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Stravinsky place, Paris / 스트라빈스키 광장에서

in #kr6 years ago (edited)

5월이 끝나는 중.

하릴없음을 누리러 밖에 나와 앉은 게 얼마만인지 기억이 아득하다니, 그러고 보면 멍 때리는 일도 때론 값지다.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옆을 지날 때 늘 슬쩍 한번씩 쳐다만 보던 스트라빈스키 광장(Place Igor Stravinsky)에, 오늘은 들어와 보았다. 행선지 없는 외출은 참, 그게 주는 즉흥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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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앉아 있기 괜찮은 곳이다.
분숫가에, 계단에, 혼자 또는 여럿이 앉아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틈에 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어 보니, 나도 마치 여유를 즐기는 일원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을 구경해 본다.
열심히 얘기하는 여자 친구들, 혼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 그 모든 타인들의 모습에서 나를 찾을 수 있다.
그런 평범함을 나는 때론 시시하다고 생각했고, 때론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뭐가 나를 그렇게 멀뚱히 서 있게 했을까? 맘만 먹으면 한 발짝에라도 들어올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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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머리를 짓누르던 무게가 좀 가벼워지는 게 느껴진다. 종종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자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평범함은 말 그대로 그냥 평범하다는 걸 차차 알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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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튀어대는 소리, 여기 저기 국적 모를 말 소리, 뛰노는 애들이 지르는 소리, 지금 여기에선 이게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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