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을 증폭하다가 우정까지 훼손한 한국판 <골든슬럼버>

in #kr7 years ago (edited)

최근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한국 영화들이 연이어서 개봉하고 있습니다. 김태리 주연의 <리틀포레스트>는 원작을 재건축해서 좋은 각색이라고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느낌만 빌리고 내용 전체를 크게 갈아 엎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의 정서가 크게 다르죠. 한국은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할 정도로 화끈한 것을 좋아하고 일본은 순백의 설원처럼 조용하면서 차분한 것을 좋아합니다.

영화 <골든슬럼버> 한국판이 나온다고 했을 때 일본판 <골든슬럼버>의 답답한 결말을 해소해 줄 것 같아서 기대가 컸습니다.

커진 액션 사이로 생긴 수 많은 구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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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유영국의 암살범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건우(강동원 분)은 무조건 도망쳐서 살아 그리고 아무도 믿지마!라는 말만 듣고 국정원 요원에 쫓기게 됩니다. 액션은 확실히 한국판 <골든슬럼버>가 크고 화끈해서 좋습니다. 문제는 액션만 커졌지 스토리는 조악해졌습니다. 느닷없이 연락이 온 대학교 밴드 멤버였던 친구가 갑자기 친구를 거대한 음모에 끌어 들입니다.

우정이 핵심 주제인데 우정을 파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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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죄책감도 있으려면 좋으련만 그냥 폭탄만 전해주고 친구를 용의자로 만듭니다. 이런 모습은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방송 리포터인 선영(한효주 분)나 금철(김성균 분) 변호사인 동규(김대명 분)도 친구가 유력 대통령 후보를 죽인 용의자가 되었음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함께 모여서 건우의 안위를 걱정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합니다. 원래 원작은 깊은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언론과 음모에 휘둘린 여론이 건우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손가락질 할 때 친구들이 "우리 건우는 절대 그런 친구가 아니야"라고 깊은 신뢰를 보내는데 한국판은 친구들이 뚱하게 건우를 봅니다.

"어쩌다 그랬데"까지는 그나마 이해하지만 놀랍게도 자신의 안위 때문에 국정원에 친구를 팔아 버립니다. 보다가 화가 날 정도로 친구가 친구가 아닌 또 다른 국정원 요원들의 끄나풀처럼 느껴집니다. 영화 끝 부분에 우정이 발동하긴 하지만 이미 드러운 우정을 보여주고 난 후 다시 세척을 해봐야 그 더러운 냄새는 빠지지 않습니다.

액션만 커졌지 어설픈 스릴러로 액션의 재미를 반감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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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은 거대한 권력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끝이 납니다. 그래서 참 답답한 느낌이 많습니다. 원래 거대한 권력의 실체에 크게 관심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게 좋았다는 분도 많긴 했습니다. 한국판 <골든슬럼버>는 초반에 국정원이 계획한 음모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력 대통령 후보를 죽이고 차기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서 국정원은 유명한 택배기사인 건우를 용의자로 만듭니다.

초반에 거대 권력의 실체를 드러낸 것은 좋았지만 이걸 풀어가는 과정이 허술합니다. 원작에서 가볍게 담은 여론 조작의 과정을 핵심으로 삼습니다. 그렇게 건우는 전직 국정원 요원의 도움으로 서서히 음모의 과정과 실체에 접근합니다.

이 과정이 지루하고 큰 재미를 끌어내지 못합니다. 또한 그 수법이 이미 다른 첩보 영화나 음모 영화에서 많이 사용했던 수법이라서 놀라움도 없습니다. 오히려 느닷없이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자연스럽지 못한 액션들이 많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이 그나마 위안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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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이 가장 문제이고 연출도 문제입니다. 갑자기 웃기고 갑자기 우정이 터저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보풀이 잔뜩 일어난 모습입니다. 자연스러움 보다는 목줄을 맨 강아지처럼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려다가도 원작이라는 목줄 때문에 다시 돌오오고 다시 멀어지다가 돌아오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강동원의 연기도 딱히 어울리거나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생동감이 떨어집니다. 우정의 깊이를 담은 원작의 재미도 없고 스릴러의 재미도 없습니다. 그냥 맛 없는 잡탕이 되었습니다. 핵심을 놓친 한국판 <골든슬럼버>입니다.

그나마 영화 마지막 장면은 가장 후련하고 깔끔한 결말이네요. 메인 요리는 맛이 없는데 서비스로 나온 디저트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찾고 싶지 않은 음식점 같은 영화였습니다.

별점 : 별점 : ★★

40자평 : 스릴러를 키우다가 우정까지 훼손시킨 잘못된 각색의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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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일본 원작을 재미있게 봤는데.. 이미지와 실체에 관한 메시지가 좋았었던 기억이.. 암튼 안 보길 잘한 듯.. 감사합니다. ㅎㅎ

원작 소설은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나 보네요 일본 영화도 이미지가 중요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영화 전체에서 이미지 조작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은 거의 없어서 실망했어요. 어떻게 이미지 조작이 이루어지는지도 결과만 나오지 왜 그러는지 소개하지도 않고 도망만 다니더라고요.

별점 2점이면 안 보는게 낫겠네요 :)

네 비추천입니다. 영화를 더 망쳐 놓았어요. 일본판도 그냥 그랬거든요

일본 원작을 먼저 봐야겠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일본 원작은 그래도 우정이라는 힘을 잘 담고 있습니다.

네, 소설판도 몇번을 볼까말까하다가 아직 안 잡았는데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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