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과르디올라의 윙어는 특별할까?
[안경남의 EPL VIEW] 2018.12.5 수요일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을 싫어하는 일부 비판론자들은 그가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리오넬 메시와 같은 천재 선수를 지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운이 좋게도 매번 지도하는 팀마다 ‘월드클래스’ 윙어가 함께 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이 있었다.
하지만 메시는 물론 리베리와 로번도 과르디올라와 함께하며 좀 더 특별한 능력을 보여줬던 것이 사실이다. 메시는 ‘폴스 나인(False Nine: 가짜 공격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리베리와 로번이 이전과는 다른 역할과 움직임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영국 맨체스터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윙어 제조’는 계속됐다. 라힘 스털링, 르로이 사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리야드 마레즈가 과르디올라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스털링은 8골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14개)를 기록 중이다. 사네도 6골과 5개 도움을 세웠고, 마레즈는 12월 5일(한국 시간) 왓포드전에서 혼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맨시티의 승리를 이끌었다.
맨시티는 최전방에 세르히오 아구에로라는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술의 핵심은 ‘측면’에 있다. ‘전술가’ 과르디올라 감독은 윙어를 통해 경기를 설계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그라운드 위에 펼쳐낸다. 사네가 독일 대표팀보다 맨시티에서 더 잘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티에리 앙리는 그가 윙어를 극대화시키는 전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앙리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점유(Possession)가 아니라 포지션(Position)이었다. 공격수는 공을 받기 위해 내려오지 말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했다. 또 경기장을 반으로 갈라 왼쪽에 있는 선수들은 오른쪽으로, 오른쪽에 있는 선수들은 왼쪽으로 가지 못하게 했다. 한 번 내가 그걸 무시하고 반대편으로 이동했더니 하프타임에 나를 교체해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윙어가 오직 골을 넣는데만 집중하게 만든다. 윙어가 있는 곳까지 공을 전달하는 건 자신의 임무고, 골을 결정짓는 건 윙어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한 계획은 윙어가 골을 넣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맨시티의 윙어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만들어준 환경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복잡할 게 없다. 자신 있게 돌파하고, 자신 있게 슈팅을 때린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동료와 패스로 공간을 창출한다. 바로 그게 맨시티의 윙어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글 - 안경남 (마이데일리 축구기자)
사진 - 12월 5일자 가디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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