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노마드를 향한 외침

in #kr7 years ago

이 글을 몇 분이나 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보팅, 댓글, 팔로업 같은 것 안 해주셔도 되니 많이 보고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공부를 참으로 싫어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아서 부모님이 걱정도 많이 했었죠. 심지어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꼴찌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4명이 공동 꼴찌를 했다고 제 이름을 크게 부르시더군요. 근데 그땐 그것조차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저는 당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학교 졸업할때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참 기적이었습니다. 그나마 그때라도 깨달은 것이 참 다행이죠. 하지만 여전히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제게는 일생의 도전이었고 넘어야할 언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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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날씨 속의 언덕 위 도시 -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

그땐 참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 이 언덕만 넘으면 나는 인생의 젤 큰 고비를 넘는 거야. 조금만 더 열심히 하자"

전 그때까지도 몰랐나 봅니다. 인생의 언덕은 그 이후에도 계속 있었다는 것을요. 대학교도 참 여러 곡절을 거쳐 들어갔습니다. 그때 제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참 멋졌습니다. 새로 태어난 것만 같았고, 이제는 절 막고 서있는 언덕 따위는 더 없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근데 왼걸요? 대학 입학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이번엔 취직이라는 더 크고 높은 언덕이 제 앞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저는 대학 입학 한 달 만에 제 인생을 결정짓기 위해 또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번엔 중학교 때의 중압감과는 좀 다르더군요. 뭔가 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순간이 온 거죠.

취직원서를 참 열심히도 작성했었습니다. 나름 뭔가 자신 있게 넣었지만 세 번 연달아 탈락하니 엉덩이에 불이 나더군요. 여실히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언덕 앞에 서 있고, 취직만 하면 내가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사고 내 인생을 만끽하면 살겠다는 생각을 하루에 약간 과장을 보태서 300번 정도 했습니다.

전 참 운이 좋았습니다. 네 번째 넣은 곳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까지 보게 된 것입니다. 3차까지 이어진 릴레이 면접을 통과하고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쥔 순간 저는 드디어 내 인생의 가장 큰 언덕을 넘었다는 환희에 사로잡혀 한 달여간을 신나게 만끽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웃음만 나는군요.
그때 뭐가 그렇게 행복했는지, 어떤 성취감에 취해있었는지. 만약 제가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른 당장 회사에 들어가지 말라고 뺨을 한 대 때리며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네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예 예 맞습니다. 이직을 3번 했습니다. 평균 한 2~3년씩 있었나 봅니다. 그 입사 후 딱 한 달 후부터 지금까지 꿈꿔왔던 것은 단 하나입니다. 요즘에야 조금 사람들과 저에게 좀 익숙해진 그 단어, 맞습니다. "디지털노마드"입니다.

전 노마드가 되고 싶습니다.

뭐 꼭 앞에 '디지털'을 붙일 필요가 있나요? 이 세상을 사는 모든 분은 이미 디지털이 삶의 대부분이 되었으니 저는 뭔가 더 멋지게 노마드로 칭하겠습니다.

저는 노마드 삶의 귀중함을 회사 입사 후 한 달 만에 깨달았지만, 용기가 없었던 저는 수 많은 시간을 회사에 내어주고 탈진이 되어 여기까지 흘러 왔습니다. 그나마 아주 미약한, 오랫동안 꿈꿔 왔던 이상이 아직은 마음 저 구석에 남아있어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저는 우리 사회 시스템에 적응해버린 수많은 '논(non)노마드'중 하나입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직장 동료와 업계 분들, 친구들 만나서 얘기해보면 99.98%는 노마드가 되고 싶어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게 한탄스럽습니다.

스팀잇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눈곱도 못 때고 눈 비비며 지하철 타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또, 회사에서 이리지러 치이고 눈 비비고 돌아와 소파에 누워있다가 TV 좀 보고 씻고 잠자는 지겨운 평일이 싫었습니다. 주말조차도 시간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제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쳇바퀴 같은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 17년 10월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기로 삶의 패턴을 조금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죽기보다 싫더군요. 너무 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하루에 6시간 정도 자니 그나마 좀 버틸만 하더군요. 그래도 점심 먹고 모니터 앞에 앉아있으면 이보다 더 큰 곤욕이 없었습니다. 쏟아지는 잠에 자신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눈이 감기더군요.

약 세 달 정도 이런 고난의 행군을 걸어오다 보니 이제는 새벽 시간이 아주 편안해졌습니다. 이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온건히 저의 시간이 되더라고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제 인생의, 아니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했죠. 제 삶은 수동적에서 주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하루에 약 3시간 정도만요. 아아 아닙니다. 계산이 잘못됐습니다. 지하철도 졸면서 왔다 갔다 하지 않으니 대략 4시간이군요.

처음엔 회의적이었습니다만, 지금은 나름 많은 변화가 일어나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 미약하게나마 계획 중입니다. 바로 위에서 강조했던 '노마드'죠.

하루에 4시간만 활용해도 제 생활을 이렇게 바꿀 수 있는데, 회사에서 남에게 아주 싼 값에 조공하고 있는 제 남은 20시간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다면, 제가 생각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미 틀에 박힌 제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겠느냐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아직 취직을 안 하셨거나 하실 계획이신 분들은 이 말에 속아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회사 들어가면 뭐라도 배울 수 있고, 그러면 나중에 뭔가 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끔찍한 얘기입니다. 대기업에 들어가실수록 더더욱 끔찍한 얘기가 될 것이라 장담합니다. 제가 노마드가 되는데 회사는 전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 세 명이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우리가 소위 말하는 대기업은 답이 없습니다.

행복하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일 것입니다. 전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여유롭고 행복한, 온건히 제 것인 아침으로 시작해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글을 보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저같이 의지 약한 사람도 해냈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삶에 적용해보세요. 그리고 꼭 3달 만이라도 그 다짐을 지켜 내신다면 자신감이 생기실 거에요. 그 자신감을 자극제로 해서 더욱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꾸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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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매일 5시에 기상을 하고있구요 나름 대기업에 다니고 있죠,,
회사에 들어가서 배우는게 없을지라도 일단 돈을 벌어야하니 취업해야 하는 현실..ㅜㅜ

5시에 기상을 하고 계신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일단 돈을 벌어도 쓸일이 계속 생기면서 액션의 시기가 뒤로 밀리더라고요. 빠른 액션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항상 생각으로는 뭐든지 가능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천은 어렵죠. 그걸 다 해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멋지신분이네요. 저도 바뀌려고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처음부터 많이 바꾸실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조금씩 바꿔보시면 좋은 결과 있으실거에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스타트업에 근무 중이고, 노마드가 꿈인데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쉽지만은 않네요 ㅎㅎ @홍보해

그래도 저 보다는 많이 앞서 계신것같아 부러운것은 숨길수가 없네요. 전 꼭 성공하시리라 믿고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vixima7님 안녕하세요. 써니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써니님 !!!!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멋집니다. 우리모두 지금, 여기를 살수 있길 :)

누추한글에 답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잘읽었습니다` 편안한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

진심이 담긴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

이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온건히 저의 시간이 되더라고요. >> 개공감하고 갑니다. 수많은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논의중에 가장 중요한 이부분이 엄청 빠져있더군요..후후. 응원합니다. 저도 그러한 자유를 쫒아 현재 4년차 노마드로 살고있습니다. ;)

응원 감사드립니다. 저도 lynnata님 처럼 노마드가 되어 신고식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아직 취직을 안 하셨거나 하실 계획이신 분들은 이 말에 속아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회사 들어가면 뭐라도 배울 수 있고, 그러면 나중에 뭔가 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이 말이 틀렸음을 몸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공감되는 문구입니다.

저도 그때 알았더라면 이란 독백을 참 많이 했던것 같아요. 공감해주시니 제가 더 고맙습니다.

첫 직장생활하면서 잠자는 시간외에 주말까지 모두 회사의 노예로 살았던 제가 생각나네요..지금은 조금 더 나은 수준의 노예가 되긴 했지만..;;평일에 제 시간이 있더라도 이미 회사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와서 집에서는 밥도먹기 싫을 정도니까요.. 저도 조금씩 이런 핑계는 넣어두고..집에서 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화이팅하세요~

저도 저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어요. 무지게님처럼 멋지게 살수있도록 노력할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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