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구단' 샬케, 마지막 탄광에 작별을 고하다

in #kr6 years ago (edited)

[김현민의 분데스 메르헨] 2018.12.27 목요일

차창 너머 어느새 이렇게 기적소리 울리면
눈 감은 채로도 떠오르는 익숙한 풍경과 흘러간다
멀어지는 플랫폼 위에는 어느새 아련한 우리의 날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 너에게
고마워 다시 돌아본다
페퍼톤스 - 작별을 고하며 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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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케는 독일에서 광산으로 유명한 루르 지역에 위치한 겔젠키르헨을 연고로 하고 있다. 당연히 샬케는 광부들의 지지 속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루르 지역을 대표하는 클럽으로 성장했다. 때문에 샬케의 애칭은 '광부들(Die Knappen)'이다. 샬케 선수단은 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광부 체험을 하는 전통이 있다. 심지어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출입하는 통로 역시 광산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 광산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겔젠키르헨 서부 보트트롭 지역에 위치한 마지막 광산, 프로스퍼-하니엘 탄광이 폐광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독일 내 모든 광산이 폐광했다.

이에 샬케는 구단 로고를 일시적으로 광부들의 상징인 곡갱이로 바꿨고, 선수들은 각각 다른 광산 명칭이 적힌 특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이 중 샬케의 19번인 다니엘 칼리지우리가 마지막 광산 프로스퍼-하니엘이 적힌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클레멘스 퇴니스 샬케 회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진들이 함께 프로스퍼-하니엘 광산을 방문해 마지막 작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샬케는 지난 12월 19일, 구단 차원에서 홈인 펠틴스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2018-19 분데스리가 16라운드 경기 킥오프를 앞두고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다.

경기장 상단 대형 스크린 아래에 곡괭이 모습의 거대 조형물이 불꽃을 뿜어내며 마지막 광산의 폐광을 알렸다. 더해 불 붙인 석탄 위에 놓여진 축구공으로 샬케의 근간을 표현했다. 특별한 손님도 있었다. 프로스퍼-하니엘에서 일한 광부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광부들의 노래'를 불렀다. 펠틴스 아레나를 가득 메운 샬케 홈 팬들 역시 탄광에서 석탄을 가득 실은 광차(석탄을 실어 나르는 차량)를 끄는 광부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걸개그림을 들어 올렸고, 곡괭이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샬케는 아쉽게 레버쿠젠에 1-2로 패했다. 이번 시즌 전반기 5승 3무 9패 승점 18점으로 13위에 그친 샬케다. 홈팬들 입장에선 야유할 법도 했으나, 광부들과의 특별한 하루를 위해 끝까지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구단의 전통과 역사에 존중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역사를 잊은 구단에게, 미래는 없다.

비록 탄광 사업은 끝났으나 우리의 정신 속에 살아있다. 우리 샬케인들의 피에는 석탄이 흐른다. - 클레멘스 퇴니스 샬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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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민 (골닷컴 축구기자)
사진 - @doc_marc_fotografie 인스타
영상 - 분데스리가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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