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일지 - 1
저는 갑상선암에 걸려 전절제 수술을 받은 암환자입니다. 수술을 받은지 벌써 2년 반이 지났네요. 2015년 6월에 받았었거든요. 암에 걸리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보다는 훨 나은 암입니다. 전이도 늦고, 발병증세도 그렇게 크지가 않은 암이라 별명이 '거북이암' 입니다. 다른 암에 걸리신 분들보다는 괴로움이 훨 덜하겠지만, 그래도 암은 암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항상 몸 안에 가지고 있는 셈이죠.
이제부터 제가 갑상선암에 걸렸던 이야기(한풀이일지도 모르는)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내가 갑상선암이라고?
제가 암인지도 몰랐을 때, 저는 입대를 했습니다. 외동 아들로 자라나서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입대를 했습니다. 알바같은건 하나도 안해봤고, 그저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고, 친구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선 왕따를 당했었죠. 군대는 정말 지옥 이었습니다. 일을 하나도 안해봤는데, 군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을리가 없죠.
이병 때에는 갈굼 당하는 게 제 일상 생활이었습니다. 여린 마음에 눈물을 흘려보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저는 지금 생각해봐도 고문관 중에 고문관이었거든요.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었습니다. 갈굼만 받다보니 시간이 참 빨리도 갔습니다.
군대에는 기숙사처럼 생활관이 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부대의 생활관은 동기 생활관이었는데, 저는 코골이가 아주 심했습니다. 생활관의 침대 자리를 바꾸는 날이면 동기들은 항상 저를 피하고 다녔죠. 동기였던 친구들에겐 아직도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코골이가 저를 살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있던 부대에는 의무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리면 차를 끌고 나가서 군병원에 갔어야 했죠. 선임들의 눈치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일 안할려고 째는거냐면서요. 하지만 저는 한참 갈굼에 면역(?)이 있던지라 저는 용기를 내서 "코골이 때문에 병원에 가보겠습니다!" 라고 했었습니다.
그렇게 군 병원에 갔었습니다. 코골이에 대해서 물어보려면 어느 과를 가야할까.. 하다가 외과쪽에 갔습니다. 그 병원 간부 선생님께 목에 난 혹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담당 군의관님이 저보고 큰 병원에 가서 암일수도 있다고 진료를 받아보라고 했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왔는데, 갑상선암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초음파 검사
말씀을 듣고 간부님께 보고를 올렸더니 부모님께 직접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저한테 한마디도 없이 진료가 필요하다는 말만 했다고 합니다. 그 때 부모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당시에는 저희 아버지께서 심장병에 걸려서 어머니께서 엄청난 마음고생을 하고 계셨는데 말이죠. 일단 간부님이기도 하고 말씀드렸다는 말에 알겠다고만 대답을 했었습니다...
마침 포상 휴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미 의사선생님과 상담(진료)을 하고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답니다. 저는 그 때까지는 '에이, 설마 암이겠어?' 라는 가벼운 생각을 하면서 또 휴가라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갔었죠. 집 근처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도중 옆에 화면을 보던 선생님의 얼굴이 심각해지더라구요.
"학생, 갑상선 화면에 점이 많이 보여..."
"네? 점이 뭔가요? 좋은건가요?"
"좋지 않은거지..."
저는 그 때부터 당혹감을 얼굴에서 지우질 못했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나오는데 부모님이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저는 애써 억지로 밝은 얼굴을 하면서 괜찮을 거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남은 휴가 기간을 즐겼습니다.. 아주 즐거운 휴가를요.
휴가에서 복귀했습니다. 다들 저한테 물어보냐구요. 어땠냐고... 저는 안좋아 보였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선 그냥 평소대로 병영생활을 했습니다. 솔직히 신경을 잘 안썼거든요. 또 갈굼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부모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젊은 나이에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네요.
제 아들도 몇년있다 군에 갈 나이라 유독 이 글에 정독하게 되네요.
서로 소통하는 이웃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에도 놀러와 주세요.^^;;
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블로그 놀러갈게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잘 읽고 갑니다. 힘내시길 바래요.
저는 의사입니다만 사실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병에 걸린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2부도 꼭 정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힘내겠습니다!
저도 갑상선암에 걸렸었고 수술과 동위원소 한후 1년정도는 면역저하로 많이 고생했어요. 젊은 나이에 힘드셨겠어요. 앞으로는 건강하시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korealemon님도 지금도 나중에도 계속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