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하얀거탑] 삐딱하게 감상하기2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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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이 10년만에 돌아왔다. 2018년에 맞게 편집과 음악을 새롭게 각색해서 그런건지, 아님 그동안 나의 시각이 많이 변한건지 아무튼 10여년전 처음 시청했을 때와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드라마는 아무래도 인물들 간의 감정선이나 권력 암투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바탕이 되는 질병이나 수술에 대한 설명은 좀 불친절한 편이다. 이에 하얀거탑을 200%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삐딱한 부연설명을 달아보려 한다.


췌장암이 의심됩니다

최도영(이선균)과 장준혁을 일시에 위기로 몰아넣은 사건이 있었지요. 부원장의 환자를 대진하던 중 최도영 교수는 쎄~한 느낌을 받아 추가 검사를 진행하려 합니다. 부원장은 본인의 환자에 참견하는 것이 기분나빠 그만두라 하지만, 결국 최도영과 장준혁, 몰래 수술까지 해버려 결국 췌장암이 맞음을 밝혀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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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이선균이 보여준 환자의 기록을 장준혁이 보자마자
"허허 환자가 운이 좋았어 최도영교수한테 걸리다니" 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최도영은 췌장암 임을 직감했던 걸까요?


먼저 췌장/췌장암에 대해 살펴봅시다.

췌장은 우리말로 이자 라고도 하는데 십이지장 옆, 위장 밑에 숨어서 각종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관이자
우리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등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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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췌장에 이 생기게 되면, 후복막(뱃속 깊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가 어렵고, 증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소화불량 등 특징적이지 않은 증상이 대부분이어서 병이 진행된 후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주변에 중요한 혈관들이 위치하고 있어 직접적인 침윤도 쉽게 일어나고, 이미 전이된 경우가 많아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수술로 암을 완전절제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이 10-20%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지난편에 말씀드렸던 담낭암과 견줄 만큼 고약한 암입니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잡스도 세계적인 췌장암전문가에게 백방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ㅠ

췌장에 암이 생기는 이유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육류나 지방성분을 많이 섭취한 사람, 흡연자, 만성 췌장염 환자, 당뇨병 환자 등에서 발생률이 높습니다. 알코올(술)이 직접적으로 췌장암을 일으키진 않지만 만성췌장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술을 좋아하시는 분도 경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췌장에 암이 생기면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황달 같은 증상이 초기에 나타나면 조기 발견을 할 수 있으니 운이 좋은 경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화가 잘 안되거나, 간헐적인 복통 등이 있어도 그러려니 한 후에 병이 깊어져서 찾아오시거든요.

췌장에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드라마에서처럼 보통 CT나 초음파로 처음 발견합니다.

CT, MRI, 초음파로 췌장암은 어떻게 진단내리는지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은 영상의학과 의사이신 @radiologist 선생님께서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췌장을 좀더 정밀하게 들여다 보기위해서 내시경초음파라는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는데요, 일반 위내시경과 같은 원리로 내시경을 입으로 집어 넣은 후 위를 지나 십이지장까지 도달한 상태에서 내시경 끝에 달려있는 초음파로 십이지장 옆의 췌장을 살펴보는 원리입니다. 일반적인 복부초음파보다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췌장 종양의 생김새나 침범상태 등을 좀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고, 필요시 조직검사까지도 가능하답니다(췌장암이 강하게 의심되고 수술이 가능한 범위라면 조직검사는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부로 암이 퍼지거나 출혈 등의 위험성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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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극중에서는 이러한 검사 만으로 의심은 되는데 확실히 진단내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수술을 시행합니다.

췌장은 긴 나뭇잎처럼 생겼는데요
어느 부분에 암이 생기느냐에 따라서 수술이 완전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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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꼬리에 암이 생기면 꼬리만 잘라내면 되는 상대적으로 덜 힘든 수술이지만,
췌정머리(두부)에 암이 생기면 담관, 십이지장, 췌장 머리, 소장 일부 까지 잘라내야 하는 엄청 크고 복잡한 수술이 되어버리거든요(휘플씨 수술 혹은 유문보존췌십이지장절제술 이라고 한답니다). 주변의 복잡한 구조물 때문에 췌장 머리만 단독으로 절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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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pple씨 수술이란 췌장 두부, 담도, 위 일부, 십이지장, 소장 일부를 절제 후에, 소장을 췌장, 담도, 위에 이어줘야 하는 큰 수술입니다.

이러한 큰 수술은 수술이 아무리 잘되었다 하더라도 각종 크고 작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췌장액 유출, 감염, 소화불량 등등 이요

이런 내용을 교과서에서는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췌장 및 팽대부 종괴의 수술적 치료는 수술 범위가 클 뿐만 아니라 환자의 수술 후 경과 또한 나쁜 편이기 때문에 비종양성 질환에 대한 수술 전 감별 진단에 주의가 요구된다.

이제 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봅시다.

능구렁이같은 부원장님에 맞서 싸운 최도영 교수를 응원하지만, 자칫 환자를 위하는 마음만으로 접근했다가는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최도영 교수가 췌장암을 의심해서 수술 진행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종괴는 암이 아니고 물혹이었다고 가정 해봅시다.

환자가 '아이고 암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라고 받아들이면 정말 좋겠지만,
"아니 암도 아닌데 그 큰 수술을 왜 한거에요?? 애초에 부원장님이 괜찮다고 경과지켜보자고 했는데 당신이 뭔데 나를 이지경으로 만들어요? 새파랗게 젊은 의사가 막 수술해야된다고 우겨서 했더만ㅠ 딴 병원 갈껄 ㅠ 수술하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이게 뭐에요!!" 이렇게 반응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을 내리는 것과 수술결정을 내리는 것은 언제나 신중해야하고 늘 어렵습니다 ㅠㅠ

말이 나온 김에 이 문제를 좀더 확장시켜보겠습니다.

현재 몇몇 병원에서부터 도입되기 시작하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 for Oncology)은 진단 분야부터 영향력을 확장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작년에 전문의보다 암을 더 잘 찾아낸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구요.
참고자료 : “인공지능 왓슨, 암진단 정확도 96%···전문의보다 높아”

상상해봅시다. 인공지능 의사 느님이 당신이 췌장암일 확률이 97퍼센트라고 예측했습니다.
당신은 수술을 결심하시겠습니까?
87퍼센트는 어떻습니까? 77퍼센트는요?
만약 97퍼센트 말만 믿고 수술을 했는데 실제 췌장암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까요? 오진한 인공지능 컴퓨터 본체를 부셔버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죠.

인공지능은 부정할 수 없이 빠르게 이 세상 구석구석으로 다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에서 쓰이는 killing machine,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 인공지능 의사의 오진 등 인공지능 도덕적, 철학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좀더 적극적으로 필요해지겠네요.


[2~3화]로 이어지면서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하얀거탑!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으로 뵐께요 :)

저도 끊임없이 배워가는 입장에서 부족한 의학지식으로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점 양해 부탁드리며 바로잡는 코멘트나 궁금한 점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 Reference :
    간담췌외과학 제3판

투명배경.png

의사들이 직접 쓰는 최초의 STEEM 의학 매거진

https://mediteam.us-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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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면 췌장을 보는 초음파내시경은 췌장 내에 들어가서 보는게 아니라 십이지장 벽에 초음파경을 붙여서 두 겹(? 맞나요? 십이지장 벽하고 췌장 벽..?)을 넘어서 보는거였나요? 신기하네요. 아닌가? 췌장암의 경우 종양이 주로 췌장 내부에 자리하나요? 아니면 외부에? 하긴 처음 종양발생 시기가 아니라면 크게 의미 없는 질문일 수도 있겠네요.
인공지능 이야기는 오히려 그렇게 말씀하시니 인공지능을 도입하는게 의사분들께 더 좋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껏 환자 생각해서 수술 생각해보라고 했더니 나중에 멱살 잡히는 것 보다는 컴퓨터한테 책임지라고 하는게 차라리......

네 초음파내시경은 이해하신대로가 맞습니다^^
췌장 내부에는 췌관이라는 관모양의 통로가 있기는 한데 기계가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가늘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피부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자세히 볼 수 있디요^^

두번째 질문은 종양이 외부로 튀어나오느냐 속에서 자라느냐는 질문이신 듯 한데, 췌장암의 발생위치는 기원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내부에서 자라는 편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의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데이터 분석을 통한 확률 계산은 컴퓨터에 맞기더라도 종합적인 판단은 인간의사와 환자가 함께 결정내려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

폭풍 댓글 감사합니다 :)

사실 저희 친척분 중에 췌장암으로 운명하신 분이 계셔서 췌장암은 저도 두려움의 대상이자 또 잘 알아놓아야 할 것 같은 암 중에 하나여서요. 관심이 많이 가는 암입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할 수 없는지, 어떻게 발견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죠..
'육류나 지방성분을 많이 섭취'하는 게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저랑 제 남편이 그런 편이라 걱정이 되네요. 관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야말로 재미있고 유익한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덕분에 요즘 재방영 해주는 하얀거탑을 드디어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더군요 ㅎㅎ 근데 말씀하셨듯이 일반 의학드라마랑은 다르게 환자 케이스는 정말 곁다리고 정치 이야기가 주인 것 같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너무 재미있는게 함정이지만요 ㅎㅎ 선생님 혹시 신하균 주연의 '브레인'도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거긴 신경외과긴 했지만요ㅎ 이 드라마 때문에 배우 신하균씨는 저한테는 아직도 '이강훈 선생'입니다 ㅋㅋ

ㅋㅋㅋ브레인을 보지는 못했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ㅋㅋ 의학드라마는 소재의 특성때문에 만들기만하면 평타이상은 치는것 같더라고요 ㅋㅋ

기회가 되면 한번 리뷰해드리겠습니다 ㅎㅎ
드라마 정도 케이스라면 아마 과간 컨퍼런스에서 심도있게 다룰법한 케이스인것 같네요ㅋ

와~!! 감사합니다 :)
세계최고의 명인병원에 걸맞게 심도있는 케이스들이 많이 등장하더라구요..ㅋㅋ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

넵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떤드라마인지 보러들어왔다가 의사되서 나갑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볍게 들어오셨다가 머리아파서 나간다는 뜻은 아니시길 바라면서 ㅠ ㅋㅋ

흥미로운 포스팅 감사합니다! 전 암이라면 막연하게 간단히 종양부위를 절제하면 되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생각할게 많은문제였군요!

맞습니다. 특히 암수술에서는 종양 자체의 제거도 중요하지만 종양 제거 후 장기들을 다시 이어주는 재건reconstruction 수술이 아주 어렵고 중요하답니다 :)

아울러 진짜 건강법도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가령 비타민C 메가도스 용법이라던가 나트륨과 물도 충분히 많이 먹어야 좋다라는 등도요.
잘보고갑니다.

저의 글에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지만 @happyjung님이 생각하시는 '진짜 건강법'이 무엇인지는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전에 포스팅하신 "우리 인간은 대부분의 병이 자연치유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의사인 제 입장에서는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드라마를 통한 암이야기 더불어 문제점까지 너무 재미있었네요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아 당연히 팔로우도 할께요

전 [진동] 편에서 마음을 뺏겨 이미 팔로우 중입니다 :)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요~~ㅋ

허걱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쓰겟습니닷!!! :)

황달 증상을 검색해 보았는데, 소변이 벌겋게 나오고, 눈과 얼굴이 노랗다고 하는데, 소변이 매번 벌겋게 나오는 걸까요? 아님 그냥 하루 정도... 궁금합니다 ㅠ

르바님^^
황달이란 혈액 속에 빌리루빈이 많이 떠다녀서 생기는 증상을 말하고, 이 빌리루빈이 소변으로도 섞여 나오기 때문에 색깔이 갈색처럼 진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의학용어로는 빌리루빈뇨증(bilirubinuria)이라고 하지요.

간질환으로 인해 황달이 심한 경우에는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져 있으니 매번 소변색깔이 진하게 나오겠지요?

윽... 저번에 읽어보기만 하고, 댓글 다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ㅠㅠ
또 시간이 지나니 소변 색은 원 상태로 돌아오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몸이 어떤지를 몰라서 운동도 하고 잘 관리해야겠습니다.

확률이라는 것에 대해 가끔 회의가 들 때가 있습니다. 부작용 1% 라 해도 본인에게 나타나면 100% 이니까요...

맞습니다.
동의서를 받을때도 어느정도의 희귀한 부작용까지 설명을 일일이 드려야 할지도 참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그런부분에 너무 집중하셔서 다른 설명들이 등한시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ㅠ

와...너무 무서운 암이군요ㅜㅜ 초기증상이 없는 종류들은 다 무서운 것 같습니다...역시 평소 관리가 최선이겠죠.

넵 ㅠ 저는 주변분들에게 금주금연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씀드립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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