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갑자기 학교가 없어지게 된 미용학교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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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자신의 미래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민중의소리 스팀지기 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기사는 미용 전문 고등학교인 '서울연희미용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초로 세워진 미용학교라고 합니다. 일찌감치 미용사의 꿈을 가진 전국에서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선생님들도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쳐 왔답니다. 그런데, 설립자가 사망하고 나서 학교를 상속받은 자식들은 사실상 학교를 팔아치울 수순을 밟고 있다네요. 졸업식을 앞두고 선생님들을 해고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 학생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요.

현장감 있게 전달해드리기 위해, 기사 전문을 올립니다.

연희미용고 학생이 ‘미용사’란 꿈 대신에 마주한 세상


“우리들의 선생님들을 돌려주세요.”

30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미용 전문 고등학교인 서울연희미용고를 찾았다. 학교 입구에서부터 게시판과 계단벽면, 심지어 학교 교무실에도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수많은 쪽지와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지난 26일 금요일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담임 선생님 다섯 분의 복직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였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400여명의 전교생은 수업을 거부하고 지하 1층 예배당에 모였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부당한 해고를 철회하고, 학교 법인화를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 모인 학생 대부분은 졸업 후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진학했다고 말했다. 꿈을 위해 통학시간이 왕복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군포나 통학이 불가능한 전라남도·광주·제주도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하 나 같이 최초로 세워진 미용학교의 명성과 학생들을 위해 온갖 열의와 성의를 다하는 선생님들을 믿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선생님들 중 상당수가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했다. 사실상 학교는 폐교 수순을 밟고 있었다.

학교 졸업식을 앞둔 지난 26일(금요일) 학교 측은 이들 선생님들에게 해고통지서를 나눠줬다. ‘신분증명서 반납과 업무 인수인계, 출근은 29일(월요일)까지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아직 학생들 생활기록부조차 작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해고 선생님 중에는 학생들의 학교생활정보를 담당하는 선생님도 포함돼 있었다. 최근 설립자로부터 학교를 상속받은 박모씨 등은 학생들의 올바로 교육받을 권리나, 선생님들의 교권은 안중에 없었다. 학교를 이어갈 생각이 없던 이들은 부동산 매각하듯 팔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폐교절차를 밟아갔다. 해고사유 또한 황당했다. ‘2018년 학생 수 감원에 따라 학교 존속을 위한 경영상 해고’가 그것이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돌려 달라”며 일어선 이유다.

헤어디자이너를 꿈꾸던 17세 학생의 호소, “우리 선생님들이 왜 해고당해야 하나요”

연희미용고에서 만난 2학년 최은진(17) 양의 꿈 역시 ‘미용사’였다. 경기도 군포에서 통학을 한다는 최양은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반대하는 부모님을 수차례 설득시켜 지원을 하게 됐다고 했다. 최양은 처음 학교에 합격했을 당시를 심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학교 발표가 있는 날, 시간을 딱 맞춰서 홈페이지에 접속했어요. 합격이었어요. 함께 있던 친구들도 모두 기뻐해주고, 저도 좋아서 부모님께 연락드리고, 담임 선생님도 잘 됐다고 해주셨어요. 꿈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됐다는 희망을 느꼈어요. 그런데…”

그만큼 가고 싶었던 학교이기에, 지각과 결석 한 번 없이 1년을 열심히 다녔다고 했다. 수학선생님은 자신 없던 수학에 처음으로 흥미를 갖게 해줬고, 헤어미용·피부미용·네일아트·메이크업 선생님들은 끊임없이 기술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지도해줬다고 말했다. 그런데 학교설립자이자 교장이 지난해 7월22일 숨지면서 폐교 소식이 돌았고, 불안과 혼란스러운 상태로 그동안 수업을 받아왔다고 지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지난 26일 선생님 다섯 분이 한꺼번에 해고를 당하면서 “학생들이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폐교 소식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부모님께 어떻게 어디서 어디까지 설명을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졸업은 보장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애들도 다 갈팡질팡 못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7~8월 계속됐어요. 두려움에 떨었어요.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시면 항상 학교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어요. 그러면 선생님들이 저희를 안심시키며 그렇게는 절대 안 될 거라고 했어요.”

그나마 학교 폐교를 막고자 애썼던 선생님들이 해고를 당하자, 최양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분개했다. 최양은 “금요일(지난 26일) 선생님들이 부당해고를 당하고 단톡방에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다”며 “이 소식을 듣고 선배들과 힘을 합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에 비리가 정말 심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며 “이번에 학교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선생님들은 계속해서 부당해고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양의 말처럼 학교 설립자이자 지난해 숨을 거둔 박모 교장은 그동안 학교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내 쓰듯 함부로 유용해 왔다. 현재 학교를 상속받은 자녀들을 각각 국제협력팀장과 부팀장으로 허위 임명시킨 뒤 학교 돈으로 해외 현장학습에 동행시키는가 하면,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에 회비 6천여만원을 냈던 것이 시교육청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잠시 교육당국으로부터 받아왔던 인권보조비가 끊기기도 했다. 학교는 뻔뻔하게도 운영을 잘못한 지점은 감추고, 교사들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하면서 인건비를 삭감했다.

이런 학교의 행태에 분노한 연희미용고 학생들은 주말에 피켓을 만들었다. 한 학년 높은 선배들은 따로 자리를 만들어서 준비를 했다고 최양은 전했다. 그리고 월요일(29일) 선배들을 따라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를 시작했다. 현 교장이 있는 5층 교장실로 올라가 선생님들의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 같은 사태를 설명하는 최양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선생님들이 잘못한 것도 없고, 해고할 만한 사유도 없는데, 저희와 계속 함께 했던 선생님들인데, 그 선생님들이 갑자기 떠난다고 하니까 모두가 울컥하고 슬퍼하고…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학교의 횡포’, ‘교육청의 무책임’에 짓밟힌 학생들

최양은 답답한 마음에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 최양은 담당자를 찾고 “저희 한 번만 더 와주셔서 저희 학교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담당자의 답변은 “이 상태로는 안 된다”였다. 다짜고짜 수업에 복귀하란 말 뿐이었다. 이에 최양은 “수업을 하려면 선생님들이 필요한데, 안 계시다”고 했지만, 담당자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학교기물을 마음대로 부수고, 지금 질서를 유지하지 않기에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협박조에 가까운 목소리로 몰아 부칠 뿐이었다. 학교 곳곳에 대자보와 쪽지를 붙이긴 했지만, 기물을 부순 것은 없다고 학생들은 황당해 했다.

또 교육청 담당자는 “교감선생님과 선생님들이 지도하지 않냐, 당장에 모여서 전화만 하라고 지도하고 있나”라며 마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시켜서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쏘아 붙였다. 교육청 담당자와 통화했던 내용을 쏟아내는 최양은 교육청에 큰 실망을 느끼고 있었다. 최양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하는 거고, 이 시위도 그렇고, 선생님들은 학교에 오도록, 수업에 들어가도록 계속 얘기한다. 왜 선생님들이 시키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묻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양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전날 학교상황을 살피러 온 교육청 관계자의 행동에도 실망하고 있었다. 29일 오후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학부모들도 학교에 찾아와 사태해결을 촉구하자,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날 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상속자인 현 이사장 두 명도 참석한 자리였다. 학생들과 학부모·선생님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교육청 관계자들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은 사유재산이어서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진학한 학교에서 최은진 양이 만난 세상은 ‘부당해고로 무참히 짓밟힌 선생님들이 교권’, ‘폐교 수순에 따른 진로진학에 대한 위협’, ‘학교 권력자의 교비유용’, ‘정부기관 관계자의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삼키듯 주먹을 움켜쥔 최양은 “학생들 의견 하 나도 안 들어주는 교육청에 전화를 할 때마다, 제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선생님들 부당해고 당하고, 마음도 추스르기 어려웠을 텐데, 학교는 가족들에게 해고통보사실을 먼저 알려버리고. 가정까지 건드리는 게 너무 속상해요. 그리고 저희도 한 가정의 자녀고 대한민국의 미래잖아요. 이렇게 어렵게 용기내서 아우성 치고 있는데, 이 소리를 듣고 저희에게 좀 관심을 가져줬으면…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한편, 학부모들은 31일 오전 11시 학교에 모여 함께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할 계획이다. 또한 해고당한 5명의 교사들도 해고철회를 요구하며 계속해서 출근을 이어갈 예정이다. 학생들은 교육청 앞 집회시위를 오는 2월2일 경찰서에 신고한 상태며, 해고 교사들의 복직과 학교 법인화가 해결될 때까지 수업거부와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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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 학교라 학생들이 더더욱 비슷한 성격의 학교가 없어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네요 ..

네 관련취재를 더 한다고 합니다

그놈의 사유재산 타령 지겹네요...

학교를 단순히 재산으로 취급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기사 링크에 이 기사도 병기되어 있으면 좀더 빨리 이해가 되었을 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운데, 정말 어떤 수를 쓸 수 있을까요... 앞으로 이와 같은 특수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좋을까요.

아앗! 이 기사를 소개해드리는 시점에 오픈된 기사입니다. ^^; 오늘 두번째 기사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벌써 보셨군요. 해법을 찾는 과정을 계속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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