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중가요①]칠레 저항운동의 상징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in #kr6 years ago

2015년 스페인 총선에서 창당 1년 만에 돌풍을 일으켰던 좌파 정당 포메도스(Podemos)의 연설회나 전당대회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노래가 있다. 바로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이다. 이 노래는 포데모스에 앞서 그리스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집권했던 그리스 좌파정당 시리자(SYRIZA)도 2007년 총선 당시 선거 캠페인에 사용했고, TV 방송 메시지에도 등장했다.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던지는 의미는 강렬하다. 우리나라 민중가요인 ‘단결투쟁가’에 등장하는 ‘단결만이 살길이요, 노동자가 살길이요’라는 가사처럼 민중의 살길과 민중의 강력한 무기는 역시 단결이다. 이런 메시지가 가진 힘 때문에 이 노래는 전세계 진보 진영의 각종 집회, 특히 스페인어 국가들의 집회에서 저항운동의 상징이 되고 있다.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일어나, 노래하라, 민중은 승리하리라.
연대의 깃발은 이미 전진한다,
너 또한 내 곁에서 함께 행진하리라.
또한 너는 너의 노래와 깃발을 보게 되리라.
붉게 피어오르는 새벽빛은 이미
새로운 세상을 말해주고 있다.

일어나, 투쟁하라. 민중은 승리하리라.
우리의 행복을 쟁취함으로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투쟁하는 수천 수만의 함성은
일어나, 외치며, 해방을 노래하리라.
그것으로 조국은 승리하리라.”

  •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 중에서(번역- 위키피디아)

이 노래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남미 칠레에서 만들어졌다. 칠레를 비롯한 남미의 민중가요 장르인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을 대표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 노래는 1970년 선거를 통해 집권해 칠레의 사회주의 개혁을 이끌었던 살바도르 아옌데를 위한 일종의 찬미곡이다. 칠레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세르히오 오르테가(Sergio Ortega)가 작곡했고, 가사는 누에바 칸시온의 대표 그룹인 낄라빠윤(Quilapayún)이 썼다. 아옌데 정권의 뿌리와 힘이 민중에게 있음을 밝히고 있는 노래 제목은 아옌데가 선거운동 기간에 외친 구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노래가 만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아옌데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 세력에 대항하다 자살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됐다. 그 뒤 이 노래는 군부 정권에 대항하며 싸우는 칠레 민중들의 노래가 됐고, 이후엔 남미 전역과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됐다.

미국에선 현대음악 피아니스트인 오펜스가 젭스키가 피아노 변주곡으로 만들어 종종 여러 연주회에서 연주되고 있다. 젭스키는 이 노래에 자신의 작곡 기량을 36개의 변주곡을 작곡했으며, 즉흥곡을 추가했다. 국내에서도 가끔 무대에 올려지지만 ‘민중’이라는 단어가 가진 어감 때문인지 ‘단결된 민족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다소 모호하게 번역된 제목으로 공연된다.

국내에선 이소선합창단이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2016년과 2017년 탄핵 촛불 집회 무대 등에서 불러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가사는 “노래하라 우리의 승리를 단결의 깃발 앞서 나가니/너와 나 함께 행진하리라/너의 노래 깃발이 온 세상을 덮고/붉은 새벽빛이 우리가 우뚝 서는 새날을 외치니” 등 우리의 감성에 맞게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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