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난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항상 확인하는 습관이 들어있고 왠만하면 그냥 손에 쥐고 다닌다.
가방에 넣어도 안쪽에 넣고 뭐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도 물건을 잃어버린적이 없는것은 물론이고 외국나가서 소매치기같은것도 당해본적이 없다.
언젠가 내 양옆으로 사람이 붙어서 주머니에 손이 들어온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아무일 없었다.
여튼 항상 조심하고 다니다보니 잃어버린적이 한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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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학교 홍보팀에서 일하기 때문에 각종 학교 행사를 홍보하는 일을 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정보를 쉽게 얻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그러던 중 9일과 10일 양일동안 1박2일간 경주의 한 호텔에서 리더쉽 교육을 듣는데 모든 경비를 학교에서 부담한다는 글을 보았다.
이번주는 실습도 없이 쉬는 주 이고 호텔에서 먹고, 자고, 교육까지 듣게 해주는데 경비가 0원이니 참석하는것 자체로 돈을 버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낯선사람들과 어울리는것도 재밌을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9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경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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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컨퍼런스룸 같은곳에서 모두 모였다.
약 40명의 우리학교 학생이 있었고 학교 관계자와 1박2일간 캠프를 진행할 강사분도 계셨다.
5개의 원형 탁자가 있었고 그 중 하나에 앉아서 같은 탁자에 앉은 사람들과 어색어색한 첫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내 오른쪽은 우리 간호과 동기가 앉아 있었고 왼쪽은 비어있었으며 나는 책상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동기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핸드폰을 탁자에 올려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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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에 누군가 앉았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르지만 내 동기는 구면이라고 했다.
그렇게 인사를 했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받은듯 만듯 여튼 조금 느낌이 이상했다.
인사만 하고 그 사람은 어딘가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시 동기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내 스마트폰이 없어졌다.
분명 책상위에 올려둔 내 스마트폰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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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를 뒤집어 보고 혹시 책밑에 있는지 살펴보고 테이블 밑도 보고 가방도 보고 했지만 없었다.
사실 그런 행동이 무의미했다.
기억이 너무 뚜렷했다.
난 책상에 폰을 올려뒀고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이곳에 한 사람은 단 한사람 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면에 의심을 하는것도 있을 수 없는일이 아니겠는가?
얼마 후 그 형이 다시 자리에 왔고 나는 정중하게 물어봤다.
"혹시 여기에 있던 핸드폰 못보셨어요?"
그가 대답했다.
"응 못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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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찾았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고 계속해서 핸드폰을 찾으니 주변에서는
"혹시 버스에 두고 온거 아니야?"
"화장실 이나 다른곳에 두고온거 아냐? 잘생각해봐"
등등의 말을 했다.
그런데 기억이 너무 또렷했기에 나는 자리를 뜨지 않고 그냥 그곳에서 계속 찾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나는 비싼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옷도 신발도 잘 안사고 핸드폰도 항상 흔히말하는 꽁짜폰을 애용했다.
몇달전부터 무려 4가지의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생겼고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값비싼 선물을 했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스마트폰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없어졌다고?
이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돈도 돈이지만 더 많은 골치아픈일이 생기게 된다
나 오늘밤에도 상담전화오면 전화 받아야하는데?
홍보대사 일은 어떻게하지?
실습 내내 하루에 한번씩 동영상찍은것 아직 컴퓨터로 안옮겼는데?
핸드폰 사고나서 사진도 한번도 백업 안했는데?
스팀잇도 자동로그인 돼있는데....
핸드폰 할부금 첫달도 안냈는데.....
등등 각종 걱정이 밀려왔다.
그렇게 불안해 하며 조금 있다가 cctv를 돌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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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던 형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 화면에는 내 친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내 핸드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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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성을 잃지 않고 물어봤다.
(존경하는 한 교수님께서 프로는 감정컨트롤을 잘한다고 했으니까 ㅋㅋ)
"혹시 제 꺼랑 비슷한 폰 쓰세요?"
전혀 아니었다.
심지어 본인 핸드폰과 내 핸드폰이 같은곳에 있었다.
핸드폰 2개가 같은 주머니에 있었다는 것이다.
화가 폭발하기 직전이지만 한번 더 물어봤다.
"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자기 핸드폰이랑 헷갈렸다고 한다.
내가 진짜 훔칠생각이었으면 지금 꺼내겠는가? 라고 한다.
그냥 헷갈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말이 변명하는것만 같았고 나를 언제봤다고 반말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헷갈렸다면 적어도 같은 주머니에서 나오지는 않았어야 했다.
내가 핸드폰을 다급하게 찾을때 바로 옆에서 한번쯤은 확인해봤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쪽도 핸드폰 중요한만큼 이거 저한테도 엄청 중요한거거든요?"
"나이도 많이먹으신것 같은데 진짜 그러지 마세요."
더 모질게 말할 수 있었지만 이 일로 인해 캠프 전체의 분위기를 망치기는 싫었다.
일단 바람좀 쐬러 가자는 동기의 말에 함께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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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가 내 핸드폰에 손을댄 형에 대해서 말을 해줬다.
과거에도 불미스러운 일로 프로젝트에서 중도 하차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당시에도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일단 밥을 먹으러갔다.
평소에 못먹는 호텔밥이라서 2공기 먹었다.
첫 식사는 불고기전골 이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먹으면서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일단 1박2일을 이곳에 있어야하고 이대로 넘어가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솔자분께 보고를 드렸고 그 이후의 일은 이곳에 기록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튼 핸드폰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지만 불신이라는 나쁜놈이 내 마음속에 들어왔고 어딜가던 핸드폰을 신경쓰게 되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신경이 안쓰인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기분이 정말 안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활동들을 하며 사람들과 얘기하고 그 과정에서 또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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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간 정말 열심히 프로그램을 참여했다.
좋은사람도 많이 알게되었고 나처럼 되고 싶다는 동생도 있었다. ㅋㅋㅋㅋ
여튼 그 녀석과 계속 마주치는 탓에 기분이 종종 나빠지기도 했지만 신경안쓰고 많은것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캠프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을때 강사는 혹시 앞에 나와서 소감을 말할 사람이 있냐고 했다.
당연히 모두가 손을들지 않았고
나는 홀로 손을 들고 당당히 앞으로 나갔다.
마이크를 잡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신 담당자분들, 열심히 강의 해주신 강사 선생님, 그리고 열심히 참여해주신 학생여러분들 덕분에 너무 잘놀다간다는 짧은 인사를 했다.
그 인사 속에는 실제로 감사의 인사도 들어있었지만 발표를 통해서 그 도둑 녀석에게 이런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
난 너 같은 애랑 수준이 다른놈이다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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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캠프에서 겪었던 일을 쓰고 내일은 캠프에서 일을 쓸까한다.
어..
내일은 정신병원에 실습을 나간다.
내일 나가고 나면 또 에피소드가 생길것 같기는한데
매일매일 병원 이야기를 쓰면 또 재미없을것 같으니 ㅋㅋ 1주일 실습 다하고 주말이나 해서 병원얘기 써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내일부터 또 시작이군요 !!
여러분
월요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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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찾으셔서 다행이네요
도벽은 못 고친다는데 ...
잃어버리려고 하면 눈 깜짝할 새에 그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