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월호 추모공원 납골당 비하한 보수 야당 후보들의 최후

in #kr6 years ago

경기도 안산의 6.13 지방선거의 결과는 한 마디로 '적폐 정치꾼'들의 아웃이었다. 세월호 추모공원을 '납골당'이라 비하하며 결사반대를 외치던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후보들은 안산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납골당 반대‘ 프레임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펼치던 보수 야당 후보들의 참패는 안산시민들의 응징이었다.

선거 시작 전부터 보수 야당 후보들은 세월호 추모공원을 선거전에 쟁점으로 만들고,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겼다. 추모공원을 혐오시설로 간주하고 주변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고, 마치 세월호 추모공원이 들어설 화랑유원지 전체가 세월호 유가족의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도했다. 갈등을 좁히기 위한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이른바 '갈라치기', 안산 시민을 4.16 생명안전공원의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으로 나눠버렸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5일 취재차 찾았던 경기 안산, 세월호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안산 시청 앞에도,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이 다녔던 단원고 앞에도 선거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납골당 전면 백지화', '납골당 결사 반대' 등 갈등 해결보다 갈등 조장, 아니 공동체 해체 수준에 가까운 선거공보물과 현수막에 할말을 잃었다. 선거운동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기는 커녕, 정치적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렇게 공약은 실종된 채 세월호 참사를 자신들의 당선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 그것은 안산시민인 세월호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관련기사:[현장] 단원고 앞에도 ‘납골당 반대’ 현수막... 세월호 악용 ‘적폐 정치꾼’에 분노한 사람들)

결국 선거에서 안산시민들은 분열대신 단합된 투표의 힘을 보여줬다. 세월호 추모공원을 반대하던 자유한국당 이민근 안산시장 후보는 29.9%로 떨어졌다. "안산을 세월호 도시로 만들려는 정치세력을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모 공원대신 돔구장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바른비래당 박주원 안산시장 후보도 낙선했다. 민선 4기 안산시장을 역임했던 그는 법정 선거비용 전액 보전 기준인 15%에도 못 미치는 13.87%를 득표했다. '집안의 강아지가 죽어도 마당에 묻지 않잖아요'라며 세월호 희생자를 강아지로 비유해 공분을 샀던 바른미래당 이혜경 시의원 후보 역시 떨어졌다.

경기도 광역의원은 더불어민주당 8석, 기초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2석, 자유한국당 6석을 차지했다. 안산시의원 선거에서도 3인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2명씩 당선됐고, 2인 선거구 중에는 보수 야당 후보들 대신 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된 곳도 나오면서 시의회 과반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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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6.13 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 페이스북에 "416생명안전공원을 '납골당'으로 비하하며 백지화 하겠다고 공언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준엄하게 심판해주신 안산시민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예은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홍성규·정세경·김병철· 박범수·유정숙 후보를 언급하며 "다른 후보들은 표계산 하느라 우리를 피하고 ‘납골당 프레임’ 앞에서 비겁했지만 님들은 먼저 우리를 찾아오고 우리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셨다"며 "'4.16생명안전공원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세계적 명소로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한 국책사업'이라고 시민들을 설득한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아닌 님들이었다. 고맙다. 잊지 않겠다"고 글을 올렸다.

여전히 세월호 참사는 반성없는 정치인들의 입에 함부로 오르내린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보수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뒤에선 "세월호처럼 완전 침몰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그는 앞에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사죄하며 무릎을 꿇었다.

"마음이 민주주의의 집이면 우리 각자는 민주주의를 그 뿌리에 되돌려놓는 데 필요한 힘을 갖고 있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떠오른 말이었다. 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시민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고, '비통한 자들의 마음을 외면한 정치인에게 미래는 없다'고 다시 한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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