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문건 6000건 발견, 삼성의 악랄한 무노조 경영의 역사

in #kr6 years ago

삼성이 노조 와해를 책동하는 문건을 6000건이나 작성했다는 사실이 검찰에 의해 밝혀졌다. 3일 한겨레신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을 조사하며 압수수색한 자료 가운데 무려 6000건에 해당하는 노조 와해 문건이 발견됐다고 한다.

6건이나 60건, 600건이 아니고 무려 6000건이다. 정말 삼성이 더럽게도 할 일이 없는 모양이다. 그거 작성할 시간에 일을 해라, 일을!

압수된 문건에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노조를 와해하려는 그 문건에 삼성은 자신들만 알아볼 수 있는 약어나 암호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노조는 ‘NJ’, 문제 직원은 ‘MJ’, 그리고 우군 격인 가족직원은 ‘KJ’라고 표현했단다.

진짜 이따위로 나올 셈인가? 그러면 우리도 이제부터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을 영어 암호로 YK나 YD라고 부르겠다. YK가 뭐냐고? ‘엿 같은 놈들’이라는 뜻이다. YD는 뭐냐고? ‘엿도 아닌 놈들’이라는 뜻이다!

실로 비열했던 삼성 무노조 경영의 출발

삼성 무노조 경영은 1977년에 벌어졌던 이른바 ‘제일제당 미풍공장 사건’에서 시작됐다. 미풍은 미원을 따라잡기 위해 이병철이 만들었던 백색 조미료였는데, 당시 미풍공장 노동자들의 초임은 고작 2만 176원이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1인 최저생계비가 4만 5000원 정도였고 라이벌이었던 미원공장 노동자의 월급도 4만 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제일제당의 임금은 실로 턱없이 작았다.

그래서 13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전국화학노동조합 제일제당 김포공장지부를 결성했다. 이때부터 이병철의 그 유명한 발언,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 된다”는 말이 나돌았다. 제일제당은 악랄한 방식으로 노조를 와해시켰다.

제일제당은 노조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친인척을 겁박했다. 친인척들은 노동자들에게 “네가 노조 탈퇴 안하면 내가 망한다”며 읍소했다. 악랄한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13명 중 11명의 노동자가 노조를 탈퇴했다. 제일제당은 이 탈퇴한 노동자들을 식당에 불러놓고 “노조탈퇴 만세!”를 외치게 했다.

끝까지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두 명의 노동자는 견딜 수 없는 치욕을 겪었다. 제일제당은 노동자들을 시켜 노동자를 모욕하는 가장 악질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두 명의 노동자는 격리돼서 일을 해야 했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이 두 명을 향해 “야 이 미친년아”, “너 같은 년은 우리 회사에 필요 없다”는 욕설을 퍼부었다.

두 노동자의 뺨을 갈기고,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 둘이 작업장에 들어설 때 다른 노동자들이 호스로 물벼락을 날렸다. 결국 두 명 중 한 명은 사표를 냈고, 다른 한 명은 해고됐다. 이게 바로 삼성이 ‘무노조 신화’라고 자랑하는 개떡 같은 경영방침의 출발점이었다.

조폭을 방불케 했던 삼성의 노조 탄압

이후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했던 방법은 어용노조를 결성하는 것이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삼성중공업 창원 2공장 노동자들이 창원시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신고서는 접주조차 되지 않았다. 설립 신고를 내기 하루 전에 이미 어용노조가 신고필증을 받아가 버린 탓이었다. 이듬해인 1988년 4월에도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노동자들이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이미 접수된 노조가 있어서 신청서가 반려됐다. 당시에는 복수노조가 허용이 안 됐던 시절이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삼성은 대놓고 노동자들을 협박하며 노조의 싹을 잘랐다.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했던 한 노동자는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1999년 회사 관리자에게 납치돼 이곳저곳을 끌려 다녔다. 삼성SDI 부산공장의 한 노동자도 회사 관리자들에게 납치된 뒤 “너 하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는 협박을 당했다.

2012년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었던 김성환 위원장이 한 시사주간지와 나눈 인터뷰를 살펴보자.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은 노조 결성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납치해서 끌고 다녔다”며 “노조 포기 각서를 쓰도록 압박하고, 회사는 무노조 경영 방침이니 사표를 쓰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납치 감금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사자들은 사후에도 왜 잠잠할 수밖에 없을까. 김 위원장은 “당사자들에 의하면 회사 관리자들에게 2주가량 끌려 다니면 공황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제주도 산 위에 끌려가 ‘너 여기서 땅에 묻어도 알아줄 사람 없다’는 말을 들을 때는 생명의 위협이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망신, 한국에서만 창피하자

그런데 삼성은 이 몹쓸 습관을 해외에서도 버리지 못했다. 1995년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삼성전자 독일지사가 노동자들의 종업원평의회 설립 시도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심지어 종업원평의회는 노동조합도 아니었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모여 노동 조건을 협의하는 노사 공동 조직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한국 본사는 독일 지사에 “종업원평의회는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철학에 위배된다. 종업원평의회가 설립되면 우리는 공장을 이전하거나 폐쇄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전문을 보냈다. 종업원평의회를 세우려던 노동자 다섯 명도 해고해버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데 이게 딱 그 모양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노조를 매우 중시하는 나라다. 삼성은 그런 나라에서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종업원평의회를 먼저 구성해버렸다. 어용 노조로 진짜 노조를 막았던 한국식 전술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이 당연히 노동재판소에 제소했고 “회사는 종업원평의회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보장하라”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무노조를 신으로 모시는 삼성전자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에게 종업원평의회 선거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각서 제출을 요구했다.

결국 독일의 막강한 산별노조가 삼성전자 독일지사를 검찰 당국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이 얼마나 노동탄압을 일상적으로 하는 나라인지, 삼성이 얼마나 후진적인 노동관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국제적인 선전을 하고 다닌 셈이었다.

노동자의 시신까지 강탈해 간 삼성

이런 일도 있었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민주노조(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되자 삼성의 악랄한 노조 탄압이 시작됐다. 그리고 삼성은 노조의 정식 교섭 요구를 묵살해버렸다. 노조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저항하기 위해 2014년 5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센터 염호석(당시 34세) 분회장이 정동진 한 공터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염호석 열사는 유서에 이렇게 적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저희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 제가 속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 장례를 치러 주세요. 그리고 저의 유해는 남김없이 해가 뜨는 이곳 정동진에 뿌려주세요.”

이게 무슨 대단한 요구인가? 자신의 유해를 동지들 옆에 있게 해 달라는, 한 젊은이의 작지만 소중한 소망이었다. 그런데 무노조 신화에 미친 삼성은 경찰 수백 명을 동원해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탈취했다. 삼성은 염호석 열사를 이렇게 두 번 죽였다.

무노조 분야에서 삼성 못지않은 ‘돌아이’이자 범 삼성가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신세계는 2013년 이른바 ‘이마트 노조 파괴 공작’이라는 짓을 벌였다. 이마트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시도를 막기 위해 기업문화팀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그 산하에 체증조, 면담조, 자폭조(응?), 씨앗조, 제초조(으응?) 같은 정체불명의 조직을 가동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검찰 수사로 밝혀진 이 사건에서 신세계 그룹 총수인 정용진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바지사장이었던 최병렬 이마트 대표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5개월 형을 받은 게 끝이었다.

만약 이때 한국 사회가 정용진을 제대로 단죄했다면 이재용의 삼성이 노조와해 문건을 무려 6000건이나 작성할 수 있었겠나? 노조 파괴는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반(反)헌법적 발상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이 반헌법적 존재들을 솜방망이 처벌로 용서해왔다.

그래서 이번에 검찰이 발견한 6000건의 노조 파괴 문건 수사가 실로 중요하다. 이번에도 제대로 이재용과 삼성을 단죄하지 못한다면, 한국 재벌들은 영원히 노조 알기를 벌레처럼 여길 것이다.

노조 와해나 파괴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 얼마나 황당한 반헌법적 발상인지 반드시 입증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대놓고 깔아뭉개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이 짓을 이제는 멈춰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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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는 노조 만들고 활동하면 이직 절대 못할듯 합니다. 한다리 건너 소문이 다퍼지는 동네라서요 ㅜㅡ

안녕하세요. it산업 산별노조 it노조입니다.
노조에서는 가입자의 비밀 보장을 위해 여러 수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덮어놓고 삼성을 불매하는 이유..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이거 현실판 '송곳'보다 더 하네요.

삼성 조심해라~ 라이온즈도 보냈고 휴대폰도 보냈고... 이제 냉장고 하나 남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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