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학원에서 대리로 수업을하다.

얼마전 같은 기수 졸업생중 한명으로부터 연락이왔습니다. 이 동기는 작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노원에 있는 한 학원에서 중국어 교사로 일하고있습니다. 내용인즉 강원도 고향에 급한 일이생겨서 저에게 이틀만 대리로 수업을 해줄수 있는지 부탁하는것이었습니다. 친구가 가르치는반중에 중급반이 포함되어있다고해서 쫄아있었는데 이 중급반의 난이도자체는 HSK 4급정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사실 4급이 어떻게 중급인지 약간 이해안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4급이면 수업 난이도자체는 어려운편이 아니고 저 역시 후배들을 상대로 중국내에서 4급까지 HSK 과외를 해본 경험이 있기에 흔쾌히 승락했습니다.

첫 출근날 2시간전에 출근해서 학원 카운터에 이것저것 안내를 받고 실장님을 대면했습니다. 우선 인사와 함께 이틀간 일하게 되었다고 잘부탁드린다 말씀드렸습니다. 실장님은 수강하는인원이 몇명 안되는 수업들이니 부담 갖지 말고 역시 이틀동안 잘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렇게 외지에서 용병마냥 대신 믿고 수업해줄사람을 구하는게 쉬운일은 아닐텐데 방학마다 학원에서 일하는 저의 경력(?)을 높게 봐주셨고, 동기가 저에대해 말을 잘해놨는지 별 걱정은 하지 않으시는듯해 보였습니다. 교무실에서 수업시작까지 잠시 대기하고있었는데 사실 저는 외지인이라 가시방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2시간이나 일찍온건 잘못된 판단이었나?" 하면서 좌불안석인채로 앉아있었는데 옆자리의 선생님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참 아는 지인누나와 비슷한분이셨는데 동기와 많이 친하다고 하십니다. 감사하게 이분 덕에 이틀동안 불편함없이 편안하게 일할수있었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가기전에 동기와 함께 술한잔 하기로 약속도 잡았습니다.

초급반수업은 여덟명의 수강생분들이 계셨고, 나이 있으신 아버님 한분과 어머님 두분과 그리고 고등학생으로보이는 학생한명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반이었습니다. 초급반이지만 정말 학구열이 높은 반이었습니다. 한,두문장 진행하다보면 질문이들어오고 단순한 문장과 단어들에 관한 질문들이었지만 대답하는것에 익숙하지않아 약간 힘들었습니다. 중국에서 의욕없는 후배들 가르치다가 이렇게 학구열 넘치는 분들을 만나니 어떻게대해야할지 감이잘안오더라구요. 둘째날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고 덕분에 저로써는 학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느낌이 어떤것인지 제대로 배울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억에남았던 중급반 수업. 수강생은 다섯분이 계셨는데 다섯분 모두 30대분들이셨습니다. 이반에서는 왜 제가 수업을 들어왔는지 사정을 모르시는분들이 계셔서 10분정도 사정을 말씀드리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분들은 사실 HSK4급이라고 부르기엔 실력이 조금 안맞게 다들 상당히 잘하시는 분들이셨고 듣기로 워낙 진도가 빠른반이라 무리할 필요 없다고 들어서 두개 있는 본문중 한부분의 단어와 본문을 빠르게 끝내고 수강생분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궁금하신게 많았는지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대학을다니는 기분이 어떠지와 중국생활은 어떤게 힘들고 재밌는지 등등 첫날은 수업보단 제 이야기만하다가 시간이 간것같았어요. 둘째날에는 나머지 부분을 마치고 제가 수강생분들께 궁금한것을 여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중급반 수업은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던게, 둘째날 수업을 통해 요즘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생각하는지를 현황으로 직접 알아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이틀간의 대리수업이 끝났습니다.다행히 실장님께서 다음에도 기회가생기면 또 부탁한다 말씀하신거보니 그럭저럭 잘하고 나온것같습니다.나중에 동기와 술한잔하면서 들은 바로는 저에게 이렇게 부탁을하게된 이유는 사실 사람구하기가 귀찮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새로 사람을 구하려면 구인대행사이트에 글도 올려야하고 까다로운데 주변에 대신해줄사람이있으면 참 편리하지 않겠냐는 말에 납득했습니다. 단기로 몇일만 일해줄 사람을 찾는건 정말 쉽지 않은일니까요.

포스팅할 거리가 생각나질않아 이런걸 적게되네요. 교내에서 후배기수 학생들을 상대로 과외를 해본경험은 있어도 여러명의 그룹단위의 강의를 해본경험은 없었기때문에 저에게있어서 이 일은 참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