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를 경질하지 마!”

in #kr6 years ago

[안경남의 EPL VIEW] 2018.12.17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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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1로 완파하자, 안필드를 가득 메운 리버풀 팬들은 “무리뉴를 경질하지 마(Don't sack Mourinho)!"라고 외쳤다. 위르겐 클롭을 향한 존경의 표시이자, 주제 무리뉴를 향한 조롱이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영국 현지 매체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리버풀의 두 번째, 세 번째 골에 행운이 따랐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런 것도 사실이다. 교체로 들어온 세르단 샤키리의 슈팅은 모두 맨유 수비수에 맞고 굴절됐다.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변명이 구차할 정도로 리버풀과 맨유의 수준 차이는 컸다. 많은 걸 비교할 필요도 없다. 슈팅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36: 6. 리버풀이 맨유보다 6배나 많은 슈팅을 기록했다. 솔직히 맨유 입장에선, 1-3이란 스코어가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무리뉴의 방식이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맨유는 ‘수비 축구’를 구사했다. 3백을 가동했고 수비 시에는 리버풀의 파상공세에 뒷걸음질 치다 6백이 됐다. 경기 초반 20분에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만 했다. 무리뉴도 “첫 20분이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상대의 강점을 인정하고 전술적인 대처를 하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수동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리버풀의 ‘마누라(마네-피르미누-살라)’ 스리톱을 의식한 듯 후방에 너무 많은 수비수를 뒀다. 그리고 이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수적 열세에 처했다.

실제로 맨유는 리버풀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파비뉴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허용했다. 그 결과, 파비뉴는 이날 리버풀 선제골의 기점이 됐다. 제시 린가드가 파비뉴를 견제해야 했지만, 그에게 ‘산소탱크’ 박지성과 같은 활동량을 원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무리뉴 감독은 리버풀전 완패가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믿을 것이다. 이는 선수 영입의 전권을 쥐고 있는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을 향한 불만이기도 하다. 자신과 대립각을 이루고 있는 폴 포그바를 끝까지 벤치에 앉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떤 측면에선 맨유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감 넘치는 리버풀 선수들의 움직임을 쫓기에 바빴다.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는 버질 판 다이크에 완전히 봉쇄됐다. 네마냐 마티치는 리버풀 중원에 농락당했다. 참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과거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랬듯, 무리뉴는 위기에 매우 약한 모습이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일으키기보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맨유가 무리뉴 경질을 원하지 않는다면, 당장 1월 이적시장부터 선수단을 전부 뜯어고쳐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구단은 선수보다 감독을 바꾸는 게 더 쉽다. 선장을 교체하는 것이 더 빠르게 위기를 벗어나는 해결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맨유는 누가 오더라도 쉽게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기엔 너무도 멀리 와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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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경남 (마이데일리 축구기자)
사진 - 12월 17일자 데일리 익스프레스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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