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구 생활] 가장 기억에 남는 악역

브금:숑아 Youtube

개인적으로 짱구 극장판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악역을 꼽자면, 파라다이스 킹과 켄과 챠코가 아닐까 합니다.

파라다이스 킹은 순전히 제 취향이고, 켄(남자)과 챠코(여자)는 여러모로 할 말이 많은 캐릭터로 말이죠.

21세기의 종말을 알리는 켄. 그리고 그 옆에서 담담히 화면을 쳐다보는 챠코.

21세기의 냄새를 악취라고 표현합니다. 간접적으로 그가 얼마나 21세기를 혐오하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이 대사가 꽤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한 게, 켄이 발견하거나 그런 게 아닌 직접 발명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점 같습니다.

미래가 사라진다고 말하는 미쉘을 향해, 그것을 정정해주는 켄.

이 장면에서 분명한 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분명한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선포한다는 점입니다.

켄의 뜻은 단순히 20세기로 퇴화하는 게 아닌 새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지요.

Yesterday Once More는 카펜터스의 곡입니다.

1969년에 데뷔해 1981년에 실질적인 마지막 앨범을 낸 20세기의 그룹이죠.

직역하면 어제를 다시 한 번 이라는 뜻이 됩니다.

시간을 되돌린다는 뜻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짱구는 못말려 9기 극장판이 개봉 된 시기는 2001년.

버블경제 이후 잃어버린 10년의 말미로 통용되는 년도입니다.

황금의 20세기라는 말은 아마 버블경제를 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황금의 20세기에서 꿈 꾼 21세기를 위해 다시 그 시기가 살아나는 것을 선포하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켄은 20세기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 시절에 꿈 꾼 21세기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냄새를 발명해 20세기를 만들었지만, 자신이 원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일본인들을 강제로 20세기로 돌려보내려고 한 점을 보면 말이죠.

작 중 중반부에서 신노스케 일행을 향해 경고를 날리는 켄의 대사입니다.

여기서 신노스케 일행 및 어린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죠.

너희의 미래는 사라졌다.

21세기의 주역, 미래의 주인인 어린이들에게 직접 선전포고를 한 것이지요.

저는 이 대사가 지금의 21세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켄의 직접적인 마음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짱구 가족들을 통해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신노스케는 과거의 냄새를 부정하기 위해 21세기의 냄새를 사용합니다.

바로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이어져 온 유서 깊은 히로시의 발냄새죠. (...)

히로시와 미사에는 21세기의 냄새를 맡고, 20세기를 떠나보내게 됩니다.

그 장면을 보고, 켄은 흥미 깊었다고 합니다.

켄의 마음도 분명 움직인 거겠죠.

자신의 20세기를 누군가의 21세기가 전면적으로 부정해버린 셈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켄은 지금의 21세기를 아직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한 거겠죠.

그 시대의 냄새란 과연 뭘까요.

켄은 신노스케 가족을 향해 미래를 향한 시험을 줍니다.

자신의 20세기를 부정한 21세기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잠시 고뇌에 빠졌던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켄과 챠코는 같은 목적을 향한 것 같으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밑으로...

'사람' 다운 얼굴이라.

그럼 지금까지 켄과 챠코의 얼굴은 어땠는지 궁금한 대사.

켄과 챠코는 분명 다른데, 이 점은 역시 결말부에 잘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말.

신노스케 의 필사적인 달리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 냄새 레벨은 끝없이 내려갑니다.

그리고 내려 간 냄새 레벨을 보고 21세기를 서서히 인정해가는 켄.

켄과 챠코의 20세기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른 것 같다고 위에서 적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대사에서 그 점이 정말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켄이 20세기를 자신이 꿈꾸는 21세기를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챠코는 20세기를 자신의 도피처 및 안주하는 장소로 생각한 게 아닐까요?

어쨌든 결국 켄과 챠코의 음모는 신노스케 가족을 통해 저지됩니다.

떨어지려는 순간...!

비둘기가 막죠.

챠코는 죽고 싶지 않다고 소리칩니다.

21세기를 싫어하면서도 미래를 버리는 건 결국 하지 못했다는 점이죠.

아마, 비둘기가 없었어도 챠코는 제대로 죽지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켄은 아무 말도 없었던 걸로 보아서 비둘기가 없었다면 진짜로 죽었을 것 같아요.

켄과 챠코는 분명 다른 캐릭터니까요.

번지점프를 그만 둘 거냐고 묻는 짱구에게

그만 둔다고 말하는 켄.

어쩐지 저는 이 장면이 켄이 더 이상 자신이 꿈 꾼 21세기를 그만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로 들렸어요.

켄은 울고 있는 챠코를 안아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모를 보고 눈치 채셨다 싶이, 켄의 외모 오마쥬는 존 레논입니다.

(켄의 여자인 챠코의 오마쥬가 오노 요코라곤 하는데..저는 잘...모르겠네요.)

20세기 대중음악의 상징 비틀즈의 주요 얼굴이죠.

어른제국의 역습은 2001년.

21세기가 막 시작되고, 사람들이 20세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즈음 개봉 된 영화입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얼굴을 통해 20세기와 작별하는 극장판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와 동시에 21세기를 환영하는 극장판이기도 하지만요.

켄과 챠코는 추억을 자극하는 저녁놀을 보면서 어디론가 떠납니다.

그들이 어디로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세기? 21세기?

어쩌면 켄이 그렇게 꿈꾸던 21세기는 신노스케 가족을 만난 후 찾아온 것일수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