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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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의 시위

기원전 1152년, 람세스3세 재위 29년에 이집트에서 일련의 노동자들이 파업과 시위를 시작하였습니다. 파라오의 무덤을 건설하고 단장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이 노동자들은 급여가 연체된 것에 대하여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당시 기준으로는 신성 모독에 가까운 행위들을 저지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던 마을 인근에 있는 "장례신전" 내부로 들어가 밤샘 연좌시위를 벌였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신전은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되던 공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위대 가운데에 일부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오늘밤 파라오의 무덤을 도굴하겠다!"는 불경스러운 발언을 내뱉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처벌을 받은 이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담당 관리들은, 변명조로 말하기도 했지만, 상황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 하였던 것 같으며, 파라오에게 직접 메세지를 전해달라던 시위대의 요구에, 권력 서열 2 순위인 총리가 직접 서신을 보내 시위대를 달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시위가 일어난 이후에는 실제로 급여가 지급되었으며, 다시 급여가 연체되는 경우에는 시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오늘날에도 노동자와 시민들의 시위를 건전하지 못하거나, 불순한 수단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나 ‘인권’처럼 지금은 보편적인 가치들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그 시절에도, 심지어는 신으로 여겨지던 파라오가 절대권력을 갖고 있던 고대 이집트에서도 파업과 시위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당연하고도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사진: 이집트의 노동자들 (레크미레의 무덤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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