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폐막식

in #kr6 years ago

나쁜기집애. 실루엣으로 드러나던 저 손가락은 검지일까 중지일까. We are the champions를 불러도 시원찮을 판에 이어진 “내가 제일 잘나가”. 그리고 EDM 파티. 평창 주경기장의 클럽화. 인면조까지 뛰어들어 EDM에 맞춰 그루브를 타고.

이 폐막식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가장 볼만한 코너는 장이모가 감독했다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예고 공연이었다. 스케이터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선은 용을 만들기도 하고 매듭을 짓고 풀기도 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싼 공연이었다. 잘 만들었네.

그런데 정작 가장 사랑스러운 코너는 씨엘의 공연 아니었을까. 마지막에 생중계 카메라를 손으로 비틀어버리던 장면까지. 30년 전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던 한국은 이제 전통 따윈 잘 모르겠고 같이 즐겨보자며 EDM을 경기장 전체에 틀어버리는 나라가 됐다. 장사익보다 더 긴 시간을 공연한 솔로 가수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착하고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너희들과 똑같은 성깔있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공연을 벌였고.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 때문에 부채춤 사위를 풀어내던 30년 전과 달리, 지금 가장 한국적인 것은 정말로 가장 세계적이다.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해석이 변했다. 장이모 없이도 괜찮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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