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Archive 3: Very First Facebook Profile

한국입니다!!
서xx Mxxx Sxxx
좋아하는 것: 회
최종 학력: 육군포병학교 수료(2010)
최종 우승 경력: xx고등학교 농구대회 xx볼(2003)
핸드폰 없습니다 집 전화로 하십시오~ 02-587-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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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내가 내 첫 페북 프로필 사진 밑에 주저리주저리 달아놓은 글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부터 나는 항상 일부러 신식문물을 거부하는 척 하며 옛것을 수호하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했다. 그럼으로써 아마도 좀 튀어보려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결국에는. 2006년 쯤 초콜렛폰이 막 뜰 때 나는 스타텍 2004를 샀으며 2008년에 햅틱이 유행했을 때 나는 누가 묻지도 않았지만 내 016 앞 자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하며 또다시 2G 폰을 샀다. 2010년도 들어 남들이 다 페이스북을 할 때 끝까지 안하다가 2014년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잠시 귀국하며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뭔가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세상에 굴복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색한 친구들의 근황이 궁금해져서 페이스북을 또 안 만들순 없었다. 그래서 싸이월드 프로필을 연상시키는 이런 글을 굳이 써서 달아놓으면 뭔가 페이스북을 처음하는 어리숙한 20대 후반 남자의 느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입니다!! —> 이 문장은 내가 한국에서만 줄곧 머문게 아니라 미국물을 좀 먹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전해주기 위해 삽입하였다.
서xx Mxxx Sxxx —> 위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페북 친구가 그 당시엔 한 명도 없음에도 굳이 영어 이름까지 넣어줌으로써 나를 차별화시키려 했다.
좋아하는 것: 회 —>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동떨어진 인간유형으로 보이고 싶진 또 않아서 고심끝에 이 문장을 삽입했다. 마치 여자들이 실제로는 스포츠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남자 앞에서나 인터넷 공간에서는 좋아한다고 하면서 남자들이 자신과 그 여자는 비슷한 구석이 있구나 오 저 여자는 다른 여자와 뭔가 달라 착각하게끔 만드는것과 비슷한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회를 정말 좋아하니 마냥 허세만은 아니다.
최종 학력: 육군포병학교 수료(2010)—> 이건 페북을 시작하고 나서 좀 둘러보다가 좋은 대학교 나온 애들이 자기 대학교 이름을 대문 앞에 걸어두는게 그 당시 어린 마음엔 보기 싫어서 그들을 우회공격한답시고 작성했다. 지금 생각해도 별로 의미없는 짓이었다.

최종 우승 경력: xx고등학교 농구대회 xx볼(2003)—-> 이 문장은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또 어느 정도 하는 청춘시리즈물 순수남출신이란걸 강조하기 위해 넣었다. 마치 카톡프로필에 축구선수 사진 (이상하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많다) 걸어놓은 연애 딱 두번, 그나마 그 두번중 한번은 흐지부지하게 한달만에 끝난, 남학생의 심리상태와 유사했다. 또 고등학교 때 공부만 하던 마냥 찐따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주장코자 했다.

핸드폰 없습니다 집 전화로 하십시오~ 02-587-xxxx
->그 누구도 집으로 전화를 걸지 않을거란걸 알고 있었지만 자기 희화화의 목적과 앞서 말한 옛것 수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됐다.

요약 : 그 당시엔 이 프로필이 나를 좀더 특별하게 보이게 해서, 혹은 좀더 유머러스하게 보이게 해서, 궁극적으로 나의 인기가 올라가게 할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었다. 물론 틀린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