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악저지’ 연좌시위 “국회의원도 150만원 갖고 살아봐라”

in #kr8 years ago

민주노총, 국회 환노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 맞춰 기습시위… 12명 경찰에 연행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는데, 국회가 굳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논의하겠다고 합니다. 월 천만원 상당의 임금을 챙기는 국회의원들이 말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월 150만원으로 살고 있다면 말을 안 합니다.”

21일 국회 정문과 국회 안 분수대에서 민주노총의 국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 저지 집회가 기습적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국회를 향해 이같이 비판했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위원이면서 최저임금 당사자인 마트 노동자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올해 마트 노동자의 기본급은 믿기 힘들겠지만, 72만9천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벌대기업들은 상여금조차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산입범위 확대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저희 식대는 고작 해 봐야 3~4천원 수준”이라며 “그런데 이 금액조차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것. 국회의원 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보고 150만원 갖고 살아보라 하라”고 말했다.

국회 안으로 진입한 노동자들
“최저임금제도 개악 멈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핵심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번 회의에서 환노위는 상여금과 수당, 식비 등을 산정할 때 최저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회는 법개정을 통해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수당을 포함해야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그동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자체를 반대해 왔다. 현재도 상당수 사업장에서 각종 수당 및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논란이 일고 있는데, 법제화까지 시킨다면 최저임금을 아무로 올려도 인상효과가 전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사회적 양극화 해소의 유일한 방안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 왔다.

이에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막기 위해 국회 앞 기습시위를 전개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은 “국회 소위에서 산입범위 확대 결정되면, 본회의까지 순식간에 처리된다. 최저임금 아무리 올려 봐도 아무짝에 쓸모없게 되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애초 집회는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오후 1시경 국민은행 앞에는 7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모였다. 조합원들은 집회가 시작되자 곧바로 국회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 장소에서 국회로 향하는 길목이 경찰에 막히자, 집회 참가자들은 산발적으로 행진을 우회해 국회로 향했다. 이중 20여명의 조합원들은 빠르게 국회대로를 넘어 국회 안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국회 앞으로 모여 “국회는 최저임금 개악논의 즉각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막겠다”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경찰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담장을 넘거나 국회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고, 12명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회 분수대 앞에서도 150여명의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저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두 차례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면담 요청 거절과 관련해 추 대표 측은 특별한 이유를 들지 않았다.

앞서 이날 민주노총은 국회 정론관에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산입범위 논의 중단하고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길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국회 논의는 최저임금위원회 협의라는 사회적 대화에 시작부터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제도는 정당 간 정치적 흥정거리여서는 안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20일부터 전국 집권여당 광역단체장 후보캠프에서 산입범위 확대 저지를 위한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서울·충남·충북·대전·전북·광주·부산·울산·강원·제주·전남·인천·대구 지역 시장 및 도지사 후보 캠프에서 농성을 시작해 21일 경남·경기로도 확대됐다.

한편, 국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는 이날 오후 5시55분에서야 고용노동소위에 상정됐다. 소위는 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과 노동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환노위원들은 ‘밤샘’ 각오로 저녁식사 이후 논의를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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