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봉합의 세계] 옷 말고 피부를 꿰맨다니

in kr •  2 years ago  (edited)

첫사진_최종.png

안녕하세요 @verygoodsurgeon입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칼에 손을 크게 베인 적이 있었습니다.
꿰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파서 엉엉 소리치며 우는 와중에도 옷 꿰매는 바늘과 실이 피부를 통과하는 상상을 하며 더욱 무서운 공포감에 사로잡혔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마취주사를 놓는 순간 통증이 극에 달해 거의 정신을 놓아버렸고,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실이 예쁘게 피부를 통과하여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살면서 한번쯤은 피부봉합을 받아보셨을 것이고, 끝나고 나서는 의사선생님이 몇바늘 꿰맷는지 궁금해하기도 했겠지요. 오늘은 그러한 각자의 기억을 되살려, 재미있고 신기한 피부봉합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바늘(Needle)은 어떻게 다를까]

수술에 사용하는 바늘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옷을 꿰매는데 사용하는 바늘과 다르게 생겼습니다.

needle.jpg
(일반적인 바늘 vs. 수술용 바늘)

전반적으로는 의사가 피부를 꿰매는 자세를 고려해서 좀더 둥글게 생겼습니다.
바늘의 종류도 바늘의 크기와 둥근 정도, 바늘 단면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바늘 설명.png

바늘의 단면이 삼각형으로 각져 있는 것은 뚫기 쉽기 때문에 피부같은 질긴 조직을 꿰매는 데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뚫는 과정에서 찢어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죠. 이와 반대로, 둥근형태의 바늘은 연약하고 찢어지기 쉬운 내장이나 혈관 등을 꿰매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바늘을 손으로 잡고 꿰매느냐. 아닙니다.
일반 바늘에 비해서 외과용 바늘이 너무 작고, 찔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구로 바늘을 잡고 사용하는데, 그 기구를 바늘잡게(Needle holder)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니들홀더'라고 부르죠.
Needleholder.jpg

지금 Needle holder를 잡은 방법이 손바닥을 이용해서 handling 하는 'palm grip' 방법인데, 가위처럼 양쪽 구멍에 손가락을 껴서 사용하는 'finger grip' 방법보다 꿰매는 각도 등이 더 편리해서 좀더 널리 쓰입니다. 다만 처음에 적응하는데 어렵고 시간이 걸려, 초보 외과의사들이 의사가운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면서 만지작만지작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다음 기회에 의학드라마 수술장면을 볼 때는 배우들이 어떤 grip 방법을 사용하여 연기하는지 한번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단추달 때와 수술할 때, 둘다 '꿰매'지만 사용하는 바늘도, 기구도, 자세도 완전 다르죠?
그러니 저처럼 중학교 실과시간에 우스꽝스러운 주머니를 만들어도 외과의사 할 수 있음ㅋ

[봉합사]

이번에는 수술에 사용하는 실은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시다.
봉합사종류.jpg
다양한 봉합사들의 모습. 적혀 있는 숫자에 따라 바늘의 크기과 실의 굵기가 다르다.

봉합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흡수사 vs. 비흡수사

흡수사는 말그대로 녹는실이고, 나중에 제거할 수 없는 곳이거나 제거할 필요가 없는 곳을 봉합할 때 사용합니다.

Q. 녹는실은 얼마정도 후에 녹아 없어지나요?

실마다 많이 다르지만 보통 3개월정도 지나면 녹아 없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완전히 녹기 전에 실이 처음의 긴장도(장력, 힘)을 잃어버리는 기간은 그것보다 더 짧은 1주일~2달 정도 입니다.

Q. 녹는실을 썻다가 녹은 후에 상처가 벌어지면 어떻게 해요??

피부를 실로 억지로 붙여 놓으면 몇시간 안에 상처가 아물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도 세분화하면 굉장히 복잡한데 핵심은 녹는실이 녹기 훨씬 전에 이미 상처는 아물어서 다시 붙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배 안 같은 경우는 주변 조직의 유착(들러붙음)이 생겨 혈관 등의 조직이 터지거나 새는 것을 막아줍니다.

반면에 비흡수사는 녹지 않는 실이고, 녹으면 안되는 곳이거나 빨리 제거해야 하는 곳에 사용합니다.

Q. 녹는실은 안빼도 되고 편한데 왜 굳이 안녹는실을 쓰나요?

실을 빼지 않고 오래 가지고 있으면 실이 묶여 있던 자리 자체가 흉터를 만들수 있기 때문에 미용상 중요한 얼굴이나 피부같은 곳은 주로 녹지않는 실로 꿰매고 빨리 제거 한답니다.
배 안을 수술할 때 녹지않는실을 시용하는 경우는 대표적으로 굵은 혈관을 연결할 때가 되겠네요. 혈관을 꿰맷던 실이 녹으면 대재앙..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Q. 안녹는 실은 보통 얼마 후에 제거해야하나요?

안녹는 실을 너무 빨리 빼면 아직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이므로 다시 벌어질 수 있고, 너무 늦게 빼면 그만큼 흉터가 많이 남고 실 자체에 세균이 번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용적으로 중요한 얼굴은 3-5일, 팔다리나 관절같이 움직임이 많아 벌어질 위험이 있는 곳은 2주정도 유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러분이 다쳐서 피부를 꿰맷는데, 실밥이 보이면 그건 비흡수사이고, 따라서 언제 실밥을 뽑으러 올지 의사가 알려줍니다. 반대로 흡수사는 피부안으로 꿰매기 때문에 보통은 보이지 않습니다. 간혹 상처가 다 아문 후에 이상한 것(?)이 튀어나와있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녹는실이 밖으로 튀어나온 경우는 잘라내도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생아 배꼽처럼 자연적으로 떨어지니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피부를 꿰매는 몇가지 방법]

바느질에도 홈질, 박음질, 공그르기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듯이 피부를 봉합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여기에 기본적인 몇가지 방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보겠습니다.

- 단순 봉합 (Simple suture)
(<- 가장 흔히 보는 일반적인 봉합법입니다.)
- 표피밑 봉합 (Subcuticular (Buried) Suture)
(<- 녹는실을 이용하여 실밥이 밖에서 보이지 않게 꿰매는 방법입니다.)
- 직각 매트리스 봉합 (Vertical mattress suture)
(<- 피부층 가장자리를 세밀하게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방법입니다.)
- 연속 표피밑 봉합 (American (Running subcuticular) suture)
(<- 수평으로 뱀처럼 꿰매지는 형태로, 마찬가지로 밖에서 보이지 않고 미용적으로 중요한 부분에 주로 쓰입니다.)
여러가지 봉합법.png
(출처 : 기본임상술기지침, (사)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은근히 다양하면서도 신기하지 않나요?

[ 피부를 봉합하는 다른 방법들]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봉합방식의 단점을 보완해가는 형태로 피부를 봉합하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 의료용 스테이플러 (Surgical stapler)
800px-Skin_stapler_closeup.jpg
(출처 : wikimedia commons)
실제 스테이플러에서 고안된 제품으로 피부를 쉽고 빠르고 단단하게 봉합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주로 응급실에 두피가 찢어져서 오는 환자들이나, 외과, 정형외과 수술 후에 많이 사용합니다.

- 의료용 테잎 (Steri strip)


종이테이프가 피부를 잡아주어 봉합과 같은 효과를 나타냅니다. 잡아주는 힘이 크지는 않아서, 장력(tension)을 받지 않는 곳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피부접착제 (Skin adhesive agent)
의료용 본드라고도 합니다. 피부에 발라두면 마른 후에 상처를 코팅하여 접착효과를 나타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고요.
이것 역시 장력을 받지 않는 곳이나 봉합의 마무리 단계에서 사용합니다.
2015-04-21_10;38;39.png

이 업체 외에도 다양한 피부접착제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봉합의 미래 - 개발중인 제품들]

현재의 접착제는 표면에 약하게 막을 형성하는 수준으로, 아직은 독립적인 봉합기능을 한다기 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잇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는 진짜 본드같은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생체 본드가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수술속도도 빨라지고, 봉합사로 인한 부작용(실에 세균들이 자라거나, 실이 풀려서 상처가 벌어지거나 피가 나기도 함)이나 불편함도 줄어들겠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5/22/0200000000AKR20170522079300009.HTML?input=1195m
(참고 : 연합뉴스 기사)


[글을 마치며]

찢어진 환자들의 상처를 봉합해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몇바늘 꿰맷어요?' 입니다.
왜냐하면 엄마나 친구에게 이렇게 얘기해야하기 때문이죠.
"괜찮아, 세바늘밖에 안 꿰맷어."
"대박! 열바늘이나 꿰맷데 ㅠㅠ"

하지만 사실 의사들에게는 몇바늘을 꿰매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상처의 길이와 꿰맨 바늘의 수가 비례하긴 하지만 상처의 상태나 의사에 따라 몇 바늘 꿰매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이것도 세바늘이고 이것도 세바늘입니다.
봉합 길이.png
그래서 의사들은 본인이 꿰매면서 몇바늘 꿰맸는지 세거나 기억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건 상처의 깊이와 길이거든요~

고로, 앞으로는 병원에 가셔서 '몇 바늘'보다 '몇 cm' 꿰맷는지 여쭤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피부 봉합의 세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제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이구요,
포스팅하면서 생각난 예전 사진 한장 첨부하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케이블 봉합_최종.jpg
(망가진 폰 충전줄 앞에 나타난 직업병.jpg)


다음엔 더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빠잇!!

투명배경.png

의사들이 직접 쓰는 최초의 STEEM 의학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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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런것도 꿰멜수 있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보고갑니다. ㅋㅋㅋㅋ

·

감사합니다!!ㅋㅋ

아악 ㅋㅋㅋ 저도 봉합 당한(? ;;) 적이 몇번 있는데 ㅋㅋㅋ
녹는 실도 있었고 안 녹는 실의 경우 실 제거 할 때 그 느낌이 ㄷㄷ

·

맞아요 좀 기분나쁘긴 하죠 ㅠㅠㅋ

충전줄을 저렇게 꼬매시다니!!ㅋㅋ 잘보고갑니다ㅎ

·

감사합니다!! 패닥님 글도 잘 보고 있습니다 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

·

넵!!^^

으어어! 글을 읽는 내내 상상되는데....ㅠㅠ 내용이 너무 재밌네요 ㅎㅎ
외과 의사님 이야기는 드라마에 자주 나왔어서 인지
더 친근하고 재밌게 느껴져요! ㅎㅎ

·

늘 제 포스팅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해요 :)
행복한 연말 되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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