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떠나는 특별한 남자
[안경남의 EPL VIEW] 2018.12.20 목요일
주제 무리뉴 감독이 ‘3년 차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쫓겨났다. 스스로를 ‘특별한 남자(Special one)'라 칭했던 무리뉴는 이제 3년마다 팀을 떠나는, 정말이지 '특이한' 남자가 되고 말았다.
맨유는 12월 18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무리뉴 감독이 팀을 떠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팀 레전드 올레 군나르 솔샤르를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리버풀전 1-3 참패가 결정적이었다. 일각에선 무리뉴에게 걸린 거액의 위약금 때문에 맨유가 경질을 망설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훈련장에서 무리뉴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무리뉴가 해고된 날은 3년 전 첼시에서의 경질된 날과 같은 12월 18일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계속된 불화설에도 신임을 외쳤던 맨유 수뇌부가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무리뉴에겐 굴욕적인 날이다.
무리뉴의 ‘3년 차 징크스’도 다시 조명을 받았다. 마치 예견된 이별처럼 무리뉴 감독은 또다시 3년을 넘기지 못했다. 시작은 2010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맡을 당시부터였다. 꼭 3년 차였던 2013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무리뉴는 친정팀 첼시로 복귀했지만 또다시 3년 차인 2015년 경질됐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 시절 2년 차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3년 차에는 선수단과 불화로 추락을 거듭했고 결국 이별했다. 맨유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1년 차와 2년 차에 가득했던 기대는 3년 차에 어김없이 무너졌다.
실패가 반복되면 실력이란 말이 있다. 지금의 무리뉴가 그렇다. 이전에는 성공만 하던 그가 이제는 실패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더 큰 문제는 무리뉴가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선수를 비난하는 걸 서슴지 않았고, 이는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했다.
앞서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맨유 내부자의 폭로를 인용해 무리뉴가 선수단 90%의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폴 포그바를 비롯해 알렉시스 산체스, 후안 마타, 안토니오 발렌시아 등이 무리뉴에게 등을 돌렸다. 레알 마드리드 때는 이케르 카시야스, 세르히오 라모스와 그랬고, 첼시 때는 에당 아자르와 불화 끝에 이별했다.
처음에는 무리뉴 감독과 맨유가 매우 잘 어울릴 것처럼 보였다. 올드 트래포드의 팬들은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판 할이 하지 못한 것을 무리뉴가 해낼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왜 무리뉴 선임을 망설였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3년마다 떠나는 남자에게, 퍼거슨의 길은 어울리지 않았다.
글 - 안경남 (마이데일리 축구기자)
사진 - 12월 19일자 데일리 텔레그래프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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