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탭퍼블릭- 원하는 맥주를 원하는 만큼

in #kr7 years ago

KakaoTalk_20171114_000158510.jpg

내가 아무리 맥주를 좋아해도 크래프트 맥주를 주변 지인들에게 권하기 어려운 이유가 두가지 있다. 첫 번째는 가격이고 두 번째는 크래프트 맥주의 특징인 강렬한 캐릭터이다.

일단 무지막지하게 비싼 홉이 크래프트 맥주에는 라이트 라거로 대표되는 매크로 브루어리 대비 많이 들어가는데다가 맥주 주세가 70%에 관세니 뭐니 하다보면 맥주 가격, 크래프트 가격, 그 중에서도 수입 크래프트 맥주의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다. 맥스 500에 4000원이라고 하면 국산 크래프트 맥주도 330정도에 6천원정도는 할 거고 수입은 한 잔에 만 원 가까이 한다.

두 번째는 특이한 맛인데, 페일 에일 정도야 괜찮겠지만 사우어 에일이나 브렛효모를 사용한 맥주, 심지어 IPA에도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를 봤다. 비싼 돈을 주고 시켰는데 '이게 뭐야' 소리를 들을 수는 없기에 바이젠이나 페일 에일 같이 무난한 맥주를 추천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맛을 소개해 줄 수 없고 애매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애매한 상황에 놓이기 싫어서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 마시던가 바틀샵에서 사다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진 한 장보고 여기는 꼭 데려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171114_000159130.jpg

탭이 주르륵 있고 10ml마다 가격을 달리 해 각자가 마신 만큼 과금을 하는 주유소(?)같은 시스템인데 탭 잡는 재미도 있고 다양한 맛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위치는 이태원하고 한강진 사이인데 조금 애매한 편이다. 언제나 그렇듯 좀 가볼만한 집은 다 애매한 위치에 있다. 지하 2층이라고 써있어서 사실 공기가 텁텁할까봐 걱정했는데 이태원 언덕 구조상 반대편은 지하가 아닌 지상인 구조인 것 같았다. 테라스 구역이 있었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개방이 되는 것 같았다. 전혀 텁텁한 느낌이 아니고 공간도 크고 깔끔하게 잘 해놓았다.

잔은 계속 바꿀 수 있었고 핸드앤몰트 탭룸에서 칙칙 잔 씻는 기계? 도 있어서 씻어 먹을 수 도 있었다. 사진 말고도 다양한 맥주를 마셨는데 맛이 없던 것도 있고 사진 찍는 걸 깜박한 것도 있고 그렇다.

사실 라인업은 대중적인 라인업(필스너 우르켈이나 블랑 등등)이 많긴 한데 그래도 마셔보지 않은 것 위주로 마셨다.

KakaoTalk_20171114_000158790.jpg
홍맥주 밀크스타우트

유당이 들어가서 달달하고 바디감 있는 밀크스타우트를 원했는데 드라이하고 그냥 스타우트 느낌.
기네스 같았음(=별로 안좋아함)
예전에 브루독 밀크스타우트 마신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 그것보다 맛있는 밀크 스타우트를 마신적이 없...

KakaoTalk_20171114_000158169.jpg

안동맥주 IPA

씁쓸함이 느껴지고 시트러스한 향이 느껴지는 무난한 IPA
특별한 인상은 없었다.

KakaoTalk_20171114_000157743.jpg

부쿠 IPA

누가 맛있다고 해서 마셔보고 싶었던 IPA인데 딱 있어서 마셔봤다
시트러스 한 홉향과 풀향 홉향이 같이 느껴졌는데 약간 특이한 향이 났다.
곡물 맛도 느껴졌던 것 같다.
저 약간 특이한 향이 원래 이 맥주 캐릭터인지 관리가 안 된건지 잘 모르겠다. 캔으로 다시 마셔봐야겠다.

벨칭 비버 피넛 버터 밀크 스타우트
견과류 향이 강하게 나고 버터 향도 강하게 났다.
흠 합치니 피넛버터 향이구나
피넛버터향 스타우트(=기네스같음=내 스타일 아님)
끈적끈적하고 농밀한 밀크 스타우트를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플레이그라운드 홉 스플래쉬
어메이징 파릇한 IPA를 맛있게 마시고 플그 홉 스플래쉬도 비슷한 건가 하고
마셔봤는데 내 기대랑은 좀 달랐다. 자몽,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함이 팡팡 터질 줄 알았는데
아로마 보다는 홉 쓴 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파릇한IPA에서 느껴졌던 상큼 팡팡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반 국내 브루어리 IPA보다는 홉홉한 느낌이었다.

더 핸드앤 몰트 애플 사이다
괜찮게 나왔다는 호평을 듣고 마셔봤는데
예전에 미스터 비어 키트랑 코스트코 커클랜드 쥬스로 만든 애플사이다랑 맛이 비슷해서 놀랐다
뿌듯했다.

아쉬움과 좋았던 점

아쉬움

  1. 셀프 서빙의 한계
    사실 맥주는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거품이 너무 많이 나오면 버리고 따라줘야 하고 맥주마다 스타일에 따라 따르는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맥주 서빙을 맡긴다면... 또 뷔페 같이 왔다 갔다 해야해서 조금은 귀찮은 느낌이 들 수 도 있다. 앞 쪽 좌석은 괜찮은데 테라스 쪽 좌석은 탭하고 거리가 꽤 있다. 사람이 많아 진다면 취한 상태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만도 힘들 수 있다. 메뉴판을 대충 보긴 했는데 시킬 수 있는 맥주도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탭 핸들도 브루어리에 맞게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2. 퀄리티 유지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말 하기 힘든 부분이긴 한데 저 많은 탭이 잘 관리되기를 바란다.

좋았던 점

  1. 위에 쓴 것 처럼 크래프트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걱정 없이 데리고 갈 수 있는 것 같다.
  2. 10ml 과금을 한 다는 아이디어가 장단점을 떠나서 참 좋은듯. 외국에 있는 시스템인가?
  3. 직원들이 참 친절함

아 쓰다보니 생각보다 너무 오래걸린다.
그래도 꾸준히

Sort:  

엄청 좋아 보이는데 말씀하신 대로 아쉬운 점이 잘 유지 개선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게요 ㅎㅎ재밌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애매한위치에 있을수록 좋은곳이 많죠 ㅋㅋㅋ주유소라는 표현이 딱어울리네요 ㅋㅋ

Congratulations @watermelon13!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comments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

오늘 배달된 중앙선데이에 소개된 탭퍼블릭 기사를 보고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고 싶어서 구글검색해보니 가장 상위에 랭크되어 있어 읽어보게 되었어요. 역시 맥덕의 내공이 담긴 신선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실은, 제가 오늘 처음 스티밋 글을 올린터라
스티미언을 만나면 왠지 반갑고 그렇습니다^^

오래전에 쓴 글인데 아직도 읽히는게 신기하네요 ㅎㅎ
저도 저 글을 쓸 때쯤이 스팀잇을 시작하던 시기인데 반갑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5
JST 0.028
BTC 60165.60
ETH 2421.15
USDT 1.00
SBD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