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보자] 미국 총기 규제, 그리고 NRA

in #kr6 years ago

안녕하세요 아라보자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미국 총기 사고의 원천적인 이유로 NRA와 느슨한 총기 규제를 말씀드렸는데요. 아마 많은 독자분들이 NRA에 대해서 많이 들어본 적이 있으실거라 생각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NRA의 역사 및 행보를 알아보고 현재 그 로비력을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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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기 규제와 논쟁,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전미총기협회 (NRA: National Rifles Association)가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이익집단들은 합법적 로비 활동을 통해 본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안을 지키고 정책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막대한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등에 업은 NRA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NRA의 역사와 현 행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NRA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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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A는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시절 북부 진영이 만든 단체입니다. 당시 대부분 시골 출신이던 남부 지역의 군인들은 뛰어난 사격술을 자랑했는데요, 상대적으로 형편없는 북부 군인들의 사격 실력에 충격을 받은 윌리엄 처치(William C. Church) 대령과 앰브로즈 번사이드(Ambrose Burnside) 장군이 사격술 교육을 목적으로 NRA를 설립합니다. 이후 뉴욕 주정부로부터 사격장 설립을 지원받아 1872년 공식 출범한 NRA는 총기 스포츠 애호가들을 관리하고 대변하는 단체로 성장합니다.

초기의 NRA는 각 대학에서 사격팀 설립을 장려하고 총기 관련 교육과 스포츠 행사를 개최했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스포츠로서 사냥을 즐기는 미국인들의 총기 안전 교육과 자격증을 관리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잡지 발간, 민간 교육 프로그램 관리 등을 통해 안전한 총기 사용을 홍보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세계 1위의 로비 단체로 평가받는 NRA는 미국 헌법 수정 제2조의 수호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은 이들의 정치적 로비 활동은 더 강력한 총기 규제를 원하는 수많은 시민단체를 매번 좌절시키고 있습니다.


NRA의 정치화와 총기규제반대 전략

NRA가 처음부터 총기 규제를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은 20세기의 대부분 동안 연방정부와 함께 총기 규제 법안을 작성하고 입법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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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NRA는 오늘날 미국 NRA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조직이었습니다. 범죄집단들이 활개 치던 20세기 초에는 총기 규제를 앞장서서 지지하였으며 민간인의 권총 소유를 엄격히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NRA가 자유 침해라고 주장하는 1934년 미국총포법(National Firearms Act)와 1938년 총포관리법(Gun Control Act)은 당시 모두 NRA가 발 벗고 나서 통과시킨 법들입니다.

NRA 회장 찰턴 헤스턴 “싸늘하게 식은 내 손에서 총을 뺏어 가라”

하지만 사회 내분과 대립이 극도에 달하던 1970년대, 그리고 자유주의(Libertarianism)를 추구한 레이건 정부의 1980년대에 들어 NRA는 급격하게 변하게 됩니다.

1975년, NRA는 정치적인 아젠다를 추진하기 위한 로비 단체 Institute for Legislative Action (ILA) 을 설립합니다. ILA는 지금도 많은 총기제작 관련 기업들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활동자금을 기부받는 강력한 조직입니다. ILA의 활약에 힘입은 NRA의 로비력은 1980년에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일익할 정도로 막강해집니다.

이후 NRA는 본격적으로 미국 헌법 수정 제2조를 선택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는데요, 새로운 NRA는 총기의 소유와 관련된 책임에 더 이상을 관심을 두지 않으며 총기 소유 권리를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유주의파/공화당/무기제조산업의 막강한 시너지 효과는 NRA를 더욱더 무시무시한 정치세력으로 성장시킵니다.

미국 헌법 수정 제2조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잘 규율된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NRA의 로비와 영향력

오늘날 NRA는 총기 규제를 반대하기 위해 막강한 자금과 영향력을 행사하는데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자금 동원을 통한 총기 규제 찬성 정치인 낙선 및 지지층 동원을 통한 선거구 장악
  • 총기난사사건 이후 억측을 통한 논점 흐리기

총기규제 반대 전략의 핵심에는 물론 무기제조업체들도 있지만, 정치적 로비자금 대부분의 출처는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굳건한 지지층들의 기부금입니다. NRA는 회원권과 교육 프로그램 비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수혈하는데요, 총기 소유를 찬성하는 시민들은 다른 이익집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기부합니다. 실제로 NRA는 2013년 35억 달러(약 3600억 원), 2016년 43억 달러(약 4400억 원)의 자금을 동원하였습니다. (기사)

이러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NRA는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정치인의 재선을 돕고 반대하는 이들의 선거구에 비방 운동(Smear-campaign)을 방송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NRA의 힐러리 클린턴 비방 영상

NRA는 지역구 의원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Townhall Meeting)에서 총기규제가 안건으로 올라와 있을 때마다 해당 지역 멤버들에게 참석을 요청하는 뉴스레터를 뿌리기도 합니다. NRA 지지층은 매우 열정적이어서 이러한 미팅에 참석하여 총기규제에 반대되는 의견을 표출하며 토론에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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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규제 관련 논쟁에 있어 NRA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논점 흐리기 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총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범죄자(people)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가 있으며 이외에도 “어느 사회에도 나쁜 사람은 존재한다”, "총이 없으니 총 가진 범죄자에게 당하는 거다" 등의 논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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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쟁은 논점을 흐리고 건설적인 토론의 진행을 방해합니다.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당시에도 의회가 규제를 통과시키지 못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사)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고질적인 총기 규제 문제가 다소 신기할 수도 있습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감에도 제대로 된 규제가 통과되지 않을 수 있는 걸까요. 하지만 미국의 건국 역사와 민주사회의 전통을 보면 변화가 왜 더딘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정권이 집권한 오늘날, 의미 있는 초기 규제안이 통과될 확률은 당분간 매우 낮을 것입니다.

이상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혹시 의견이나 생각있으시면 댓글달아주시구요,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보팅 부탁드립니다. 모두 좋은밤되세요~ #아라보자 #Arab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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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나라의 국가들에서 나온 소식들을 잘 전해주시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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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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