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3.50km' 손흥민의 전술 가치

in #kr6 years ago

[안경남의 EPL VIEW] 2018.11.26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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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이셔널’ 손흥민이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하프라인부터 약 50m를 질주한 손흥민은 첼시 수비를 바보로 만드는 슈퍼골을 터트렸다. 영국 방송 BBC는 “손날두(손흥민+호날두 합성어) 같았어!”라며 찬사를 보냈다.

엄청난 속도였다. 후반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놀랍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부터 엄청난 전방 압박으로 첼시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마치 이제 막 경기장에 들어온 선수처럼 달렸다.

당연히 첼시 선수들은 손흥민을 따라가지 못했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 체제에서 ‘패싱 축구’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첼시 미드필더 조르지뉴는 손흥민이 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이 조르지뉴보다 훨씬 뒤에서 뛰기 시작했음에도 말이다.

충분한 휴식이 약이 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아시안게임, A매치까지 지구를 두 바퀴여 도는 강행군을 소화했던 손흥민은 회복 차원에서 지난 11월 벤투호의 호주 원정에서 제외됐다. 대신 소속팀에 남아 재충전했고, 첼시전에서 펄펄 날았다.

BBC는 “손흥민의 골은 조르지뉴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손흥민의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조르지뉴는 파울조차 하지 못했다. 아마 손흥민이 그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실제로 첼시전에서 손흥민의 순간 최고 속도는 ‘시속 33.50km'였다. 토트넘 선수 중에 가장 빨랐다. 손흥민보다 빠른 선수는 첼시의 에당 아자르(34.96km) 뿐이었다.

손흥민의 전술적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공간이 열릴 때 그곳을 파고들 수 있는 ‘속도’와 수비수 1명 정도는 쉽게 제치는 ‘개인 기술’을 갖춘 공격수는 흔치 않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등에게서나 볼 법한 수준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경기 템포가 가장 빠른 프리미어리그에선 더 가치가 높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대표적이다. 템포가 빠르다는 건 경기 전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습과 재역습이 난무하는 경기에서 스피드는 가장 중요한 원천 기술이다.

이는 유럽 다수의 빅클럽이 손흥민을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이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벤의 후계자로 손흥민을 원하고 있다는 유럽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적설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손흥민과 같은 스피드를 갖춘 선수가 바이에른에 꼭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더해, ‘게겐 프레싱’ 전술의 대가인 위르겐 클롭 감독도 손흥민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과거 도르트문트 시절 클롭 감독은 UEFA 매거진을 통해 “기술은 노력하면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속도는 타고난다. 느렸던 선수가 연습으로 빨라지는 건 한계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속도를 자랑하는 손흥민의 가치가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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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경남 (마이데일리 축구기자)
사진 - 11월 25일자 선데이 텔레그래프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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