 구현하려 노력했습니다. ㅋㅋ 여기서는 삼각대 꽂아놓고 폰으로 촬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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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담은 액션!!!에 한 녀석이 반응해줬습니다! 가볍게 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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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보니 헛웃음이나옵니다. ㅋㅋ
()
20cm짜리 귀요미 배스네요... 허허허

동영상 용량을 줄였더니 gif파일 색감이 이상해졌네요..ㅠㅠ 영상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 와 근데 미드스트롤링에도 이렇게 반응이 시원찮을 줄이야.. 전혀 생각 못했네요. 다른 채비를 써보기로 결심합니다. 노싱커(no sinker. 채비를 가라앉히기 위한 봉돌을 사용하지 않는 채비. 자연스럽게, 천천히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고기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장점)! 저번에 샀던 오징어모양 웜으로 첫 고기를 낚아내기위해, 옆쪽에 수몰나무지대에 살며시 던져서 집어넣어 봤습니다.

채비가 떨어질 때, 약하게 톡 하는 입질이 있어서 긴장을 하고 있다가, 라인에 움직임이 없어서 살짝 들면서 감아주니 그제서야 힘을 한번 쓰네요. 힘껏 챔질을 시전!

20170709_212832.gif
읭????

이렇게 황당할때가 ㅋㅋㅋ 바늘 묶어놓은 매듭이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항상 이런 중요한 시점마다 이렇게 사고가 터지는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한번 매듭을 짓고 같은 장소에 채비를 투척해 보지만.... 이미 고기는 떠나고 없었습니다 ㅠㅠ 절호의 찬스를 또 이렇게 놓쳐버리네요.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고, 시간은 7시를 넘었습니다. 집에서는 저녁먹으러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이대로 가기엔 조금 아쉽고 친구도 미련이 남았는지 잡담한번 없이 계속 낚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해보기로 결정하고, 이제 해도 저물었겠다, 아까 하시던 조사님들도 철수하셨겠다, 수몰나무쪽에 다시 접근해서 조용하게 카이젤리그 채비를 캐스팅 했더니, 한 녀석이 여전히 약았지만 빠른 입질로 물고 가줍니다. 해가 지니 수온이 적당한 수준으로 내려가며 활성이 좋아지기 시작한것 같았습니다. 이어서 돌밭이 잘 발달해있는 둑 쪽으로 던져서, 완전히 가라앉도록 기다렸다가 톡쳐주면서 감고, 톡 쳐주면서 감고.. 이번에도 약한 무게감에 챔질을 해주니 오늘의 마지막 고기가 올라와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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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서 죄송합니다. ㅠㅠ처음에 셀카모드도 플래시가 켜지는줄 모르고... 두번째 찍을때야 알았네요. 폰산지 얼마안됐어요 ㅋㅋㅋㅋ 근데 너희들 전부 미끼는 어쩌고 바늘만 달고 나오는거니...?

낚시를 하다보면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는데, 오늘은 특히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조과는 다른 분들에 비해 훨씬 좋았지만, 제가 생각한 것이 확실한지 조금 더 검증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저활성 상황이었고, 시간이 너무 늦어 내일 일정을 위해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반의 성과이지만, 앞으로도 낚시는 얼마든지 더 할수 있으니, 남은
검증은 그때를 위해 남겨두기로 해 봅니다 :)

항상 그렇지만 하고싶은 말이 왜 이리도 많은지 또 길기만 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 집에돌아와 저녁을 먹고 조행기 작성하려고 앉은 시간이 10시를 조금 넘겼었는데 타이핑하고 사진 편집하고 GIF 만들고 올리는데 꼬박 두시간이 걸렸네요. 날짜는 어느덧 월요일이 되어있구요. ㅠㅠ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 활기차게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 주말, 또다른
조행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나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스티미안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P.S. 다음주에는 배스낚시 외에도, 여행기를 빙자한 조행기(?)를 포스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 충북 단양에 고향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됐는데, 단양 하면 쏘가리의 고장이죠.ㅋㅋ 친구와 짬내서 쏘가리 탐사 & 꺽지 낚시를 다녀와 보려고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 쏘가리느님 한번만 잡혀주세요 ㅠㅠ
P.S.2 어제 포스팅에서 @somine 님께서 모르는 단어가 많다는 의견을 주셔서, 최대한 어려운 낚시용어는 사용을 자제하고 풀어서 사용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뒤에 설명을 달아봤습니다.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낚시인 분들께서 읽는데 부담이 없게 잘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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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and Drinking a favorite past time

yeah, It was nice :)

오 낚시 저도 엄청 좋아합니다~ 특히 아내가 툭하면 졸라요 ㅎㅎ
앞으로 정기 구독을 해야겠습니다. ^^

팔로잉, 보트 남기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여행을 많이 가시는군요 부럽습니다 ㅎㅎ저도 팔로우했어요!

제게 여행은 취미라서요 ^^
넵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crazy dark can, I know the green ones.

it was good, but wasn't as much as I expected.

반갑습니다~~ 으와.. 루어 낚시라니 멋지네요 +_+ 팔로잉, 보팅하구가요~ 자주 오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임개발에 관련된 일을 하시나보네요. 그림실력이 대단하십니다~ 멋진 포스팅들 앞으로도 많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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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큰 물고기네여!! 신기신기!!
저도 글 재미있게 읽고 보팅하고 갑니다 :)

안녕하세요! 재밌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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