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갑질주의"

in #kr6 years ago (edited)


갑질주의


새벽이다. 에어콘 실외기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소리에 잠을 깼다. 며칠전 엔지니어가 다녀갔지만, 뭔가 기분이 시원찮았는지 대충 고치고 가서 전보다 더 시끄러워졌다. 에어콘 설비회사에 전화를 해서 욕까지 섞어가며 한참을 끓어붓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감기기가 심해 편도선이 잔뜩부었다. 기분에 모든 장기가 다 부은 느낌이다. 괜히 에어콘 설비사에 화풀이였다. 뒤늦게 굳이 하지않아도 될 말을 해버린 것이 후회스럽지만 그렇다고 다시 전화해서 사과같은 걸 하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끊은지 1년 전쯤 되는 담배 생각이 났다. 핑 도는 상태로 집앞 편의점으로 갔다. 새벽인데도 직장에서 막 퇴근한 듯한 차림의 사람들이 제법 줄을 서 있다. 일주일만에 스팀은 무려 100배나 뛰었다. 사실 에어콘 소리때문이라기 보다 나를 잠못들게 하는 이유는 스팀의 치솟는 값이었다. 약 29,000원 어제 27,000원이었는데 하루새 또 2천원이 뛰었다. 일주일 전 나의 스팀싯가는 약 200만원 선이었다. 한 때 2천만원을 바라볼 때도 있었지만 한 500만원만 가자하는 심정으로 벌써 1년가까이 버티고 있던 참이었다. 이제 나는 현금 2억을 가진 스티머가 되어 있었다.

가슴은 뛰었지만 또 의외로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동네 편의점에서 나는 가장 비싼 담배를 골랐다. 오랜만이어서 맛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제일 비싼걸로 사고 싶었다. 곧장 나는 19층으로 올라왔다. 20층까지 있는 우리집 꼭대기에 사는 인간은 얼마나 까다로운지 자주 찾아오는, 내겐 친구같은 골초 사촌형이 와서 담배를 피울 때마다 인터폰으로 연락을 해서 주의를 준다. 얼마나 예민한지... 저는 예민함 때매 살고 주변 사람들은 저의 그 예민함 덕에 다들 피곤하다. 담배를 선풍기 앞에서 인터폰을 쳐다보며 피웠다. 새벽이라 잠에 빠졌는지 위의 까다로운 인간의 인터폰은 반응이 없다. 다행이다.

시계를 바라보니 10시다. 새벽이 아니라 밤 10시라는 걸 깨닫고 나니 편의점 사람들의 옷차림이 이해가 갔다. 동시에 20층 인간이 왜 담배냄새를 못맡았을까 싶기도 했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편도선과 오한이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많이 불편했다. 낮에 만난 사촌형은 내게 잘듣는 약이라며 해외에서 사온 알약 한 통을 줬다. 꼬부랑 글씨 사이로 SARA라는 이름이 써 있었다. 전통의학 신봉자인 나는 왠만해선 신약을 먹지 않는 걸 알기에 사촌형은 입에넣는 사진을 인증샷으로 보내라며 열 몇번을 반복했다. 왠지 그 말을 듣지 않으면 형이 아플것 같아서, 또 너무 아프기도 했고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한 30분 지났을까. 기분나쁜 두통과 오한이 편안하게 가라앉았다. 바로 형한테 전화를 했다. 사촌형은 거보라며 또 엄마처럼 잔소리를 한 바가지 하며 내말 들어 손해본 적이 있느냐는 둥 형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둥 너스레를 떨었다. 잔소리가 갑자기 따뜻하게 느껴졌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또 원대로 혼자 있는 편이지만 몸이 아플 때면 마음이 약해지는 탓인지 잔소리가 싫지 않다. 형한테 여행가면 이 약을 좀 더 사다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형은 흔쾌히 더 사다 주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 보답으로 형에게 주기위해 편의점에서 형이 좋아하는 담배를 한보루를 사다가 예쁘게 포장했다. 뭐 물론 쓸데없이 포장해서 쓰레기 만들었다고 또 잔소리를 늘어놓겠지만.

다시 잠이 왔다.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에어콘 설비사에 전화한게 또 맘에 걸린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컨디션이 안좋아서 화를 낸 건지, 괜히 남에게 화를 내다보니 몸이 아파진건지 선후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냥 고치지 못한 기술자만 나때문에 욕을 보겠다 싶었다. 수리비를 내는 관계, 돈을 받고 수리해주는 관계. 그와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나는 괜히 내 상황을 핑계로 내가 제일 증오하는 갑질을 누군가에게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또 후회가 밀려왔다. 벽에 캘리로 써붙여 놔야겠다.

"갑질금지"


요새 슬슬 기운이 오더니 몸살이 들었습니다. @himapan님이 권해주신 SARA란 약을 사서 먹고 나니 확 좋아지네요. 파라세타몰이란 성분이라는데 이게 우리나라 진통제 종류에도 들어간다는군요.위에 부담도 없다고 하는데 일단 두통과 오한이 싹 사라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좀 살 것 같습니다. 태국에서 사라는 몸살감기약으로 제법 유명하다고 합니다. 편의점에서도 팔고 쉽게 구할 수 있고, 또 쌉니다. 태국 방문하시면 몸살감기 잘 걸리시는 분은 애용해 보시죠. 오후에 힘들어서 너무 잤더니 잠도 다시 안오고 해서 픽션을 함 만들어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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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아픈 거 빨리 나으시길 바라요.

앞으론 곳곳에 갑질금지 써붙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스팀 29천원 ㅋㅋㅋㅋㅋㅋㅋㅋ 순간 당황했다가 아... 픽션이구나 했습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 오늘은 컨디션 회복 하시길 바라요^^

스팀 29천원 후딱 오면 좋겠습니다.

몹시 심하게 앓으셨군요. 지금 스팀 가격 확인 해 보십시요. 가격 올랐을 겁니다.

수수님이 픽션이 현실이 될꺼같네요 :)
좀 더 쉬시고 언넝 나으세영!!!

스팀 가격 보고 픽션이구나 했어요!!!
몸살 얼른 떨쳐 버리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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