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베를린...

in #kr6 years ago

독일어를 모르는 나에게 베를린에서의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이글은 4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스팀잇 활동을 위해 200SP를 흔쾌히 임대해주신 @abdullar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이었다.

사실 베를린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멋진 곳에 대한 확인을 해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사실, 힙스러움에 대한 얘기라면 귀를 갖다 대고 눈을 들이대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행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문화가 모여드는 곳은 멋이 있다. 그러니까, 끌릴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베를린은 그런 곳이다. 온갖 재치와 인간스러움을 덧대 만든 거대하고 이상한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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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뮌헨으로 처음 경험하게 되었는데, 나는 독일의 모든 도시가 뮌헨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깔끔하고 부유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뒤로 쉬쉬대며 씹어버리는 곳. 독일인들은 잘 사니까. 어쩌면 내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나에게 그런 그림들을 그려주었을거다. 뮌헨에서 베를린으로 이동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내게 주어진 소중한 순간들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게 되는 걸까? 나는, Cigarettes After Sex의 중성적이고 짙게 깔리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버스에서 쪽잠을 잤다.

크로이츠베르크, 그러니까 독일 사람들이 주를 이루지 않는 곳, 이곳의 터키 음식점이 날 반겨준다. 나를 뻔히 쳐다보고 있는 아이에게 신호를 보낸다. 다소 굳은 자세로 있던 그 아이를 기억하게 된다. 비가 오는 그곳을 거치고 거쳐, 다소 이상한 냄새를 맡는다. 아마 뮌헨에서와 다른 사람 냄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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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작디작은 것들에게, 호기심에 찬 나와 같은 것들에게 무지개를 보여줬던 그 모습도 기억한다. 무지개를 입고 있었던 아이와 무지개. 비가 그치고 구름이 반쯤 하늘을 가리기도 하고 하늘이 구름을 반쯤 펴기도 하는 이상한 곳에서 순수함은 모든 것을 잡아끌어 순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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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를 배웠다. 모든 것을 귀찮아하던 나는, 노력하고 싶지 않아 했던 나는 그 기회를 흘려버렸고 독일어를 하지 못하는 채로 독일에 날 던져지게 만들었다. 독일어를 배웠다고, 혹은 내가 독일어로 잘 말했더라도, 나는 몰랐을 것이다. 그 사람들, 아니 베를린이 하는 이야기를.


언어는 문화를 담는다. 그리고 이곳의 독일어는 다른 곳의 독일어와 달랐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내가 듣기엔 말이다. 베를린 어가 따로 있는 것일까,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때로는 싸늘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플랫폼처럼 차가운 모습과, 4월 독일의 변덕스러운 날씨 그리고 알 수 없는 베를린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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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것을 보면서 혼자 가장 긴 야외갤러리를 가는 길을 가장 심심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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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블럭을 한 여자와 그녀의 친구, 자전거 두 대와 강을 구경했다. 흘러가는 것들을 구경했다. 혼자서 걸어도 쫓기지 않았다. 그랬으니까 속으로 이야기들을 계속 생각할 수 있었다. 사소한 것들이 너무나도 멋지게 다가왔는데, 이국에 대한 동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가도, 내가 지금 보는 것들은 그런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 시간, 그 장소, 그 분위기가 주는 특별한 무언가였다.
그래서 계속해서, 속으로 이 것들을 묘사할 단어들을 머릿속으로 찾았다.
그런데 독일어는 없었다.
나는 그 언어는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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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짱짱맨 태그를 사용해주시네요^^
행복한 스티밋 ! 즐거운 스티밋!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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