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말하는 것도 자신의 이야기이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정확히 자기 세계와 타인의 세계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다 자신의 세계입니다. 자신과 상관이 없으면 자신과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기 것이 소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늘 먼저입니다. 가족도 자신의 사람들이니 자신의 범주에 속합니다. 그러니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들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오늘 뉴스에 프랑스 파리에서 폭력시위가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유명한 연예인은 좋지 않은 일로 연일 매스컴의 주요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삶과 직접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일인 뉴스를 매일 봅니다.

불교 용어중에 '부증불감'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느는 것도 없고 주는 것도 없다, 라는 말입니다. 모든 에너지는 원처럼 부피와 질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모여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풍선의 한 곳이 눌려지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에너지도 같은 모양새를 지닌다고 합니다. 부피와 질량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모양새만 바뀌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구져진 부분이 펴지게 되면 원래의 원모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거지요.

파리의 폭동도 연예인의 불미스러운 일도 사실은 모두 자기의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모두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의 범주에 속해있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상관이 없는 듯 하지만 자신과 너무나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일입니다. 에너지의 중심이 한쪽으로 이동하는 중인데 자신이 자각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자신안에 있는 모습보다 자기 밖에 더 많습니다. 조금만 크게 보면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의 에너지의 총량을 원으로 본다면, 풍선처럼 어딘가가 짓눌린 에너지는 부풀어 오르고 튀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밖에 진정한 자신이 있습니다. 그것도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이야기만 합니다.

마치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

밖에 더 많다
-이문재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 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 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 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 풀로 된 섬
샹그리라를 에돌아 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였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였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나였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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