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영화 빛나는

in #kr6 years ago (edited)

미사코(미사키 아야메 분)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해설이 들어간 영화 베리어프리 영화 해설 자막을 만드는 커뮤니티에서 시각장애인이자 사진작가인 나카모리(나가세 마사토시 분)에게 영화 라스트씬 장면 해설에 늙은 주인공이 언덕에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희망을 보았다는 해설을 지적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의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을 담은 영화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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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코는 라스트씬의 해설을 수정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여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다른 선생님은 나카모리씨가 까칠하긴 해도 좋은 지적도 많이 하는 분이라고 다독여 줍니다. 미사코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에 마음 속에 큰 회오리가 불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지갑 속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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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나카모리의 사진집을 넘기다가 아버지 지갑 속에 있던 노을의 산등성이와 똑같은 산을 발견합니다. 미사코는 나카모리씨 집에 심부름을 갔다가 무뚝뚝하고 까칠해 보이지만 나카모리씨의 상처를 알게 됩니다. 한 때는 잘 나가던 사진작가였지만 시력을 잃게 되면서 세상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나카모리. 눈의 아주 일부분만 시신경이 살아 있어서 세상의 일부만 보면서 삶을 이어갑니다.

미사코는 그런 나카모리 사진작가에게 끌립니다. 아버지를 잃은 미사코와 시력을 잃어가는 나카모리는 상실의 슬픔을 함께 앓고 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상실의 아픔 속에서 가까워집니다. 미사코는 나카모리에게 사진집 속의 노을을 담긴 사진 속 산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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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나는>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베리어프리 영화 해설 자막을 만드는 미사코가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영화 해설 자막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을 느끼고 영화를 보는 법을 알려줍니다. 시각장애인들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주관을 집어 넣은 해설이 좋지 못하다고 지적을 합니다.

영화는 보는 사람의 주관에 맡겨야 하는데 미사코는 자신의 주관을 넣습니다. 이는 일방적인 시선입니다. 우리가 장애인을 보고 장애인은 연민의 대상이자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장애우라는 말로 그들을 부르죠. 이는 비장애인들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장애인들은 도움을 무조건이 주는 객체가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주체들입니다. 나카모리 사진작가는 이 점을 미사코에게 말해 줍니다.

또한, 상상력을 방해하는 해설은 지양해 달라는 시각장애인의 부탁을 통해서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을 귀로 촉각으로 인지하지만 그 감각을 통해서 시각화 한다는 것도 알게 해 줍니다.

삶은 0과 1이 아닌 흐름이자 다양한 감정이 섞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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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코는 자신이 영화 해설을 맡은 영화를 연출한 노 감독에게 찾아가서 마지막 장면에 대한 조언을 얻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늙은 주인공이 언덕을 올라서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미사코는 하늘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다고 했더니 노 감독은 이런 말을 합니다.

행복을 느끼고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내일 자살할 수 있고 죽지 못해 사는 사람도 있어

라는 알송달송한 말을 합니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이 아닌 동시에 느껴지고 공존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아보면 알죠. 나이들면 알죠.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행복하면서도 고독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덧없음을 느끼면 슬픔과 기쁨과 행복이 동시에 발현되기도 합니다.

마치 사멸해가는 노을 자체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지만 그 자체로는 아름답습니다. 미사코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슬픔으로만 바라봅니다. 그러나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나카모리와 노을을 같이 보면서 눈 앞에서 사멸해가는 것의 아름다음을 알게 됩니다.

세상은 언어와 상상력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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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영화나 소설에 대한 해석 과정도 담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세상을 소리와 촉각 후각으로만 이해합니다. 잃어버린 시각은 상상력에 의존합니다. 이는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소설과 수필을 읽을 때 소설 속 텍스트로 묘사된 상황이나 심리를 머리 속으로 상상을 합니다. 그 상상력이 좋은 사람이 같은 소설도 더 깊고 넓게 이해합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중에는 유난히 여백으로 담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상상력과 개인들의 경험을 통해서 다양하게 해석을 하게 됩니다. 이런 영화들이 대부분 예술 영화입니다. 반면 액션 영화들은 다른 해석을 할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 느낄 뿐이죠

한 시각장애인은 이 세상을 단지 텍스트로 가두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느끼듯 세상은 다양한 언어로 전달되면서 재해석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내가 느낀 그대로를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도 참 고루한 일이죠. 똑같아서 지루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영화를 보고 다양하게 해석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가 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벚꽃 같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 <앙>을 만든 '가와세 나오미'입니다. 영화 후반 미사코와 나카모리의 키스 장면이 거북스러운 분들이 많고 저도 저 장면은 불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는 꽤 좋은 영화였습니다.

미사코는 나카모리를 통해서 영화 라스트씬의 해설을 완성합니다. 고통이 주는 성장의 열매를 받아든 미사코의 아름다운 미소가 빛을 발하면서 끝이 납니다.

꽤 좋은 영화입니다. 영상, 음악, 연기 , 연출 단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통해서 세상이 단조로운 것이 아님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고 0과 1로 단정지을 수 없는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호박이 난무하는 세상에 두루뭉수리가 아닌 원래 세상이 정답이 없고 결말도 없는 세상임을 일깨워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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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우선 올리신 글을 읽어보니.. 연출은 전형적인 일본영화.... 인거 같은데.... 전달해주는 바가 있을듯 하네요... 주말중에 찾아서 한번 보겠습니다....

네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차분한 영화에요. 전 이런 일본 스타일이 좋아서 좋게 봤지만 지루할 수 있어서 적극 추천은 못하겠어요. 전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영화처럼 해설도 차분하게 해주셨네요ㅎ
주는 메세지가 억지스럽지 않은 이런류의 영화 좋아요^^

후반에 좀 튀는 장면이 있는데 그냥 상징으로 여기면 전체적으로 무난한 진행 차분한 진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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