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산어보 / 이준익, 2021

in #krlast month (edited)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2021년도 작품으로 ⟪자산어보 玆山魚譜⟫라는 정약전이 쓴 어류도감 책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충실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정약전(1758~1816)과 동생 정약용(丁若鏞, 1762- 1836)이 강제로 멀리 떨어진 곳에 유배된 결과로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의 형제애와 그리움. 흑산도에서 책을 쓰는데 결정적인 지식을 준 정창대(德順 張昌大)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풀어낸다.

영화는 오직 흑백이다. 유배라는 암울암도 있겠지만, 흑산도란 섬의 명칭이 말해주듯, 물이 너무 검게 보여 흑산도라고 불렀고, 그 '흑산(黑山)'이라는 이름이 너무도 암울하여 비슷한 의미의 '자산(玆山)'이란 이름으로 굳이 바꿔 불러야 했던 주인공들의 생각처럼, 감독은 그 배경을 반영했을 것이다.

정약전은 유배에서 끝내 풀려나지 못하고 15년간의 유배생활 끝에 흑산도 근처의 섬 우이도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당시의 현실정치, 그에 반하는 서학(천주교, 서양과학)을 중심으로 한 시대상황이 국가가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부당하게 걷는 세금을 소재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제자의 성리학이라는 전통적 입장과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스승의 사상적인 갈등도 그려진다.

중간에 잠깐 나오는 강진 백련사에서 다산 정약용이 만난 스님에게 주었다는 재미있는 시,

대나무 숲 속 부엌을 한 중에게 맡겼더니
그의 머리카락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이제와서 불가의 계율 내팽겨치고
신선한 물고기 잡아다 국까지 끓인다네

이 시는 불교의 승려가 유배 온 자신에게 절밥도 주고 서로 가까이 지내게 되어 친구가 된 스님에게 주는 재미있는 시다. 영화에선 한 장면만 나오지만, 주인공 아암혜장(兒庵惠藏, 1772-1811)은 정약용과 친분이 깊었던 꽤나 유명한 인물.

영화는 엔딩크레딧으로 흑백이 실제 컬로로 대비되며, 단 한 번의 컬러를 보여준다. 흑산에서 자산어보라는 다채로운 정보가 담겼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지금도 검지만 역사속에 이런 컬러풀 한 이야기가 존재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그렇게 암울한 과거가 있었지만, 지금도 사람사는 현실의 공간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의미가 무엇이든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가는 대비가 엔딩으로는 왠지 잘 어울린다.

역사적 사실을 다채로우면서도 차분하게 풀어내는 점도 좋았지만,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묘사가 사람냄새 나서 좋았던 영화.

mL9DleItPE0AQ_hMtC1JGYjufMkjz3ZxGUwR3GCrSAwjIzb__UQjsSgoMOB3ZD-4KhsHfsczK9Fa64c9si6OJw.webp

Sort:  

흑백 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
엄청 잼나게 본 건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본 영화 였어요 !!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6
JST 0.033
BTC 64105.03
ETH 2757.74
USDT 1.00
SBD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