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의 거대한 LP 음반가게 바이닐 앤 플라스틱

in #kr7 years ago

음반 가게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책방과 함께 대중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해주던 음반가게는 인터넷과 mp3 파일이 나오면서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LP와 테이프를 팔던 음반가게. 음반 가게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책과 음악이 영화와 드라마와 유튜브 등의 대중 문화 매체가 늘어가기 시작하면서 즐겨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은 LP음반이라는 소유의 개념에서 스트리밍이라는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리는 배경 음악의 시대가 되면서 예전 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소구력은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형태와 소비의 패턴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는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그러나 LP 음반을 소비하던 시대와는 그 풍경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이승환의 새 LP음반을 들고 신해철의 새로운 앨범을 들고 집으로 가는 가벼움 발걸음과 턴테이블에 1번 트랙을 올려 놓을 때의 짜릿함을 이제는 느끼기 어려워졌습니다.

한남동의 거대한 음반 가게 '바이닐 앤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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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P 음반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낀 소리가 나는 LP음반을 턴 테이블에 올려 놓고 조용히 감상하는 문화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저 같이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올라가고 있지만 MP3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20대 분들도 옛 음악 소비 문화를 즐기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반 가게가 거의 다 사라졌죠. 이에 현대카드는 한남동에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LP음반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주말에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바로 옆에 있는 LP음반 가게인 '바이닐 앤 플라스틱'입니다. LP음반의 정식 명칭은 바이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LP라고 보통 부르죠.

여기도 현대카드가 만든 공간으로 최신 LP음반과 최신 또는 중고 CD를 듣거나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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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소지자만 들어갈 수 있지만 여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입구에는 LP음반과 다양한 턴테이블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IMG_6933.jpg 음악 장르별로 다양한 LP 음반을 전시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는 LP음반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도 있어서 제공하는 LP판을 들을 수 있습니다. LP음반은 최신 및 과거에 나온 음반들을 팔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고 LP를 팔지는 않습니다. 중고 LP 팔려고 하다가 중고 LP를 파는 분들의 항의를 해서 중고 LP 판매를 하지 않고 해외에서 직수입한 LP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 LP음반도 있는데 거의 없습니다.

LP 음반 가격은 다 다른데 대략 2만원에서 5만원 사이입니다. 결코 싸지 않지만 소유의 의미도 크고 나중에 재판매를 할 수 있어서 초기 비용만 비싼 편입니다. 제가 보기엔 LP음반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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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기획 전시도 하고 음악 테이프를 들을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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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음반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과 블루투스 스피커 등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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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티 테이블이 있고 CD 음반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2층은 CD를 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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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가 9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끌다가 90년대 후반부터 CD가 보급되면서 급격하게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인터넷 붐이 불고 동시에 MP3플레이어 보급으로 CD도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CD 음반은 나오고 있지만 구매하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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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창가는 명당자리입니다. 창 밖을 볼 수 있고 디지털 음원을 고성능 이어폰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래 듣는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니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책 들고 와서 음악 듣다가 가도 됩니다.

한남동의 거대한 음반가게 '바이닐 앤 플라스틱' LP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입니다. LP가 왜 좋냐고요? 불편해서 좋아요. 1곡 들으려고 해도 LP 앨범에서 판 꺼내서 턴테이블에 올리고 음악을 듣는 그 과정이 너무 불편합니다. 그 불편한 만큼 들이는 시간 만큼 그 음악을 사랑하는 깊이와 시간도 길어지니까요. 그래서 좋아요

'바이닐 앤 플라스틱'은 6호선 한강진역에 나와서 약 300m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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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만큼 좋다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솔직히 이태원은 정말 갈 일이 없는데
지날 일이 생기면 기억이 날 것 같네요.
잘보고 갑니다.

이태원에 저기만 찾아 간다면 지루할 수 있지만 근처에 북파크라는 거대한 서점도 있고 주변에 예쁜 카페와 가게들이 많아져서 반나절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더라고요.

비가 오늘 날이면 빗소리가 들릴만큼만 창을 살짝 열고 평소에는 잘 듣지 못하는 튀는 판들을 꺼내 틀어보고는 했습니다. 콩을 볶는 것 같기도 하고 전을 굽는 것 같기도 한 자글자글한 소리에 막걸리를 마시러 가자며 보채는 친구의 말은 못들은 채 하며 ㅋㅋ

그 지글거림이 참 듣기 좋아요. 화이트 노이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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