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고양이

in #kr7 years ago

빛보다 더 빠른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자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생각나더군요.
옛날에 특수상대성이론 방정식을 어느 노트엔가 풀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노트가 어디 있더라...

한참 찾다가 드디어 책 무더기 틈새에서 발견한 노트.
아주 오랜만에 한 장 한 장 넘겨 보자니... 기억이 새롭네요......

상대성 이론은 이렇게 시작되죠.
동네 강둑에 서서 기차가 지나가는 걸 바라보는 아인슈타인.
그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기차 안에서 동전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기차 안에 있는 사람 눈에는 동전이 직선으로 올라갔다가 직선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기차 밖에 있는 사람 눈에는 기차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보이지 않겠지. 왜냐면 기차가 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림으로 볼까요? 아주 빨리 달리는 로켓, 자동차, 기차 뭐든 좋습니다.
그 안에 제가 타고 있고, 고냥씨가 밖에서 달리는 기차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심심해진 저는 기차 천정에 거울을 붙여놓고 후래시로 거울에 빛을 비추는 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기차 안에 있는 제 눈에는 후래시 불빛이 아래와 같이 직선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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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차 밖에 있는 고냥씨의 눈에는 후래시 불빛이 어떻게 보일까요?
기차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고냥씨의 눈에는 후래시 빛이 아래와 같이 파란 화살표로 보일 겁니다.
기차가 완전 빠르게 달리고 있다면 화살표는 더 길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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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 안에서 후래시를 켰을 뿐인데, 그 후래시 빛이 이동한 거리가
기차 안에서는 짧고 (빨간 화살표), 기차 밖에서는 더 길다니 (파란 화살표)
이건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일까요?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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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생각합니다. 기차 안에서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야.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리 = 시간 x 속도 따라서 (빛이 이동한 거리) = (빛이 천장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 x (빛의 속도)

빛의 속도는 1초에 약 30만 킬로미터. 그리고 빛의 속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불변이기 때문에
가령 빛이 천정에 올라갔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2초였다고 가정한다면,
빛이 이동한 거리는 60만km가 되어야 맞겠죠.

그런데 기차 밖에서는 60만km, 기차 안에서는 60만km 보다 적다...
빛의 속도는 항상 같기 때문에 빛의 속도가 줄어들 리는 없다.
그러면 결론은 하나죠. 기차 안의 시간이 무슨 이유에선가 기차 밖의 시간보다 줄어들었다는 것.
왜냐면 그러지 않고서는 거리값이 차이가 날 리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기차 안의 시간과, 기차 밖의 시간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걸까?
간단합니다. 수학 시간에 배운 공식을 적용해서 풀면 됩니다.

빛의 이동 거리를 자세히 보면 아래와 같이 직각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거리) = (시간) x (속도) , 따라서
밑변은 (기차의 속도) x (기차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
높이는 (빛의 속도) x (기차 안에서의 시간)
빗변은 직각 삼각형이기 때문에 피타고라스의 정리
직각 삼각형의 (빗변 길이의 제곱) = (가로의 제곱) + (세로의 제곱) 을 이용해서 계산하면 됩니다.

(거리) = (시간) x (속도) , 고로 (시간) = (거리) ÷ (속도) 따라서

(기차 안에서의 시간) = (기차 안에서의 빛의 왕복 거리) ÷ (후래시로 비친 빛의 속도) 가 되는 것이지요.

(기차의 속도)를 v 라고 하고,
(기차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을 t 라고 하고,
(기차 안의 시간)은 이론상 기차 밖과 다르기 때문에 t가 아니라 t0 라고 가정하면

아래와 같은 공식이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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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정식을 풀어서 t0 값을 구하면, 기차 안의 시간이 얼만큼 줄어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루트 입력하기가 힘들어서 옛날에 풀었던 노트 메모 스샷으로 대치합니다.

오래된 노트라서 좀 지저분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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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차 안의 시간은 아래와 같은 공식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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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과 기차 밖의 시간이 다른 이유는 기차가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시간이 그만큼 느리게 흐르기 때문에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은 나이를 천천히 먹는다...
그래서 쌍둥이 패러독스가 등장했습니다. 쌍동이 패러독스는 쌍둥이 중 한 사람은 지구에 남아있고
다른 한 사람은 로켓을 타고 우주를 여행했는데, 돌아와 보니 지구에 남아있던 쌍둥이가 훨씬 늙어 있더라...
왜냐면 로켓은 고속으로 날아서 로켓 안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어린 저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별들은 사실은 몇억광년 이전의 별의 모습이죠.
별빛이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요. 예를 들어서,

지구에서 30만 킬로미터 떨어진 소혹성에 사는 고양이와 제가 시계를 맞추려고
지구에 사는 제가 낮 12 정각에 신호를 보내고, 소혹성의 고양이는 제 신호를 보고 시계를 맞춘다면
고양이의 시계는 저보다 1초 느리겠죠. 왜냐면 빛의 속도는 초당 30만 킬로미터기 때문에
12시 정각에 제가 보내는 신호를 소혹성의 고양이는 낮 12시 1초에 보기 때문이죠.

만일 빛보다 더 빨리 날 수 있다면,
제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로부터 200광년 떨어진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그곳에서 보이는 지구의 모습은 지금부터 200년 전의 모습. 아주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보면
조선 시대의 한 아릿다운 궁녀가 연못을 거니는 광경이 보이지 않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과거의 모든 미스테리는 풀리고,
모든 역사를 영화 보듯이 볼 수 있을텐데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대성 이론은 지금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어버렸고 방정식도 누구나 쉽게 풀지만
간만에 다시 해 보려니 머리가 많이 무디어 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빛보다 빠른 입자의 발견으로 앞으로 또 얼마만큼의 경이로운 일이 생길지 기대 만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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