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13 reasons why

in #kr4 years ago (edited)

자살의 수많은 정의 중에는, '남을 죽이지 못해 나를 죽이는 행위'라는 정의도 있다.

Netflix 드라마 13 reasons why 는, 끝내 자살을 선택한 소녀가 자신이 자살할 수 밖에 없게 만든 13가지 이유를 음성으로 녹음하여 남긴 테이프를 주인공이 하나씩 틀어가는 열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알겠지만, 이 13가지 이유는 각각 13인의 인물에 대응한다. 친구라 생각했던 이들의 등돌림,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 성폭행을 장난으로 알고 일삼는 남학생들, 피해자의 위축감과 외로움의 틈을 이용하는 사람들, 도움을 요청해도 조용히 넘기고 싶어 외면하는 어른들, 가족내 단절...
특히 이 드라마에서 크게 조명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내가 여자라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더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여성들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폭력성이었는데, 이게 많은 생각거리와 감정적 후유증을 남겨 시청을 계속하기가 조금 더 괴롭기도 했다.

주인공 소녀는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부조리한 상황들에 대해 공포, 분노, 절망 등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또 이 모든 것들 속에서 어쩌면 본인도 문제일 수 있겠단 의구심과 결국 자신은 혼자라는 외로움에 힘들어 했다. 자살을 감행하기 전에 그 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낱낱이 고발하는 녹음 테이프들을 만들어 남긴 것은, 힘들어도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자기 얘기를 하고 싶었고 사람들이 그걸 들어주길 바랐던 소녀의 절실한 의지였을 거라 보인다.
테이프만 만들어서 풀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의문은 드라마 안에서 풀린다. 어느 순간에, 사람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의지에 더하여, 소녀는 이제 사람들 앞에 나서서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없겠다는 아픈 포기를 한다. 남들이 어찌저찌 하는 걸 자기가 어쩔 수 없는 절망적 무력감과 공포감, 수치심이 극에 달해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제삼자들이 함부로 무모하다 비난할 수 없고, 하면 안 되는, 그만의 아픔과 혼란 그 어떤 것들이 있으므로 많이 안타까운 비극이다.
게다가, 많은 자살들이 바로 그 '제삼자'들에 의해서도 직간접적으로 벌어진다. 온전히 나 자신이 이유가 되는 자살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많은 경우 자살의 맥락들 속엔 피해자들을 자살로 이끈 어떤 남(들)이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게 누구고, 그가 얼만큼의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판단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한다.

어쨌든, 드라마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야기라 속상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어른들에게 힘든 일들이, 아직 세계가 작은 청소년들에겐 더 크게 힘들 것. 국가를 막론하고 미성년자들의 어려움과 고민들에 대해서, 그 길을 겪어 온 어른들이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 주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형성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각성케 되었다.

그 외에, 등장 인물들의 연기력이 꽤나 감탄스러운 수준이라 더욱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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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고 느껴질 때,,, 한분 한분이 너무 소중하더군요. ㅠㅠ

사는 게 비슷비슷해서 그런가, 어디나 어려움들도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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