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상처, 작은 생각

in #kr5 years ago

며칠 전 포스팅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발가락 끝이 살짝 잘라져서, 며칠째 걸음이 불편한 상황이다. 그래도 오늘 아침쯤 되니 상처가 많이 아물고, 잘 걸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아 군말 없이 집을 나섰다.

당장 마라톤이라도 뛸 수 있겠다 하며 패기 넘친 마음과 달리 현실은 절뚝 절뚝, 평소 보속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작은 상처 하나가 내 생활 환경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

거리와 지하철을 오가며 또 하나 관찰한 게 있다. 내가 절뚝거리며 천천히 걷든 말든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러시아워일 때에도 말이다. 지나가면서 다리나 얼굴을 한번 더 쳐다 보고 가거나 그런 비슷한 일도 없다 (일단 아직은). 거대한 인파는 내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진 않지만, 나를 그저 그들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전달하며, 동시에 나는 어떤 종류의 거리감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이게 나한테 왜 인상적일까?

C8D93138-5C07-47B0-8986-8D49429F7287.jpeg

내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 당연히 사람들이 나를 쳐다 봐야 하는 관종이냐 그런 얘길 하려는 게 당연히 아니다ㅋㅋ
다만 나는 이 도시에서라면, 일단 그럴 일이 없어야겠지만, 행여 나중에 몸 어디가 불편하게 되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이다.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살기에는 좀 녹록치 않은 서울의 몇몇 모습들을 나도 모르게 떠올리고선 이곳과 비교를 했나 보다. 가벼운 이질감은 거기로부터 생겨났나 보다.

두 도시를 비교하면서 여긴 좋고 저긴 나빠 이런 얘길 하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무대포식 판단은 개인적으로 정말 싫다).

그게 아니라, 그게 누구든 몸이 불편해지는 건 비정상적인 일이 아니고 사실 한 생물이 한 주기를 사는 동안에 아주 있을 법한 ‘정상’적인 일인 것 같은데, 하나의 지구 위에서 다른 대륙, 다른 사회에 산다는 조건 하나로 인해 안 그래도 몸 아픈 이들이 마음까지 다치며 살아가는 걸 보고 싶지 않은 바람이 있다.

고작 발가락 하나 다쳤다고 오랜만에 의미 있는 경험을 한다.

아무튼 빨리 나아라 쯉쮸🥰

Sort: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using Partiko iOS

같은곳에 있었으면 업어드렸을려나... 뭐라도 들어줬을거같네요. 손이라도 편해야 할테니까요.
힘든 경험중이시네요. 어서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아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덕분에 빠르게 잘 낫고 있어요! ㅎㅎ

Posted using Partiko iOS

집단의 무관심에서 오는 안정감이 와닫네요. 다친 상황이어도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발 빨리 나으세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거의 다 나아가는 것 같아요:)ㅎㅎ

Posted using Partiko iOS

Coin Marketplace

STEEM 0.28
TRX 0.12
JST 0.033
BTC 69774.83
ETH 3620.03
USDT 1.00
SBD 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